[MBN스타 금빛나 기자]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시청률 하향 곡선은 계속 이어질까.
‘함부로 애틋하게’는 분명 2016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다.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을 집필했던 이경희 작가가 펜을 들었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는 배우 김우빈과 수지가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제작비만 100억 원이 투자됐으며,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00% 사전제작을 선택했다.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속빈강정 이른바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에 불과했다. 안방극장의 기대를 대변하듯 12.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시작을 알린 ‘함부로 애틋하게’였지만 이후 점차 하락세를 타더니 급기야 한자리 수인 8%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난 27일 방송은 8.6%로 자체 최저시청률을 갈아치웠으며, 28일 소폭상승세를 이루기는 했으나 8.9%에 그치며 9%대 도약도 채 이루지 못했다.
사실 ‘함부로 애틋하게’에 대한 기대를 높인 데에는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성공이 한 몫 했다. 두 자릿수 시청률만 기록해도 성공적인 지상파 드라마에서 무려 38.8%라는 시청률을 기록한 ‘태양의 후예’는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상륙한 대박드라마이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KBS 드라마에 효자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태양이 후예’의 성공이 더 고무적인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그 인기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찍이 드라마로 한류를 이끌었던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대만, 사우미디 아라비아,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무려 27개국에 판권수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지 지난 5월 발표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수출 파급 효과’ 보고서를 통해 약 1조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는 사전제작의 좋은 예이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등 유수의 히트작을 보유한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비주얼 커플’이라고도 불리는 배우 송중기, 송혜교의 만남, 그리고 유려한 연출미와 아낌없는 제작비 지원 등 좋은 조건으로 시작한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을 한 덕분에 쪽 대본, 밤샘촬영 등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면서 사전제작의 순기능을 십분 활용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사전제작드라마인 ‘태양의 후예’는 큰 성공을 이룬 반면 비슷한 환경과 조건에서 시작한 사전제작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함부로 애틋하게’의 시청률 하락 요인으로는 다음 전개가 쉽게 예상이 가는 진부한 스토리와 여주인공인 수지의 연기력 논란 또한 한 몫 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한류스타인 신준영(김우빈 분)과 돈, 권력 앞에선 한없이 뻔뻔하고 비굴해지는 다큐멘터리 PD 노을(수지 분) 간의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진부한 클리셰라도 잘 풀어나갔으면 좋으련만, 걸그룹 출신인 수지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을을 연기하기에 연기는 물론이고, 감성의 깊이 또한 부족하다. 극은 깊고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요구하지만, 이를 표현하기에 여전히 20대 초반인 수지가 이를 표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부로 애틋하게’는 열대야가 이어질 정도로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철에 보기에 무척이나 힘든 드라마이다. 하필이면 극중 계절이 겨울인 것이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이 더위가 이어지는데, 정작 화면 속 주인공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두르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사계절을 모두 표현한다고 말했던 ‘함부로 애틋하게’지만 8회째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계절이 바뀐다 한들 남자주인공인 신준영이 3개월 판정을 받은 만큼 극중 두꺼운 코트를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드라마가 계절을 벗어나게 된 원인은 편성 문제 때문이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4월 ‘태양의 후예’의 후속작으로 방영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판권 구매 문제로 2개월 순연된 것이다. 그 사이 계절은 봄에서 무더운 여름으로 바뀌었고, 옷차림과 더불어 안방극장이 원하는 감성까지 달라진 것이다. 같은 사전제작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의 경우 가상의 나라 우르크를 배경으로 뜨거운 태양과 눈 내리는 풍경을 함께 보
‘태양의 후예’를 통해 한국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보였던 사전제작,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대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사전제작의 한계에 직면하고 말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