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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그랜드 피아노에서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흘러넘친다. 장중한 클래식 선율은 어느 샌가 뮤지컬 넘버로 바뀌어 있다. 자칫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클래식과 뮤지컬이 이리도 잘 어우러져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진행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프레스콜에서는 러시아 마지막 낭만주의 연주가 겸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1번’을 발표한 후 대중들의 혹평에 3년 동안 아무 곡도 작곡하지 못하고 절망했을 때 찾아온 정신의학자 ‘니콜라이달’ 박사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의 선율로 시작된 이날 공연에서는 꿈에 그리던 교향곡 1번이 실패한 뒤 절망에 사로잡힌 라흐마니노프의 슬픔이 가득 묻어나왔다. 천장에 붙어 있는 무수한 악보는 뒤죽박죽인 라흐마니노프의 머리 속 바로 그 곳 같아 어지러우면서도 애잔하다.
특히 극 중 등장하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들을 연주하는 팝피아니스트 이범재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현악 4중주가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라이브 연주는 마치 클래식 실황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웅장한 느낌마저 준다.
이렇게 풍성한 무대에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지만 작품의 실패로 고통 받는 ‘라흐마니노프’ 역의 박유덕, 안재영, 그리고 그의 심리를 치료하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 역의 김경수, 정동화가 함께 하며 극의 완성도를 더했다.
자칫하면 클래식으로 기울 수도 있었을 이번 작품을 뮤지컬과의 균형점에 완벽하게 올려놓은 연출감독 오세혁은 “고속도로 화장실에서 ‘음악은 눈을 뜬 채 꾸는 꿈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며 “음악을 들을 때 갑자기 공기가 바뀌고 시공간이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철저하게 음악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에는 대사를 최대한 줄였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살리에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뮤지컬 넘버로 녹여낸 바 있는 이진욱 작곡은 “‘라흐마니노프’ 배우들이 연주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임팩트 있는 부분을 배우들이 직접 연주 한다면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작품 속 배우들이 실제로 악기를 연주하게 된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라흐마니노프’가 재기에 성공하게 되는 최고의 걸작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헌정한 것으로 알려진 ‘니콜라이 달 박사’와 라흐마니노프와의 흥미로운 관계가 뮤지컬 무대 위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감을 더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주목 받고 있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8월 25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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