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결혼 7년 만에 아이 가졌습니다. 마흔 가까이 돼서요. 병원에서 간호사들 아이 순번제로 가지라고 하면 그렇게 했고, 임산부 힘들다고 근무시간 단축하라는 규정 한 번 지켜본 적이 없습니다. 병원을 위해서요."
25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장문경(하재숙 분)은 병원의 막무가내식 인원 감축에 부당해고를 당할 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현준(오정세) 이사장이 현성병원의 수익을 위해 막무가내식 인원 조정에 따른 결과였다.
이어 장문경은 양성은(동하)의 친구에게 주사를 놨지만, 이 환자는 약물 쇼크에 빠졌다. 인력 감축에 따른 미숙련 간호사가 첫 진단을 잘못 내렸기 때문이었다. 비정규직 에어컨 설치기사였던 양성은의 친구는 치료 후 퇴원했지만, 무리한 일정으로 사고를 당해 결국 숨을 거뒀다.
이번 회에서는 의료 부문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채용해 벌어지는 일들과 병원 밖 세상에서 팍팍한 삶을 사는 인물이 그러졌다. 이들 외에도 생계와 자식들을 위해 대리모로 나선 환자도 등장했다.
'뷰티풀 마인드'는 그동안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이영오(장혁)와 재생의료를 상용화하기 위한 현성병원의 대립각을 내세웠다. '이영오'라는 캐릭터에 힘을 실으면서도 의료계의 암투를 다뤘다. 계진성(박소담)이 이영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전하며 드라마의 제2막을 알리기도 했다.
사회적인 약자들이 처한 상황을 다룬 전날 방송은 '뷰티풀 마인드'의 제3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스태프들의 삶을 다루는 동안에는 환자 역할은 보조적인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차부터 시선을 환자에게도 쏟으며 시청자들이 사회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했다.
양성은의 친구가 사망하는 장면에서 비친 컵라면, 나무젓가락과 낡은 운동화는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병원에서 신체적인 치료를 끝낸다고 해도, 그 테두리 밖의 세상은 냉랭하다는 것을 작가는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뷰티풀 마인드'는 이영오와 계진성의 러브라인이 있지만, 경쟁작과 비교해 이를 중심축으로 끌고 나가는 작품은 아니다. 메디컬 드라마로써 수술 장면도 많다. 병원 속에서의 권력 싸움도 더해져 편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요소들은 시청률로 그대로 드러냈다. 3,4%대를 오르락내리락하던 시청률은 이날 방송에서는 자체 최저인 3.4%를 기록했다. 최근 조기 종영이 결정된 상황에서 받아든 현실적이고, 냉담한 성적표였다.
2회가 축소 편성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럼에도 제 목소리를 냈다. 편수가 줄어든 영향 때문인지 이영오와 계진성의 러브라인이 금세 얼어붙고 동시다발적으로 환자들의 에피소드가 전해졌지만, 세상의 그늘에 움추
회차가 무르익어갈수록 그래서 더욱 조기종영 결정은 아쉬웠다. 현성병원의 수익을 위해 해고 위기에 처한 장문경처럼 '뷰티풀 마인드'는 2회 단축됐다. 키를 재듯 시청률로 재단하는 드라마를 향한 평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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