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SBS 예능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끊임없는 시도’다. 올해에만 다섯 개의 파일럿을 쏟아내며 이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시도들은 ‘시청자의 입맛을 살피고 있다’ 정도의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최근의 SBS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시작으로 ‘스타킹’ ‘보컬전쟁-신의 목소리’ 등이 줄줄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는 결국 SBS가 예능프로그램의 대 개편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SBS는 어떤 카드를 손에 쥐게 될까.
◇‘엄마야’, 제2의 ‘짝’은 없었다
지난 5월 방송된 ‘대타 맞선 프로젝트-엄마야’는 아직 인연을 찾지 못한 딸들을 위해 엄마들이 대신 소개팅에 나서 딸의 남자친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짝’이라는 일반인 커플 매칭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었던 SBS였기에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자대면이라는 측면은 새로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네 남녀의 이야기만 집중하기에도 빠듯한 1시간이지만 여기에 어머니까지 개입하면서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이 남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스펙을 가진 남성 출연자들에 대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화제성까지 이어지진 못했고 ‘엄마야’의 정규 편성을 불투명하다.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제 2의 짝’은 아니었던 셈이다.
◇‘스타꿀방대첩 좋아요’, 지울 수 없는 ‘마리텔’의 잔상
‘스타꿀방대첩 좋아요’(이하 ‘좋아요’)는 스타 PD들이 직접 기획 제작한 방송물을 가지고 기부금 배틀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한다는 요소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과 비슷했기 때문에 첫 방송 전부터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좋아요’는 기부라는 콘셉트가 더해지며 ‘마리텔’과 차별화를 두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타 PD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마리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아요’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파일럿에서 정준하와 션이 선보였던 방송은 참신했다. 하지만 ‘마리텔’과 비교하면 이 역시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인터넷 방송과의 결합을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많은 이들이 전망하고 있지만, 쉽게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가 됐다.
◇‘꽃놀이패’, 논란만 키우고 사라질 것인가
‘꽃놀이패’ 역시 ‘좋아요’처럼 시청자와의 실시간 투표가 가미된 예능프로그램이다. 여섯 명의 멤버들은 시청자들의 투표에 따라 초호화 여행을 하게 되는 ‘꽃길 팀’, 초저가 여행을 하게 되는 ‘흙길 팀’이 된다. ‘꽃놀이패’는 이 실시간 투표 과정에서 논란을 산 프로그램이다.
생방송 당시 개그맨 조세호는 햄버거를 먹는 배우 김민석에게 “그걸 혼자 다 먹냐”고 면박을 줬고, 서장훈은 투표 시스템이 아이돌 출연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에 투덜거렸다. 이는 편집 없이 생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비쳐져 태도 논란이 일었다. 생방송 예능 경험이 다소 부족한 두 사람이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이는 이제 첫걸음을 뗀 ‘꽃놀이패’에게는 정규 편성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포맷은 논란이 일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가능성이 있다. 바로 조세호-유병재라는 조합이다. 두 사람은 정규 방송에서 무한긍정에너지로 흙길을 거닐고, 서로 짓궂은 장난을 일삼으며 예상치 못한 호흡을 자랑했다. ‘꽃놀이패’는 논란은 있었지만 일회성으로 그치기 아쉬운 가능성이 엿보인 프로그램이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