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山戰水戰).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이르는 이 말이 어쩌면 그룹 엑소(EXO)에게도 적용 가능하겠다. 화려한 데뷔만큼이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 하지만 그 덕분(?)에 이들에겐 앞선 사자성어의 유의어인 백전노장(百戰老將)이란 표현도 제법 어울려 보인다.
‘세상일에 경험이 많아 여러 가지로 능란한 이’가 된, 데뷔 5년차 ‘넘사벽’ 대세 아이돌 말이다.
엑소는 지난 22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세 번째 단독 콘서트 ‘EXO PLANET #3 – The EXO’rDIUM –‘(엑소 플래닛 #3 –디 엑소디움–)을 진행 중이다.
이번 콘서트는 가수(팀) 단일 공연 사상 최초로 체조경기장 6회 공연 개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영예롭고 특별하다. 이들은 지난해 두 번째 콘서트 ‘EXO PLANET #2 – The EXO’luXion –‘(엑소 플래닛 #2 –디 엑솔루션 –)으로 세운 5회 공연 기록을 그들 스스로 경신했다.
하지만 지표로 드러난 공연 ‘성적’ 외에 내적인 성장도 일궈냈다는 점은 더욱 의미가 크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엑소는 출중한 라이브는 물론, 두말 할 것 없는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끝 모르게 진화 중인 ‘비글미’까지 선보였다. 흔한 표현이지만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이 걸맞는 무대였다.
★ 보는 공연 넘어 ‘즐기는’ 공연으로
데뷔 초부터 높은 팬덤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을 전석 매진시켜온 엑소지만 초창기 공연은 경험치 부족으로 신인티가 묻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게 당연한 사실. 하지만 이들은 드넓은 체조경기장을 자유자재로 씹어삼키며 ‘엑소의 시간‘이 결코 허투루 흐르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지난해 3월 서울을 시작으로 뉴욕, 시카고, LA, 도쿄, 베이징, 방콕, 쿠알라룸푸르 등 전 세계 주요 25개 도시에서 44회 두 번째 콘서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곳곳에서 꾸준히 선보여 온 월드투어는 엑소의 현재를 만들어준 원동력이다.
이번 공연에서 엑소는 ‘늑대와 미녀’, ‘으르렁’, ‘중독’, ‘LOVE ME RIGHT’ 등 히트곡과 최근 발매해 인기를 모은 정규 3집 더블 타이틀곡 ‘Monster’, ‘Lucky One’을 비롯해 ‘My Lady’, ‘My Turn To Cry’, ‘월광’, ‘Love, Love, Love’ 등 앨범 수록곡 메들리로 이뤄진 어쿠스틱 섹션,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인 ‘같이해’까지 총 37곡의 무대를 선사했다.
66m*13m 크기의 본 무대를 비롯한 대형 돌출 무대, 2~3층 객석까지 연결된 간이 무대, 대형중계 스크린 4개를 포함한 6개의 중계 스크린 등 초대형 규모의 무대 구성을 비롯해 레인커튼을 활용한 무대 효과 등 엄청난 물량공세는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엑소 스스로가 보는 콘서트를 넘어 함께 즐길만한 분위기로 공연을 이끌었다는 점은 한마디로 성장하는 아이돌의 전형, 그리고 여전히 잠재력이 무한한 이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할 만 하다. 엑소가 춤추면 즐거운 건 관객이었다.
★ 엑소와 엑소-엘, ‘그들이 사는 세상’
총 6회 공연을 통해 8만 4천 명의 관객을 동원할 예정인 이들이 관객들과 함께 보여준 합 또한 공연의 볼거리였다. 회당 1만 4천명의 관객은 마치 한 사람 같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일당백의 정신으로 떼창과 연호를 보낸 팬들로 인해 공연은 더욱 빛났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엑소의 공식 응원봉이 콘서트 소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흔한 야광봉이 아닌, 지정 어플을 통해 좌석번호를 입력, 블루투스로 연결해 연출팀의 조종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방식으로 설계됐는데 구역마다 음악의 분위기나 빠르기, 퍼포먼스의 강약에 따라 그 빛의 색깔과 깜빡이는 속도를 달리하며 장관이 연출됐다.
눈 뗄 수 없는 광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엑소의 수준급 팬 조련 스킬이었다. ‘엑소멘터리’ 등 팬들과의 다이렉트 소통로를 통해 ‘비글미’를 뽐내온 이들은 1만 4천 명의 관객을 철저히 무장해제시키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공연 중간중간 클로즈업 카메라를 향해 여유 있는 애교스러운 표정을 지어 뭇 여심을 설레게 한 것은 물론, 실제 멤버들이 비에 젖은 채 퍼포먼스하는 장면 말미엔 셔츠를 찢는 등 적절한 팬서비스로 환호를 자아냈다.
데뷔 후 크고 작은 고난을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든 엑소의 팬덤이 더욱 견고해졌음이 입증된 현장이었다.
★ 부상으로 빠진 카이 부재에 ‘팬들도 울고 카이도 울고’
단 하나 아쉬웠던 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멤버 카이의 부재였다. 카이는 23일 공연 도중 다리 부상을 입은 탓에 24일 공연 전 무대에 함께 하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강도 높은 퍼포먼스형 공연이 펼쳐졌기 때문. 카이는 이날 공연 초반 휠체어를 타고 등장, 어쿠스틱 섹션을 함께 소화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한 데 대한 속상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다. 카이는 “콘서트 연습을 하다가 발목을 한 번 다쳤었는데 어제 똑같은 부위를 다쳤다”며 “본의 아니게 부상을 입어 좋은 무대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울먹이는 카이에 팬들은 “괜찮아”를 연호하며 카이를 응원했다. 팬들의 연호에 카이는 “어제 다치고 나서 너무 속상해 너무 많이 울어 얼굴이 퉁퉁 부었다”며 “빨리 나아서 멋진 무대 보여드리겠다”고 다
다행히 뼈에 이상은 없지만 반복된 인대 손상으로 부상 부위에 절대 안정이 요구되는 상황. 현재로선 카이가 추후 남은 3회 공연에 온전히 설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엑소 단독 콘서트는 오는 29~31일 3일간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psyon@mk.co.kr/사진 SM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