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②] 류준열이 말하는 ‘응팔’, 연애 그리고 팬

[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류준열에 조심스레 물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저주를 믿느냐고. 그러자 그는 “‘응팔’은 제게 굉장히 소중한 작품”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하긴, 운세에서 ‘물가에 가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물가에 다가갈 정도로 ‘운빨’을 믿지 않는다는 류준열에게 ‘저주’란 단어가 다 무어란 말인가. 그저 보는 이들이 만든 ‘허울’이었을지도. 류준열을 보니 확실히 그 ‘저주’는 ‘허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류준열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운이란 건 전혀 믿지 않는 천재 게임회사 CEO 제수호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후 ‘응팔’) 이후 첫 지상파 주연을 꿰차게 된 셈. 그런 류준열에 ‘응답의 저주’, 즉 ‘응답하라’ 시리즈 주연을 맡은 후 한동안 부진을 겪어야 한다는 일종의 ‘징크스’를 믿느냐 물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개인적으로 ‘응팔’은 제게 정말 소중한 작품이다. 제가 그 드라마를 통해 팬들을 만나게 됐고, 그 이후의 행보를 가능하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응팔’ 자체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다. 노년이 되어서 오랜 시간을 되돌아볼 때 ‘류준열의 대표작은 응팔’이라고 해도 기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다.”

다행히 이번 작품을 통해 류준열은 팬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해달라 부탁했더니 “작품을 잘 마무리 했다는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에게 짓궂은 마음으로 ‘연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운빨로맨스’에서 그렇게 진한 로맨스를 펼쳤으니 연애할 마음이 들지 않느냐고 말이다. 대번에 “전혀”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애한 지 너무 오래 돼 기억이 안 나 속상한 제게 연애에 대한 질문은 상처다.(웃음) 제수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알거나 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서슴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친구다. 부끄럽지 않게끔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들이 재밌게 보여진 것 같다. 물론 제 연애와는 무관하다.(웃음) 지금 팬들을 사랑하고 있고, 지금 있는 행복과 사랑이 많아서 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 사진=이현지 기자

연애를 한지 너무나 오래됐다고 하는 류준열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세요, 사랑합시다’라는 말이다. 류준열에 그 말의 의미를 묻자 그는 “그 사랑과 이 사랑은 다르다”라며 재치 있게 받아쳤다. 그에게 팬들은 ‘휴식’이자 ‘원동력’이었다.

“오글거리게 들릴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팬에 대한 사랑은 끊임없다. 긍정적인 힘들이 나오는 건 다 팬들 덕분이다. 에너지를 얻고, 다음 작품을 이어가는 힘이 바로 팬이다. 다음을 원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보답을 하는 게 도리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쉴 틈 없이 하는 거다. 팬들을 만나는 것, 그게 제게는 휴식이다.”

아무리 ‘팬들의 사랑’이 휴식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휴식이 없어도 되는 걸까. 류준열은 드라마가 끝나기 무섭게 영화 ‘택시 운전사’ 촬영 장소로 떠났다. 드라마 촬영 중간 중간에도 영화 ‘더킹’과 ‘택시 운전사’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촬영을 진행했던 류준열. 그에게 영화에서 만난 송강호, 조인성 등의 배우들과의 호흡을 살짝 물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어마어마하다. 옆에서 바라보고, 같은 카메라 안에서 움직이고 숨쉬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다. ‘더킹’은 배우는 현장이었고, ‘택시 운전사’ 현장에선 시시때때로 감동을 받고 있다. 특히 유해진 선배님과는 나영석 PD님과의 인연이 있어 서로 나 PD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정말 배우는 게 많은 현장들이다.”

그렇게 ‘응답의 저주’를 털고, 류준열은 스스로 도전을 택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이제 ‘질주’만을 남긴 류준열은 “지금 나에게 팬은 100%”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도전을 묵묵하게 지켜봐주는 팬들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류준열은 과연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 오래, 그리고 꾸준하게 보여주고 싶은 배우, 류준열은 그런 배우를 꿈꿨다.

↑ 사진=이현지 기자

“지금 작품을 통해 만나뵙는 수많은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다. ‘오래하는 배우’가 제 목표다. 존경하고 닮고싶은 배우들은 오래 하는 분들이다. 지금 제가 함께 작품하는 송강호 선배님, 유해진 선배님, 조인성 선배님 모두 제가 학생 때부터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보고 자란 분들이다. 닮고 싶고, 부럽고, 존경한다. 저도 그렇게 오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