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오종혁이 오른 연극이나 뮤지컬은 보면 어느 하나 쉬운 작품이 없다. 어디 쉬운 작품과 역할이 있겠냐만, 그의 선택은 유독 그렇다. 동성애를 다룬 ‘프라이드’나, 순발력이 요구되는 ‘서툰 사람들’,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조이를 맡은 ‘킬 미 나우’, 그 힘들다는 송스루 ‘노트르담 드 파리’까지, 오종혁은 무대는 매번 ‘도전’의 힘이 묻어났다.
“선택을 그렇게 했어요. 제가 못할 거 같은 작품이 찾아왔고, 저 또한 한 가지만 계속하면 스스로 소비만 될 거 같아서 도전하게 된 거죠. 매번 크 스트레스긴 해요(웃음). 부담에 ‘왜 한다고 했을까’라는 생각도 든 적 있죠. 작품마다 즐기면서 하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확실히 오종혁은 ‘성장’하고 있다. 쉽지 않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자신을 갈고 닦고, 내보여 한 발자국 더 발을 내딛는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오종혁이?’라는 우려를 깡그리 무너뜨리는 것이고, 이는 또 다른 도전의 기회가 된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에서 오종혁은 ‘발성 연습’을 통해 거듭났다. ‘클릭비’로 활동해 한 번도 노래를 배운 적 없지만, 홍광호, 서범석 등과 무대에 오르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절감(切感)한 것.
“연극 뮤지컬 모두 제 목소리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공연 3주 전에 음악감독님에게 말하고 바꾸기 시작했어요. 단시간에 절실했어요.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했지만요.”
“전 스스로를 봐요. ‘이만큼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않고, 움직이는 만큼 분명 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무대에서 여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조금만 마음이 느슨해지면 성장 속도도 더디고, 반응도 달라져요. 하는 만큼 달라지는 거죠.”
“무대 위에서 여유롭게 능청을 부리고 관객들을 웃기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극의 감초역할을 하는 모습 정말 알고 싶고 대단해 보여요. 언젠가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지금 제가 하기에는 아직 버거운 것 같지만요. 순간적인 재치 타이밍, 호흡 싸움이잖아요. 전 아직 잘 모르겠어서, 제작사나 같이 한 배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에요. 가장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고요.”
최선을 다해 임했지만 스스로에게 만족감이 들지 않는 것처럼 괴로운 것도 없다. 오종혁은 스스로에게 냉정했다. 자신의 결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는 곧 ‘채울 것’들이 됐고, 채워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전작인 ‘킬 미 나우’에서는 오종혁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는 무대를 만들어 쏟아지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팬이 캡처를 보내줬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한 커플이 작품을 보러 왔는데, 공연을 본 지 한 시간이 넘어서 ‘오종혁은 언제 나와’ 했다는 거예요. 정말 고마웠어요. 저로 안보였다는 말을 들으니 제가 ‘틀리게 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킬 미 나우’ 선천성 장애를 가진 조이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약 12kg감량을 했다. 하지만 ‘노담’ 역할 상, 몸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공연이 끝난 11시 즈음에도 집이 아닌 헬스장으로 향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작품이 끝난 후 운동을 감행한다는 말에서, 그의 열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12kg 빠졌는데 너무 왜소하더라고요. 페뷔스 옷도 무겁고, 근위대장을 표현하는 데 좀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kg도 찌웠는데. 스스로 권투, 펜싱을 한 잽싼 근위대장이라고 하죠(웃음).”
‘노담’에 오르면서 발성을 배우게 됐고, 이에 초연, 재연, 삼연에 오르는 ‘그날들’에 임하는 마음 역시 조금은 달라졌다.
“초연, 재연, 삼연으로 작품에 들어가는 게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늘 같은 모습 보이면 식상할 거 같고 저 또한 바뀌지 않은 모습 보인다는 게 부담되더라고요. 발성 배우면서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영이라는 캐릭터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나 조건이 충분하지 않아서. 어떻게 바꿔야 할지 깜깜한 부분도 있었지만 노래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설득력과 디테일도 더하고 싶고요.”
이처럼 오종혁을 쉬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쉴 틈 없이 움직이고, 도전하고, 깎고 다듬는다. 자신에 대한 여유가 도대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작품에 대한 열정도 어마어마하지만,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는 그에게는 앞으로의 성장과, 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대의 소중함은 늦게 깨달았어요. 2년 가까이 아무 일도 못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됐죠. 힘들게 지내면서 아침에 ‘내가 몇 살인데 왜 이러고 있지’ ‘나는 바닥이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동시에 ‘올라가자 올라가자’라고 말했죠. 그 시기를 겪은 지 조금 있음 10년이 되네요. 10년 전 오종혁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움직여라!’,
“‘노담’은 저한테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장르에 도전 할 수 있는 기회가 늦춰지지 않았을까 싶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