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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신자-빨간 옷 소녀의 저주'(이하 마신자)에서 공포를 전하는 캐릭터는 어디서 본 듯하다. 섬뜩한 분위기와 형상으로 공포를 전한 과거 영화 속 모습과 비슷하지만 무엇을 생각해도 그보다는 더 기괴하고 소름이 돋을 만하다.
그 물체가 전하는 긴장감과 두려움이 관객의 고개를 스크린에서 돌리게 한다. 어린 소녀의 형상이라고 무시하면 그 잔상이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르겠다. 섬뜩하고 숨 막힌다.
역시 공포영화는 뭐니뭐니해도 주인공들에게, 관객들에게 공포를 전하는 이를 어떻게 표현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만공포 '마신자'의 전략은 나름 성공적이다.
1998년 대만 타이중 지역에서 원인불명으로 사망한 일가족의 유품 카메라에 찍혀있던 빨간 옷 소녀가 20년간 대만을 놀라게 한 공포의 주인공이다. 함께 그룹 여행을 간 누구도 "빨간 옷 소녀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미스터리로 남았다. 2014년에는 실종됐다 발견된 여성이 "빨간 옷을 입은 소녀가 빨간 우산을 쓰고 날 데리고 갔다"고 밝혀, 다시 대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빨간 옷 소녀는 '원숭이 혹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사람들을 홀려 영혼을 빼앗아가는 귀신'이라는 뜻의 '마신자'라고도 불리는데, 아직도 대만에서는 산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어깨를 치는 행동이 금기로 남아 있을 정도다.
웨이-하오 청 감독은 '이름을 불러 영혼을 홀리고, 죄책감을 이용해 정신을 빼앗는다'는 대만의 이 미스터리를 스크린으로 구현했다. 앞서 대만에서 10년 만에 공포영화 흥행 스코어 1위를 기록하기도 해 국내 흥행 기대감을 높인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허쯔웨이(황하). 그는 할머니보다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우선이다. 할머니에게 짜증을 부리고 여자친구에게는 더 잘해주지 못해 안달이다. 가계약을 한 멋드러진 빌딩에서 션이쥔(허위녕)에게 프러포즈를 했으나, 거절당한다. 아이 낳는 걸 완강히 거부한 션위쥔 탓 두 사람의 분위기는 냉랭해진다.
같은 시각 허쯔웨이의 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다음날 한동안 실종됐던 할머니의 친구가 등장하고, 그는 "내가 이름을 불렀어. 내가…"라고 흐느끼며 허쯔웨이에게 연신 사과를 한다. 며칠 뒤 허쯔웨이의 할머니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션위쥔. 하지만 이번에는 허쯔웨이가 사라진다.
빨간 옷 소녀 괴담과 연관돼 있다는 불길함을 느낀 션이쥔은 남자친구를 찾아나선다. 방송국 DJ이기도 한 션이쥔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괴담과 연관된 한 산(山)의 이름을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영화는 이 미스터리를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무거운 죄책감으로 풀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남녀 주인공의 사연이 영화를 집중력 있게 바라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션이쥔이 결혼을 거부한 이유가 산속에서 밝혀지면서 영화를 향한 몰입도를 높인다. 아시아 나라에서 통용 가능하
번뜩이는 감독의 아이디어도 군데군데 확인할 수 있어 충격을 더한다. 대만 공포영화가 이렇게 무섭다니. 한국 공포영화도 분발해야 할 듯싶다. 대만 로맨스 '나의 소녀시대'에 이어 대만 공포영화도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가?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