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캐스팅 잘한 아역배우 하나, 열 성인배우 부럽지 않다.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속 또래들을 대변하고 나선 아역배우 김현수에게 제격인 말이다. 영화 ‘도가니’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 아역을 하던 귀여운 꼬마가 이제는 성인배우들과 함께 큰 스크린을 휘젓고 다닌다.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으로, 주연(김혜수 분)을 중심으로 싱글족 트랜드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나간다. 화려한 삶 뒤에 진짜 주연의 현실을 보여주며 외로운 삶에서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내 편에 목 말라하는 주연은 그 과정에서 중학생 단지(김현수 분)를 만나 동거를 시작한다.
![]() |
김현수는 시크하고 당돌하지만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한 여중생 단지 역으로 분해 성인배우 못지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그는 오디션 때부터 김혜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결국 김혜수가 직접 단지 역에 가장 적합하다고 추천해 ‘굿바이 싱글’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동안 영화 ‘도가니’ ‘간신’ ‘살인자’ 등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다수 출연한 김현수는 ‘굿바이 싱글’로 가족, 친구들과 다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이 생겨 좋다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VIP시사회 때 영화 처음 봤다. 그동안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찍어 와서 본 적이 없다. 가족들이 다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촬영하게 됐고 영화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너무 좋다. 그동안 친구들도 보고 싶어 했었는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니 볼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너는 왜 못 보는 영화만 찍냐’고 그러더라.(웃음) 이번엔 친구들에게 당당할 수 있어서 좋다.”
오디션에 붙고 나서 김현수는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그동안 맡아왔던 캐릭터보단 분량도 많았고, ‘굿바이 싱글’에서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준비할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하나하나 연기를 해가며 재미를 느끼는 부분도 존재했다. 특히 실제 성격과 정반대인 부분에서 쾌감이 폭발했다.
“단지라는 역할이 사실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른들한테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모습은 실제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재밌게 느껴졌었다. 여성스럽지 않는 건 실제와 비슷한 부분인데, 나는 낯가림이 심하고 화가 나도 참는 편이라면 단지는 정반대였다. 간접 경험을 통해서 속 시원한 부분이 있었다. 어른들 앞에서 욕도 하고 단지가 전 남자친구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것도 좋았다.”
![]() |
김현수는 가정사가 별로 안 좋다보니 그만큼 사랑도 못 받으면서 자랐던 단지를 이해하고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겉으로는 시크해보이지만 사랑 받고 싶어 하는 보통의 중학생 같은 아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주연(김혜수 분)을 만나면서 점점 친해지고 사랑 받는 모습을 중점으로 그려냈다. 특히 임산부 연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어머니의 조언도 구했다.
“임산부 연기 공부를 많이 했어야 했다. 엄마에게 많이 여쭤봤던 것 같다. (배가 무거우니) 걷는 것도 힘들어하고 앉을 때도 그냥 앉는 게 아니더라. 사실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특수 분장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색달랐다. 처음 해본 경험이었는데 신기했고 재밌었다. 촬영할 때 걸리적거리고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좋았던 경험이다. 미혼모에 대한 이해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별을 보내다’라는 미혼모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미혼모에 대해 이해해갔다.”
김현수는 김혜수를 ‘언니’라 칭하며 현장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 때문일까. 두 사람의 호흡은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김혜수와 김현수는 서로 상반된 환경 속에서 접점을 향해가며 유쾌한 케미부터 답답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사이다 같은 시원한 언행으로 여여(女女) 케미를 이끌었다.
“촬영하기 전에 김혜수 언니에게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요 라고 물어 봤더니 빨리 친해질 수 있게 ‘언니’라고 편하게 하라고 했다. 첫 인상은 뭔가 후광이 있었다. 항상 영화로만 봤어서 시크하고 도도한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닌 걸 알고 신기하고 더 좋았던 것 같다. 함께 촬영하면서 감정 연기 부분에서 어려운 적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기다려주면서 괜찮다며 이해해줬다. 옆에서 대사를 계속 해주면서 감정이 올라오면 하자고 위로도 해주시고 감사했다.”
긴 호흡으로 ‘굿바이 싱글’과 함께 했던 김현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 전에는 역할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누군가의 아역을 많이 해서 감독님과의 대화를 할 기회가 적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연기할 때 자세도 알게 됐다. 특히 김혜수 선배를 보면서 배운 게 많았다”며 웃었다.
![]()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