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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조 밴드 FT아일랜드는 2007년 아이돌 댄스그룹 붐 업 속 등장한 아이돌 밴드였다. 국내 1호 아이돌 밴드라는 표현은 분명 영예로운 호칭이었지만, 동시에 기분 좋지만은 않은 꼬리표가 되기도 했다.
‘아이돌 밴드도 밴드냐’는 일각의 조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혹자의 시샘 어린 눈빛까지. 하지만 그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해나간 이들은, 적어도 음악을 들어본 이라면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을 일궈냈다.
그 결과물은 18일 발매된 정규 6집 ‘웨어스 더 트루스(Where’s the truth?)’에 고스란히 담겼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FT아일랜드는 하드록 장르의 곡 ‘테이크 미 나우’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데 대해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강한 곡”이라며 “지난해 보여줬던 밴드의 모습을 한 번 더 각인시키기 위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FT아일랜드는 ‘밴드 이미지 구축’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은 의심의 여지없이 밴드이나,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그렇지 않다는 방증일 터다.
대중이 생각하는 FT아일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것 같느냐 묻자 이홍기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FNC가 만든 이미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만족 혹은 불만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건 저희의 모습이 아니죠”라며 부연을 이어갔다.
“어찌됐든 처음 우리가 태어났을 때의 이미지나, 이후 해온 스타일의 음악은 아무래도 대중성에 치우쳐져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계속 음악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이 생겼고, 우리가 찾는 색깔이 있었기 때문에 (최근의 움직임은) 그 전에 했던 것에서 다른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밴드로서 정체성을 굳힌 이들은 오히려 일본에서 진정 하고자 하는 음악을 해오고 있었다. 온전히 자작곡을 전 곡으로 채운 지난 앨범이, 이들의 진짜를 담은 셈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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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대중성과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중간점을 찾을 수 있느냐였어요. 평생 숙제였는데, 일단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이건데 어떠세요?’라고 접근하며 어느 정도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난 뒤에 좀 더 다양한 노래들로 찾아뵙는 게 순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음악적 변화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스스로 음악적으로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겪은 ‘내적’ 투쟁도 존재했지만 대중에 앞서 소속사 윗선들을 음악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설득하기까지의 투쟁도 존재했다.
“투쟁... 그렇죠. 정말 많았죠. ‘지독하게’ 앨범이 나오고 나서 (소속사에) 우리 음악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회사에선 자연스럽게 점점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가 원하는 색깔과 대중성이 어느 정도 있는 음악으로 가자 하셨죠. 그렇게 해서 다른 앨범이 나오고, 또 나왔는데 (성적 면에서) 잘 안 됐어요. 우리로선 명분이 생긴 거죠. 우린 이제 우리 갈 길 가겠다고, 놓아달라 하자 쿨하게 OK 하셨습니다.”(이홍기)
그렇게 처음으로, 오롯이 FT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채워진 지난 앨범은 음원차트에서 역대 최저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으니, 차트 성적 외 모든 지표가 더 상승한 것이다.
“음원성적은 역대 제일 안 나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음원 성적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대해 다 올라갔어요. 앨범 판매량도 늘었고, 갑자기 팬클럽 수가 늘었어요. 콘서트를 하면 더 많이 찾아와주시고, 남성팬분도 늘었고요. 회사에선 할 말이 없어진 거죠.”
그렇게 내놓은 타이틀곡 ‘테이프 미 나우’는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밴드 사운드의 강렬하고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은 하드 록 장르의 곡이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장르를 선택한 만큼 과거처럼 음원차트 성적에 연연하진 않을 것이란 게 이들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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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새 앨범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앨범 타이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FT아일랜드는 그들만의 진실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뻔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느 때보다 진솔했다.
“어려서부터 해 온 밴드인데도 불구하고 보컬 중심이 되는 콘셉트를 많이 했었어요. 대중적인 음악을 할 때, 대중에게 쉽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편견이 있었는데,
그렇게 해보니 별로더라. 그 편견과 오해를 깨고 싶도,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을 가겠다는 의미. 진실을 우리가 찾겠다는 의미고, 우리에게 조언해주는 분들은 고마운 분들이지만, 그래도 다 해봤으니까 이제는 우리 길을 우리가 찾아 가겠다는 메시지입니다.“(최민환)
“우린 늘 문을 깨고 다녔어요. 아이돌 밴드 자체도 우리가 처음이었고, 회사에서도 처음이었고요. 뭘 해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좋은 실력으로 대한민국 밴드로서 할 수 있는 첫 번째 것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고요. 조언은 감사하지만, 우린 우리가 직접 느끼고 배우겠다는 반항적인, 거친 의미입니다.”(이홍기)
핸드싱크 밴드, 아이돌 밴드라는 호칭에
“아직도 핸드싱크라고 얕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웃고 넘겨요. 그런데 아이돌이라 불러주시는 건 은근히 좋더라고요. 3년 전만 해도 아이돌 싫다 했는데, 이젠 좋아졌어요. 우리 아직 괜찮나? 그런 마음이죠 하하.”
psyon@mk.co.kr/사진 FNC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