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간이 하늘에 닿기 위해 쌓아 올린 탑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오만함 때문에 한 언어가 제각기 분리됐고, 건축하는 이들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자 바벨탑은 완성되지 않았다. 바벨탑에서 착안한 tvN '바벨 250'은 7개국에서 모인 7명의 참가자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1일 방송한 '바벨 250'에서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한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서로 첫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국적뿐만 아니라 삼바 댄서, 자산 1조 원의 부자, 콘서트 디렉터 등 직업도 달랐다. 한국 대표로는 배우 이기우가 참가했다.
'모국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큰 틀 속에서 참가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이기우는 브라질에서 온 마테우스와 대화했지만, 서로의 말은 섞이지 못해 어긋나기만 했다. 이기우는 갈증 때문에 물을 찾던 마테우스의 속마음을 결국 알아채지 못했다. 연이어 출연자들이 등장할수록 이기우는 답답한 가슴만 쳐야 했다.
이들은 함께 모내기를 하고 새참을 먹는 등 살을 맞대면서 가까워졌다. 첫 만남 때부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태국 출신의 타논은 1일 차 리더가 됐다. 프랑스의 니콜라는 환한 미소로 현지 주민들과 교감을 쌓았다. 뚜렷한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없었지만, 큰 무리 없이 다랭이(多+ lang + 異) 마을에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제작진은 '바벨 250' 출연자들이 생활하는 곳을 도시가 아닌 농어촌으로 한정했다. 자급자족해야 환경에서 각자의 의사소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육체노동을 하면서 주고받는 언어를 모국어로 한정한 것도 언어를 통일하는 과정에서의 출연자들의 변화도 엿볼 수 있을 듯했다.
첫 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소개가 대부분 분량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이들이 저녁에 모여 언어를 새로 만드는 과정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불통 속에서 소통으로 가는 과정'을 담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개인들이 만들 철학들은 다양한 리더십과 인종, 국가를 넘어선 우정과 사랑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바벨 250'은 전형적인 여행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농어촌에서 일을 하고, 장면 사이사이에 잔잔한 배경음악이 포함된 것은 '삼시세끼'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이들이 탑을 쌓아가듯이 말을 맞추고 협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프로그램의 특징을 잘 살려낼 수 있어 보였다.
시청자들은 방송 후 마지막 장면의 편집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일일 리더가 된 타논이 주민에게 받아온 닭을 '무자비'하게 죽인 것처럼 보여져서다.
제작진은 이 장면에서 타논의 눈빛을 붉게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하고, 당황한 모습으로 타논을 언급하는 듯한 출연자들을 교차시켰다. 다음 회에 구체적으로 나오는 타논의 행동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바벨250'은 바벨탑을 소재로, 다양한 언어를 한곳에 모아두고 생기는 변화를 관찰한다는 점에서 분명 새로운 시도다. 약 6천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100만 명 이상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250가지다. '바벨탑'과 '250'를 붙인 '바벨 250'은 7개국의 7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생활을 따라 재미와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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