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생소한 ‘좀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로웠다. 여기에 통렬함과 긴장감, 강한 메시지까지 담았다. 칸에서의 호평이 더 자랑스러워졌고, 호기심은 금세 만족감으로 변했다. ‘원더걸스’ 출신 배우 안소희의 어색한 연기만 빼면, 정말이지 완벽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산행’이 11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미 칸 국제 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찬사를 받은 터라 관람 전부터 기대가 컸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눈을 뗄 수 없는 숨막히는 전개가 이어졌다.
영화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다. 제작진은 이 부산행 열차에서 우리가 지내고 있는 공간의 현실감과 그 공간에서 오는 긴장감을 동시에 전하고자 세심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다.
열차의 밖은 국내 영화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거대하고 강렬한 영사 장치와 수십개의 조명들로 가득 채웠다는 후문. 여기에 제각기 다른 사연, 관계를 지닌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결국은 특별함 없는 일상의 우리들을 보는 듯해 몰입이 더 잘 된다.
메인 소재인 ‘좀비’ 역시 독특하다. 친숙한 듯 낯선 비주얼을 선보이는 이들은 국내 정서가 녹아 든 감염자의 모습이다. 100여명이 넘는 감염자들이 제각각 다른 비주얼로 표현, 할리우드 식 이미지가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염 정도가 다른 현실적인 좀비의 형태다.
게다가 장르성의 파격을 넘어 깊이 있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생존을 위한 군중들의 이기심, 보이지 않은 사회 속 계급 갈등, 재난 사태에 대응하는 국가의 태도 등 굵직한 메시지들이 조화롭게 녹아있다.
압도적인 스케일, 스펙터클한 영상은 물론 스토리와 연출, 메시지까지 등 어떤 면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단, 잊혀질만 하면 툭툭 튀어나와 몰입을 방해하는 안소희의 연기력만 제외하면.
‘부산행’에는 공유 정유미 마동석을 필두로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공유와 마동석은 거친 액션에서부터 뭉클한 감정 연기까지, 뭐 하나 놓치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든다. 정유미는 긴급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빠르게 사람들을 돕는, 지혜롭고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다. 최우식과 안소희는 풋풋한 고등학생 커플로 그림 같은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연기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제외하면 ‘부산행’은 미개척 분야 속 한국판 좀비버스터로서 완벽에 가깝다.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국내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영화임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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