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최근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시청률 20%돌파를 앞둔 이 드라마에는 천방지축 소녀로 변신한 박신혜, 대기업 장남이 된 윤균상,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녀 이성경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 가운데 가장 빛나는 사람은 바로 배우 김래원이다.
김래원은 ‘닥터스’에서 혜정(박신혜 분)의 고교 담임이자 훗날 국일병원의 신경외과 교수가 되는 홍지홍 역을 맡았다. 그는 13년 만에 재회한 유혜정에게 “애인 있어?” “13년 전 널 잡았어야 했는데”와 같은 특유의 ‘돌직구’ 고백으로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는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고 ‘김래원의 재발견’이라는 호응을 얻었다.
김래원이 대세 ‘로코’ 배우가 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최근 작품들에서 그는 깡패, 속물 검사와 같은 선 굵은 역할을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이면 기시감을 느낀다. 사실 김래원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 줄 알았던, 원조 ‘여심 사냥꾼’이었다.
↑ 디자인=이주영 |
◇2002 MBC ‘내사랑 팥쥐’
김래원은 2002년 방송된 ‘내사랑 팥쥐’에서 놀이공원 내 동물팀에서 일하는 물개 조련사이자 여자 주인공 장나라 분을 짝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순정남 김현성 역을 열연했다.
김래원은 당초 장나라를 짝사랑하다가 죽음을 맞는 불쌍한 조연으로 설정됐으나 드라마의 홈페이지에는 “김래원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장나라-김재원의 러브라인이 이야기의 중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은 김래원에게 쏟아진 셈이었다.
착한 남자 김래원은 이 드라마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억원의 게런티로 의류업체 모델로 발탁됐으며 인기도 조사에서 7위에 오르며 비, 차태현, 조인성, 원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어 MBC ‘눈사람’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나갔다.
◇2003년 MBC ‘옥탑방 고양이’
‘내사랑 팥쥐’ ‘눈사람’을 이후 많은 이들이 김래원 주연의 멜로드라마를 원했다. 그리고 2003년 그를 대표하는 작품 MBC ‘옥탑방 고양이’를 만났다. ‘옥탑방 고양이’는 척스런 또순이 남정은(정다빈 분)과 고시생 이경민(김래원 분)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동거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14.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평범한 시청률로 출발한 ‘옥탑방 고양이’는 15회 만에 평균 시청률 31.5%라는, SBS ‘올인’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긴 미니시리즈가 됐다. 김래원이 ‘검증된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김래원은 툭툭 던지는 말투, 능청스러운 역할을 소화해내며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2004년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다음해 김래원은 자신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났다. 2004년 SBS에서 방송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사법고시에 패스한 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한 김래원, 미국 교포로 역시 하버드대 로스쿨에 다니는 이정진은 김태희를 사이에 두고 불꽃 튀는 삼각관계를 벌였다.
김래원은 운동을 통한 체력단련으로 가꾼 완벽한 몸매로 남성미를 발산했다. 1, 2회 연속 샤워 신을 선보이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터치다운 키스’를 비롯, 김태희와 함께한 달달한 장면들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설레는 장면이다. 김래원은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통해 기존의 밝고 천연덕스러운 이미지에 ‘성실함’까지 겸비하게 됐다.
◇2006년 ‘넌 어느 별에서 왔니’
2006년 김래원은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최승희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였지만 여전히 밝고 쾌활한 이미지 였고 시청자들 역시 변함없는 사랑으로 호응했다. 김래원과의 호흡은 빛났고 시청자들은 ‘래원-려원’ 커플이라는 귀여운 애칭을 붙여줬다.
김래원은 사고로 잃은 자신의 옛 연인과 똑같이 생긴 여자 정려원을 사랑하게 된 영화감독 승희 역을 맡았다. 백마탄 왕자 캐릭터였었기에 반응은 뜨거웠고 여성들은 ‘김래원 같은 왕자’를 찾아 나섰다. 드라마의 호응에 힘입어 그는 정려원과 열애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1년 SBS ‘천일의 약속’
2009년 입대로 인해 김래원은 한 차례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복귀작으로 SBS ‘천일의 약속’을 선택했다. 남자 주인공 지형 역을 맡은 그는 기억을 잃어가는 여주인공 서연(수애 분)과 사랑을 책임지는 지고지순한 남자의 순애보를 선보였다.
‘천일의 약속’은 모두가 인정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후반부 다소 느린 전개에 시청자들은 쓴 소리를 뱉었고 시청률은 하락했다. 하지만 작품성에 대해 논하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표현력이 돋보였고 슬픈 상황을 극대화 시키는 ‘정통 멜로’였다. 김래원은 김수현의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자신의 역할에 이입, 새드앤딩과 함께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2014 SBS ‘펀치’
‘펀치’ 속 김래원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졌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였다. 김래원은 출세욕에 눈이 먼 속물검사 박정환을 열연했다. 시한부판정까지 받으면서 그는 폭주하기 시작, 3개월 안에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딸과 아내의 삶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펀치’는 멜로드라마가 아닌 사람의 권력욕을 적나라하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