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 연재 기고 =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10)]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여름(6월~8월) 영화시장을 분석했다. 그 중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기준으로 여름 영화시장 특징을 뽑았다.
여름 영화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연간 시장까지 키웠다. 30대와 여성관객이 주도하면서 관람시기는 점점 더 8월로 옮겨가고 있었다. 한국영화와 15세이상관람가가 우위였다. 상위권 영화에 몰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었으며, 관객만족도는 상승하고 있었다. 올 여름은 누적 7000만 명이 관람할 것으로 보이며, 20대와 남성이 선호하는 영화들이 대형 흥행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영화 강세는 예년처럼 그대로 이어지면서도 외국영화 1편 정도와 12세이상관람가 영화가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객 관련 수치는 영진위 통합전산망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관객구성 비율은 관객점유율 99%를 차지하는 영화들을 대상으로 주요 예매사이트의 예매비율을 조사했다.
여름 영화시장 빠르게 성장: 누적관객 6700만 명, 매출액 5130억 원이 지난 3년 간 여름 영화시장의 평균 규모다. 10년 간 흐름을 보면, 여름 시장은 연간 시장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여름 누적관객은 2006년 4000만 명에서 2015년 6850만 명으로 1.7배 증가했다. 여름 매출액은 2006년 2466억 원에서 2015년 5367억 원으로 2.5배 증가했다. 여름 시장이 커지면서 연간 누적관객은 10년 전보다 1.5배, 매출액은 1.9배가 증가했다.
여름 시장의 증가율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11년 9%, 2012년 16% 증가하다가 2013년 10%, 2014년 4% 증가에 그쳤고, 2015년은 0.8% 증가에 불과했다. 여름 시장의 절대 수치는 지속적으로 커졌지만, 연간 2억 명 시장이 된 2013년부터 여름 시장은 성장이 둔화됐다.
30대와 여성 관객 주도: 최근 3년 간 여름 시장을 주도하는 관객은 30대와 여성이다. 흥행작들의 평균 예매 성별 비율은 여성 56%, 남성 44%였다. 연령대 비율은 10대 이하 3%, 20대 33%, 30대 36%, 40대 이상 28%였다. 특히 30대는 3년 평균 뿐만 아니라 10년 평균에서도 가장 높다. 30대는 직장인관객과 가족동반관객의 포지션을 동시에 갖는 관객층이기 때문에 휴가철에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8월 첫 주 집중: 관람 시기는 8월 첫 주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름 시장의 월별 관객 비중은 6월 24%, 7월 31%, 8월 46%였다. 8월 비중은 2억 명 시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별로는 8월 15일, 8월 2일, 8월 3일, 8월 9일, 8월 1일 순으로 흥행 최상위 날짜였다(평균 관객수 기준). 10년 간 평균에서도 일별 분포는 유사하다. 따라서 92일 중 8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2주가량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는 기간이다.
한국영화 우위: 여름 관객은 한국영화를 외국영화보다 더 선호했다. 한국영화는 평균 점유율 58%(평균 관객 3883만 명), 외국영화는 평균 점유율 42%(평균 관객 2851만 명)였다. 10년 간 흐름을 보면, 여름 관객이 한국영화를 확실하게 더 선호하는 시점은 2012년부터다. 그 전까지는 <괴물>이 개봉한 2006년과 <해운대>가 개봉한 2009년만 한국영화 점유율이 과반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영화는 2012년부터 작년 여름까지 4년 연속으로 과반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에는 한국영화의 여름 점유율이 연간 점유율을 넘어서 여름 경쟁력 자체가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대표국적별로 강세 기간이 다른데 한국영화는 8월 초, 미국영화는 6월 초와 7월 중순에 강세였다. 양국 블록버스터들의 엇갈린 개봉 시기가 원인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영화 블록버스터들은 미국영화보다 시장을 더 좁게 가져가고 있다.
상위권 몰림 현상 강화: 여름 관객은 매년 상위 영화에 더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1위 영화의 관객점유율은 2013년 <설국열차> 14%, 2014년 <명량> 25%, 2015년 <암살> 18%였다. 상위 10편의 관객점유율은 2013년 73%, 2014년 79%, 2015년 82%로 증가했다. 특히 관객 절반 이상이 2013년 6편, 2014년 5편, 2103년 4편에 몰렸다. 연도별로 100개관 이상 상영작이 50편, 61편, 55편인 것과 비교하면 몰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흥행이 검증된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관객만족도 상승: 개봉 초반 관객평점 8.0점이 여름 시장에서 대형 흥행의 필요조건이다. 흥행 구간별 평균 평점은 관객 600만 명 이상 7.9점, 400~500만 명 7.7점, 200~300만 명 7.6점, 100만 명 7.1점으로 관객 수가 많을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상영 후반으로 갈수록 평점은 낮아지기 때문에 초반에는 흥행 구간별로 +0.1~0.2점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큰 시장에서 대형 흥행을 노릴수록 초반에 그물을 넓게 펴는 것보다 타깃 관객을 집결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겠다. 한편, 연도별 흥행작 평균 평점은 2013년 7.3점, 2014년 7.6점, 2015년 8.0점으로 매년 증가했다. 여름 관객 입장에서 마케팅 기대치와 콘텐트 만족도 간에 괴리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 올 여름 시장 전망 – 7000만 명 돌파, 역대 최대 여름시장 가능
올 여름 영화시장 전망은 그 동안 여름 영화시장의 특징을 기준으로 예년과 동일할 것인지 다를 것인지 판단하면 된다.
첫째, 올 여름 누적관객은 7000만 명을 최초로 돌파할 것이다. 이미 6월 1700만 명이 관람했으니 7월~8월 누적관객은 5300만 명 이상일 것이다.
여름 시장 증가율 둔화 추세를 누구의 입장에서 해석할 것인가 문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일정한 관람 습관이 형성된 것이다. 작년 여름이 그랬다. 메르스 상황에서 6월은 급감했지만 7월과 8월에 6월 감소량만큼 더 봤다. 올해 월별 상황도 그랬다. 1월, 3월, 4월에 보지 않은 만큼을 2월, 5월, 6월에 관객들은 더 봤다. 그래서 상반기는 전년보다 70만 명 줄어든 99% 수준까지 좁혔다. 즉, 감소한 관객은 추가적인 잠재관객이나 마찬가지다.
잠재관객들이 영화관에 나오기 가장 좋은 시기가 여름이다. 분기 단위가 아니라 계절 단위로 보면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발생한 잠재관객은 +640만 명 정도였다. 6월 관객 1700만 명 중에서 280만 명 정도가 잠재관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산수를 하면, 올 여름은 증가율 반등을 하며 관객은 작년보다 3% 이상 증가로 추정됐다.
둘째, 올 여름 대형 흥행에는 30대보다 20대 관객의 선호도를 얻는 편이 더 유리할 것이다. 집중 관람 시기는 예년과 동일하게 8월 첫 주부터 큰 시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주요 관객층인 20대 관객이 8월에 관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름의 주도 관객은 30대다. 그런데 작년 여름만 떼놓고 보면 20대였다. 6월을 20대가 주도하면서 30대와 40대보다 비율이 더 높아졌다. 20대 강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것이냐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냐 문제다. 작년 여름은 특수한 상황이 있었고, 당시 흥행작들의 개봉 초반에는 30대가 주도하기도 했으며, 지난 10년 간 데이터를 보면 20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0대 이상보다 낮았던 연령대였다. 여러모로 일시적인 현상을 가리킨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흥행작을 분석한 결과, 작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었다. 20대가 평균 41% 비율로 상반기 흥행작을 이끌었다. 또한 수년 간 30대가 수행했던 얼리어답터 역할을 올해에는 20대가 수행했다. 그래서 올 여름은 30대보다 20대가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20대 관객의 월별 관람시기가 중요한데 지난 10년 동안 20대 관객은 7월보다 8월에 더 몰렸다. 올해 가장 비중이 높은 20대 관객의 관람시기가 월별 관객이 가장 많은 8월에 집중된 것이다. 따라서 주도하는 관객의 연령대가 달라지더라도 8월이 가장 큰 시장이 되는 것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셋째, 올 여름에도 한국영화 여름 강세 유지한다. 상반기에 예년과 다른 변화가 없었다. 예년과 동일하게 한국영화는 약세였다.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 43%가 7~8월에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다. 여름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입장에서는 잠재관객이 그만큼 쌓여갔던 셈이다. 따라서 올 여름에도 자막 없는 영화의 강점이 그대로 발휘될 것이다.
넷째, ‘그런데’다. 그런데, 외국영화 1편 정도는 올 여름에 천만 영화 ‘급’으로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 관객 반응이 그렇다.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과 관객 수는 전년 동기보다 더 늘었다. 5월~6월 개봉작 <곡성>과 <아가씨>의 힘이 컸다. 뒤집으면 그만큼 외국영화를 선호하는 잠재관객이 아직 남아 있다. 또한 올해는 상반기에 전통적으로 남성비가 높은 슈퍼히어로 영화 4편이 개봉한 것치고는 남성비율이 전년보다 5%p나 감소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외국영화를 여성관객보다 더 선호하는 남성관객이 대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2세이상관람가 영화가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 전체관람가 대상 관객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
12세이상관람가의 힘은 자녀동반이든 성인부모동반이든 모든 가족관객에게 어필하는데 있다. 즉, 전체관람가 영화와 호환이 된다. 그런데 전체관람가 관객은 작년 상반기보다 494만 명이 더 관람했다. 자녀동반관객은 이미 예년보다 1편을 추가적으로 소화했다는 의미이다. <정글북>의 한국 성적이 전세계적인 흥행보다 저조했던 이유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2월 개봉작 <주토피아>의 흥행이 5월까지 이어지면서 이 관객층의 관람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점도 있다. 그래서 자녀동반관객층이 올 여름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2편 이상 관람하기는 쉽지 않고, 작년 여름보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커질 상황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자녀동반관객은 작년보다 자녀의 연령대로 더 확실하게 분리될 것이다.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자녀동반층은 12세이상관람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즉, 자녀동반과 성인부모동반 가족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12세이상관람가 영화에서 현시점의 기대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다.
참고로, 여름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장과 별개다. 전혀 다른 관객군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엄마, 케이블 방영이 티켓파워의 동력인 일본 애니메이션은 자녀가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