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편을 둔 아내는 연신 눈물을 흘린다. 남편은 말없이 식탁 위에 올려 진 만두를 먹다가 피를 토한다. 부부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들의 상황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또 그 방송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일 화제에 오른다.
화면에 비춰지는 이야기는 위와 같다. 하지만 카메라 밖에서 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편을 둔 아내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기를 원하며 눈물을 흘린 뒤 화장을 고친다. 남편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추한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카메라 뒤에 숨겨진 사람, 또 그 모든 상황을 연출하는 PD는 ‘리얼리티’라는 말이 무색하게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 들을 법한 ‘컷’을 외친다.
영화 ‘트릭’은 저렇듯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사기 위해 만든 자극적인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날 법한 일들이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프로그램들은 방송이 나가고 논란이 되면 매번 해명에 나선다. 예를 들어 출연자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제작진은 ‘합의된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패턴으로 반복되는 ‘악마의 편집’인 것이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함께 움직인다. 석진(이정진 분)은 과거 자신이 취재했던 사항이 오보로 판명나면서 잃었던 자리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고자 애쓴다.
그런 휴먼 다큐멘터리에 주인공으로 출연을 결심한 폐암 말기 환자 도준(김태훈 분)은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아내의 남은 날을 위해, 또 감당하지 못할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에 임한다. 그의 옆을 지키는 영애는 못 다 이룬 자신의 연기 꿈과 더불어서 주목받는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방송에 점차 중독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세 사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시청률이다. 그리고 그런 시청률이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세 사람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트릭’은 악마의 편집, 리얼리티를 강조한 프로그램 등 자극적인 방송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에게 잣대를 들이대
‘트릭’은 분명 이 사회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를 담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가 이를 제대로 서술하고 있는 지, 후반부에 등장하는 내용도 영화의 주제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 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오는 13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