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걸스, 왜 고난의 길만을 택하나
- “우린 걸그룹판 ‘무한도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지난 10년이요? 누가 뭐라 하던 우린 우리가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10년차’ 그룹 원더걸스의 지난 세월에 대해 반추해보자 하자 막내 선미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의 음성엔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지만, 원더걸스의 10년은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90년대 후반 1세대 아이돌들에 이어 2세대 아이돌 시대를 연 그들이었지만 순탄치 않은 이슈도 끊이지 않았다.
2007년 ‘텔미’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 이후 ‘쏘 핫’, ‘노바디’까지 3연타에 성공한 이들은 최정상의 위치에서 돌연 미국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시도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멤버 교체로 인한 내홍도 끊이지 않았다. 데뷔 첫 해 현아가 팀을 떠난 데 이어 선미도 팀을 떠났다. 이후 새 멤버 혜림 영입으로 팀이 재편됐다가 소희, 선예가 나름의 이유로 탈퇴했다.(선예는 무려 현역 아이돌 최초로 품절녀, 엄마가 됐다.)
거듭된 멤버 교체 및 탈퇴로 내상도 컸고, 사실상 해체라는 비아냥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원더걸스의 뚝심을 막진 못했다. 상처는 아물었고,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다. 다시 돌아온 선미까지, 4인 원더걸스는 2016년 7월 현재 자랑스러운 그 이름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날이 오기까지, 무조건적으로 원더걸스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 또한 없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에 팀을 맡겼을 뿐. 다만 긴 시간을 지나며 가수에 대한 꿈은 음악에 대한 꿈으로 한발 나아갔고, 그렇게 원더걸스는 ‘만들어진 아이돌’에서 ‘만들어가는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무조건, 반드시 원더걸스를 해야 한다고 (강압적으로)했다면 우리도 그만 했을수도 있겠지만 우린 각자 그리고 서로의 삶을 존중했고, 여기 있는 멤버들은 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예은)
“우리도 포기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서도 원더걸스라는 이름 그리고 우리 음악에 대한 지지를 해주셨기 때문에 컴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회사에서도 ‘원걸 끝’이라고 하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건데, 회사도 대중도 지지를 해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앨범 낼 수 있었던 거였죠.”(선미)
“작년엔 전자음악을 기본으로 80년대 음악을 구현하기 위해 악기에 안무를 결합해 선보였어요. 이번엔 더 리얼 밴드 사운드를 위해 노력했죠. 스튜디오 녹음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때로는 밴드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할수록 더욱 좋아지는 합의 묘미’는 지금의 원더걸스를 만들었다.
“6개월 정도 안무는 안 하고 합주만 했거든요. 개별적으로 레슨 받고 연습한 시간을 제외하고도 매일 3시간씩 합주를 해왔죠. 누가 강요해서 하는 건 아니고, 하루하루 합이 맞춰지는 데서 오는 희열에 푹 빠졌거든요.”(선미)
이쯤 되면 문득 궁금해진다. 원더걸스는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왜 그렇게 굳.이 힘든 길을 택하는 걸까.
“우리 중에 그렇게 현실적인 사람이 없어요. 현실적으로 생각을 하면 미국 진출도 너무 어려운 일이고 밴드도 말 안 되는 일인데, 우린 그걸 하고 있잖아요.”(예은)
“제 생각엔 ‘원더걸스’라는, 그룹 이름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만약 우리가 다른 이름이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혜림)
“아마도 도전하는 것에 대해 겁을 안 먹기 때문이겠죠?”(예은)
자연스럽게 과거 미국 진출에 대해 언급한 이들은 스스로 “걸그룹판 ‘무한도전’”이라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 역시, 도전은 계속 될 것이란 말과 함께.
또 다른 수록곡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선미와 유빈, 혜림, Frants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70년대 밴드 사운드 특유의 느낌이 담겨 있다. ‘스위트 앤 이지’는 여름에 듣기 좋은 팝락 장르의 곡으로 유빈, 예은, 홍지상이 작곡했으며, 유빈과 예은이 작사했다. 곡마다 멤버들의 4색 컬러가 유연하게 담겼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네 명의 색이 다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넓은 스펙트럼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조차 앞으로 뭐가 나올 지 알 수 없는, 그런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선미)
데뷔 초, 신인시절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지만 “원더걸스가 밴드를 한다는 건 정말 상상하지 못한 일”(유빈)이라며 손을 가로젓는 이들의 향후 여정은, 지금껏 그래왔듯 예측불허일 터다. 하지만 어떤 도전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는 그들임을 알기에, 대중이 원더걸스에 품는 기대
“누가 뭐래도, 지난 10년간 우린 잘 해왔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박진영 PD님의 노래 ‘살아있네’ 가사 중 ‘오래 가는 자가 강한 자’라는 내용이 있는데 많이 공감이 됐죠. 그래도 아직까지 우린, 버티고 있으니까요.(웃음) ”
psyon@mk.co.kr/사진 JYP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