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유지훈 기자] 음악예능 전성시대이다. 과거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인기를 끌면서 부모자녀 관계 뿐 아니라, 사촌에 팔촌, 심지어 장서지간까지 소환했던 가족예능 포맷은 이후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방송)의 흐름으로 이어 지더니 이제는 음악예능이 예능계에 가장 ‘핫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번 음악예능의 열풍이 놀라운 것은 ‘노래’라는 것이 이미 과거에 한 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예능소재라는 것이다. 2011년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은 굉장히 발칙한 발상의 프로그램을 내 놓았는데, 바로 한국 가요계에서 가창력으로 날고기는 7명의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서바이벌 경연을 펼치는 ‘나는 가수다’였다.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일반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도 놀라웠지만, ‘가왕’이라고 해도 부족함 없는 이들의 아름다운 가창력은 ‘잘한다’를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하는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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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당분간 보기 어려울 듯 보였던 음악예능프로그램이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MBC ‘일밤-복면가왕’이 인기를 얻으면서부터이다. ‘복면가왕’ 이후 또 다시 시청자들은 음악예능프로그램 앞으로 모여왔고, 이에 각 방송사들은 이들의 기호에 맞춰 또 다시 음악예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포화상태가 돼 버린 음악예능프로그램.
현재 한계와 진화 사이에 놓인 음악예능프로그램, 이대로 계속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 ‘그 밥에 그 나물’ 음악예능, 이제 식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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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면 보이는 것이 음악예능프로그램입니다.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한 음악예능에 오디션 예능, 먹방, 육아예능, 그리고 쿡방으로 이어오던 예능트렌드가 최근에는 또 다시 음악예능으로 회귀했나 봅니다. 다만 과거의 음악예능과 다른 것이 있다면 복면을 뒤집어쓰고 정체를 알아맞히는 오락성이 가미됐거나(MBC ‘복면가왕’) 혹은 일반인들과 컬래버레이션(MBC ‘듀엣가요제’ SBS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듀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을 이룬다거나 이겠지요.
다른 이들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다양한 무대와 더불어 다양한 조합, 그리고 꿈을 향해 달리는 일반인 도전자들의 꿈과 열정까지 더해지면서 감동을 주는 것은 좋은데 말입니다. 방송사만 바뀌어서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비슷한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등장은 도리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은 아닐까요.
현재 TV에는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가수에 한정을 두지 않고 노래를 잘 부르는 많은 이들이 복면을 쓴 뒤 ‘가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연을 펼친다는 ‘복면가왕’이나 립싱크를 하는 음치들 사이 진짜 실력자를 찾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경우 포맷이 다른 만큼 같은 음악프로그램이라도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듀엣가요제’와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는 비슷해도 너무 비슷합니다. 심지어 일반인과 가수가 듀엣을 이뤄 노래를 부르는 ‘듀엣가요제’와 ‘판타스틱 듀오’는 여전히 일반 시청자들에게 있어 ‘차이점이 뭐야?’라는 의구심이 일게 만듭니다.
일각에서는 비슷한 음악예능프로그램의 남발은 유행이 아닌 포맷의 한계를 부르는 지름길이라는 말도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제 살 깎아먹기’라고도 하죠.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은 신선함을 떨어뜨리고, 신선함이 떨어진 프로그램은 식상함으로 이어지고, 식상함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이들은 결국 또 폐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미 우리는 우리의 곁을 스쳐 지나갔던 수많았던 육아예능프로그램과 오디션예능프로그램,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 과정들을 목격해 왔지요.
포화상태가 된 음악예능, 당장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이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면 그 스스로가 한계를 불러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진화의 흐름, 느껴지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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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예능은 이제 식상하긴 합니다. ‘복면가왕’ ‘판타스틱 듀오’ ‘불후의 명곡’ ‘신의 목소리’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입에 올리기에도 벅찰 정도로 많죠. 침체기라는 것도 인정해요. 하지만 한계가 왔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가장 최근 작품은 ‘너의 목소리가 보여’였죠.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이유는 시청자들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업과 나이, 노래 실력을 숨긴 일반인들을 행동만으로 음치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일은 충분히 즐겁습니다. 여기에 추리라는 과정은, 평소 흘려들었던 누군가의 노래를 집중해서 듣게 하기까지 하죠. 우리가 음악예능이 아니면 이렇게 집중하면서 노래를 들을까요? 이처럼 음악 예능에 대한 시청자의 욕구는 존재합니다.
전 국민이 사랑하는 예능프로그램 MBC ‘무한도전’도 음악과 함께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불러일으킵니다.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요. ‘무한도전’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음악 예능의 미래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기도 해요. ‘무한도전’이 음악과 관련된 특집을 꾸밀 때는 ‘식상하다’고 하지 않으면서 ‘음악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프로그램을 비난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음악 예능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어요. 음악 프로그램은 연령층에 따라 확실하게 나눠져 있어요. ‘가요무대’를 보는 사람이 ‘뮤직뱅크’를 보지는 않죠. 전 연령층이 시청할 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듯해요. 하지만 음악예능은 달라요. ‘복면가왕’에는 조향조의 노래를 듣는 10대, 업텐션 선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50대가 공존하죠. 전세대가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은 이제 음악예능이 선두를 달리고 있어요.
음악 예능의 식상함과 한계에 대해서도 조금은 기다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인과의 듀엣을 중심으로 한 ‘판타스틱 듀오’ ‘듀엣 가요제’가 연속적으로 편성되면서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셨을 뿐이에요. tvN ‘노래의 탄생’은 그야말로 음악 예능의 진화였어요. 프로듀서들이 45분 안에 음악을 만들어 대결을 펼쳤죠.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이정도로 적나라하게 체험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그야말로 ‘신선한’ 음악 예능이었죠.
음악 예능은 ‘슈퍼스타K’라는 참가자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