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있던거야." 박도경은 건넛방에 살고 있는 오해영에게 무심히 선물을 건넸다. '사랑한다'는 말의 표현이 아닌 행동에서 오는 설렘. 에릭이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연기한 박도경은 그런 인물이었다. 무뚝뚝해 보이는 박도경이 클라이맥스에서 뿜은 사랑은 더 절절했다.
"박도경은 제가 멋있다고 생각한 남자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었죠. 그동안 바람둥이이나 멋있는 척하는 역할을 했어요. 멋진 남자는 자신이 한 것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죠. 상대방을 위해 그런 것들을 숨기고, 보여주기를 꺼려주는 남자가 멋있는 것 같아요."
에릭은 박도경과 자신이 80% 정도 닮았다고 했다. 연애할 때도 말보단 애정표현으로 사랑을 전하려고 한다는 그는 '또 오해영'이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잘되려니까 사소하고 의도하지 않은 것들도 모두 맞아떨어진 듯해요.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장면도 시청자들이 섬세한 연출이라고 느낄 정도였죠. 중반부에 처음 한 키스신을 앞두고 부담됐지만, 박훈(허정민) 윤안나(허영지)가 앞서 세게 키스신을 해서 촬영하기 편했어요."
'또 오해영'은 동명이인인 평범한 오해영(서현진)과 예쁜 오해영(전혜빈)이 만나 오해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았다. 지난달 28일 마지막회는 자체 최고 기록인 9.99% 시청률을 달성했다. 에릭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오해영이 박도경에게 날라와서 안기는 것을 꼽았다.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촬영했어요. 서현진이 와이어를 매달고 연기했고, 합도 잘 안 맞아서 걱정됐죠. 대본에서 봤을 때는 재밌었지만, 현장에서는 만화 같았어요. 영상에 연출과 음악이 더해져 다시 탄생했죠. 이 장면을 본 뒤에는 '작품이 성공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파혼당한 상처를 가진 박도경은 진심을 잘 드러내지 않은 성격이었다. 감정을 뿜어내기보다는 꽁꽁 감췄다. 오해영의 끝없는 구애에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속내를 찍어내리는 듯한 캐릭터였다.
"연기하기 답답하기보단 안 해봤던 것이기에 어려웠죠. 박도경이 미래를 본다는 능력이 자칫 유치해질 수 있었지만, 제작진을 믿고 따라갔어요. 이전까지는 한 신을 촬영할 때 제가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했죠. 이제는 여백을 가지고 연기하면 영상의 구도나 음악으로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에릭은 자신의 모습을 화면에 잘 담아준 한동현 촬영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또 오해영'은 연출과 배우의 노력 외에도 곳곳에서 땀 흘린 제작진이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드라마였다.
"'또 오해영'은 인생작이죠. 다른 배우들도 '다음 작품은 쉽게 못 할 것 같다'고 했어요. 그만큼 결과와 촬영 분위기 등 모든 것들이 좋았던 작품이에요. 이전 작품들은 시청률 결과가 아쉬웠거나 촬영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엔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에릭이 스스로 느낀 연기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느끼지 못했던 욕심도 생겼다. 캐릭터보다는 재밌는 작품으로 다시 시청자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뜻도 덧붙였다.
"예전에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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