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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모든 사람에게 ‘처음’이란 언제나 설레는 단어다. 배우 이열음(21)에게 연기가 그랬다. 1985년 KBS 11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엄마(배우 윤영주)의 영향으로 이열음의 ‘첫’ 직업과 ‘첫’ 꿈은 자연스럽게 배우가 됐다. 중학생 때 ‘친구랑 싸웠는데 이런 게 기사로 나가면 어쩌지?’라며 어린 마음에 지레 겁먹고 배우의 길을 망설인 적도 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의 호흡, 현장의 긴장감 등을 느끼며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중학생 A양’, ‘고교 처세왕’,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몬스터’ 등 매 작품마다 주연을 능가하는 강렬함으로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이열음. 다수의 작품에서 선보인 '센언니'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애교 만점 이열음의 매력을 샅샅히 파헤쳐봤다. 본격, 신인 적극 권장 ‘사심’ 인터뷰 시작!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이기자(이정영 기자) : 평소에는 상큼 발랄 소녀, 하지만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무서운 집중력으로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배우 이열음 씨를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이열음 : 안녕하세요! 칭찬 감사합니다. 케이크가 있네요? 제가 단 맛 매니아라 달달한 것들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커피도 헤이즐넛 시럽이 들어간 것을 제일 좋아해요!
이기자 : 먹으면서 하자고요~ 헤이즐넛 시럽 너무 좋죠.
이열음 : 달달함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입시 준비할 때 한 잔씩 먹던 게 어느새 습관이 됐더라고요! 요즘에는 치아 미백 때문에 좀 자제하고 있는데, 커피는 정말 중독성이 있는지 막상 안 마시려고 하니까 쓸쓸하네요.(하하하)
이기자 : 작품 속에서 봤던 모습이랑 180도 다른 모습이네요. 정말 밝아요!
이열음 : 많이들 그런 말씀하세요. 똑부러지고 공부도 잘할 것 같다고요. 워낙 극단적인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막상 얘기 나눠보면 저도 그냥 평범한 여대생이랍니다.
이기자 : 그나저나 요즘 ‘몬스터’ 끝내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열음 : 취미 찾기를 하고 있어요!
이기자 : 취미 찾기요?
이열음 : 사실 대학생이 된 후로 처음 공백기를 가져 봐요. 3개월째 쉬고 있답니다.(하하하) 어렸을 때는 일 안하면 학교 가니까 여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긴 시간을 쉬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미술, 도자기 만들기, 운동 같은 것을 하고 있어요. 아, 요즘에는 클라이밍에 푹 빠졌어요.
이기자 : 이렇게 호리호리한 몸으로 클라이밍을요?
이열음 : 근력을 기르려고요! ‘고교처세왕’에 같이 출연했던 강기영 서인국 씨가 소개해줬는데 딱 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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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궁금한 게 있어요! 왜 포털 사이트에 나이가 안 나오는 건가요?
이열음 : 아, 일부러 요청한 거예요. 나이에 따라 역할이 한정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기자 : 그렇군요. 그럼 이열음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된 거예요? 소속사와 이름이 같아서 대표님 가족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열음 : 하하하. 저도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본명은 이현정이에요. 현정이라는 이름이 흔해서 예명을 지으려고 했는데, 당시 대표님이 회사 이름을 딴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맨 처음에는 계절 ‘여름’으로 알아들어서 싫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그런 깊은 뜻이 있더라고요. 바로 승낙했죠. 순우리말도 ‘열매를 맺다’라는 뜻이라서 만족스러웠어요.
이기자 : 2013년 데뷔 이후 많은 작품에 출연했더라고요. 쉴 틈이 없었을 것 같아요.
이열음 : 정말 무작정 달려왔던 것 같아요.(하하하) 중간에는 당연히 힘들 때도 많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촬영했던 모든 작품들이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힘든 것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됐죠.
이기자 : 여러 작품에 출연한 만큼 오디션도 자주 봤을 것 같은데요?
이열음 : 네, 맞아요. 오디션뿐만 아니라 미팅도 여러 번 했어요. 덕분에 단막극, 일일드라마, 미니 시리즈 같은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죠.
이기자 : 오디션 봤을 때 아쉽게 놓친 작품도 있을 것 같아요.
이열음 : 특별히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모든 캐릭터에 애정이 있었고 또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그리고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이 다 결과가 좋았었거든요. 작년에는 SBS ‘뉴스타상’도 수상했고요! 그동안의 노력들이 쌓여서 저라는 사람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면 좋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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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가장 재밌게 촬영했던 작품은 어떤 게 있나요?
이열음 : 모든 작품이 너무 좋았는데, '고교 처세왕'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즐겁게 찍었던 작품 중 하나였어요.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많이 나왔고, 제 캐릭터도 전에 없이 좀 밝았거든요.(하하하) 애드립도 많이 나오고 동료 배우랑도 연기 호흡이 좋았죠.
이기자 :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이열음 : 한 분 한 분 다 잘해주셨어요. 특히 가족극에서 한 번 만났던 반효정 선생님이 딸 같다고 많이 예뻐해주셨어요. 친가족처럼 챙겨주셔서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이기자 : 그래도 이열음 하면 드라마 스페셜 ‘중학생 A양’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굉장히 인상깊게 본 작품인데요. 출연 후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잖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이열음 : 처음에는 ‘단막극이 이렇게 화제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놀라웠죠. 대부분의 기사들이 ‘야하다’에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이해되지 않았어요. 사실 그 장면도 대본을 10번을 거르고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했거든요.
이기자 : 아, 정말요? 그래도 자극적으로 기사가 나서 속상했을 것 같아요.
이열음 : 상처는 안 받았어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푹 빠져있었고 만족스럽게 촬영했거든요. 역할 마다 모든 행동에 대한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부끄러운 것도 전혀 없었어요. 근데 실시간 검색어가 ‘중학생 A양’ 이런 식으로 뜨니까 사람들이 사회 문제로 인식해서 눌러본 경우도 있더라고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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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뭔가요? 어느 정도 엄마의 영향이 있었을까요?
이열음 : 아무래도 엄마가 연기를 했으니까 가장 친근하게 접할 수 있었던 직업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죠. 엄마도 은연중에 배우를 시키고 싶어 하셨던 것 같아요.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더라고요.
이기자 : 엄마 얘기가 나오니 웃음이 끊이질 않네요. 굉장히 사이좋은 것 같아요.
이열음 : 친구 같은 사이에요. 서로 의지 많이 하고, 모니터링도 많이 해주고요. 싸울 때가 있더라도 다음 날이면 금세 풀려있어요. 모녀지간은 좀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싸워도 조언해주는 말은 고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외동이라서 그런지 더 많이 의지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기자 : 평소에 ‘이런 부분은 엄마와 닮은 것 같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이열음 : 애교?(하하하) 저희 둘 다 애교가 굉장히 많아요. 엄마가 저한테 그런 식으로 부리면 시크하게 반응했는데, 이게 웬걸 친구들한테 저도 똑같이 그러고 있는 거 있죠. 저도 모르게 서서히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성향이 달라요.
이기자 : 다른 점이요?
이열음 : 엄마가 웃긴 캐릭터를 자주해서 저도 시트콤 쪽이 어울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전 힘들고 아픔 있는 캐릭터가 더 소화하기 편하더라고요. 감정신이 오히려 저는 더 맞는 것 같아요.
이기자 : 연기자로서 엄마가 조언해주는 부분이 있나요?
이열음 : 엄마는 항상 외모 꾸미는 것에 민감하세요. 여자는 항상 꾸며야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미술을 하셔서 화장이나 옷차림에 대해 관심이 많으세요. 제가 요즘에는 운동복만 입고 다니다보니 엄마가 잔소리가 부쩍 늘었거든요. 참다 참다가 얼마 전에는 ‘서로 건드리지 말자!’고 한 적도 있었어요.(하하하)
이기자 :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던데?
이열음 : 맞아요. 작품이랑 캐릭터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서로 원수지간으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아요. 우리 두 사람의 인생 그 어느 한 부분을 영상 속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흘러서 당시의 우리를 회상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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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배우 인생에 롤모델이 있다면?
이열음 : 나탈리 포트만이요! 사실 롤모델이 자주 바뀌곤 해요. 하지만 나탈리 포트만은 항상 1순위였던 것 같아요. 제 연기 인생에 동기 부여를 해주는 눈빛을 가지고 있어요. 매력적인 사람이죠.
이기자 : 나탈리 포트만 정말 매력적이죠. 그럼 본인은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열음 : 진지한 배우요. 진지하다는 건 무겁다는 의미보다는 제가 서있는 위치에서 열성을 다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뜻이에요.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좋게 평가 받을 때 행복하잖아요. 그 캐릭터에 완전 몰입해서 잘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저 역시 매력적인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좌우명이 ‘설레발치지 말자’예요. 괜히 들뜨면 될 일도 안 되더라고요. 무게감 있게 스스로를 컨트롤하면서 중심을 잡고 싶어요.
이기자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요?
이열음 :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요! 저라는 사람과 완전히 반대되는 역할이요. 성격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를 감싸고 있는 환경 불리한 신체조건 같은 깊은 연구가 필요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올해에는 꼭 청춘 영화를 찍어
● 에필로그
열음아, 너는 아직도 배울게 많아. 올 한해 끝에는 좋은 경험들로 가득 차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파이팅하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