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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실존인물을 맡았어요. 어떤 사명감이 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했죠."
배우 손예진이 불운한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로 돌아온다.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덕혜옹주'의 주인공이다.
손예진은 29일 오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덕혜옹주' 제작보고회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실제 덕혜옹주의 자료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다"며 "그러면서 느낀 것들과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상황들에서 '실제 덕혜옹주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며 접점을 찾아가고 고민한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옹주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일찍 잃고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올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살았던 불안하고 슬픈 여인이었다"며 "이런 여자의 인생을 쭉 보면서 연민에서 시작했던 감정은 연민으로 끝이 났다. 굉장한 슬픔과 연민이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내 시각인 것 같다"고 몰입했다.
쓸쓸한 말년을 보내던 아버지 고종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불운한 삶이 시작된 덕혜옹주. 13세 어린 나이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에 유학 보내졌고, 1931년에는 일본의 백작인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까지 하게 됐다. 조현병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1945년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오려 했으나 이승만 정부에 막혀 입국 거부당했다. 1962년 돌아온 덕혜옹주는 1989년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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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를 지키는 든든한 독립운동가 김장한을 연기한 박해일은 "예진씨와 첫 호흡인데 동료의식이 잘 맞는 배우였다"며 "의지할 때 서로 의지했다. 시대적 공기가 담겨있기에 무거울 수 있었지만 예진씨가 현장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촬영할 때 의지가 많이 됐다"고 좋아했다.
권비영 작가의 2009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적 시선을 더했다. 백윤식이 덕혜옹주의 아버지이자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 라미란이 덕혜옹주의 곁을 지키는 궁녀 복순, 정상훈이 장한의 동료 독립운동가 복동을 연기했다. 윤제문은 친일파 이완용의 수하로 일제를 돕는 악
허진호 감독은 "우리 시대의 한, 그 시대가 주는 시대적 슬픔이 깔렸다"며 "강제로 일본에 끌려가 38년이 지난 다음에 귀국하는 덕혜의 모습에서 그녀가 독립운동가나 영웅으로 살진 않았지만 그 삶에 있어서 우리에게 주는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8월 개봉 예정.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