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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나 콘서트 현장에는 팬들이 마련한 쌀화환을 쉽게 볼 수 있다.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배우나 가수들을 위해 꽃으로 장식된 화환이 아닌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쌀을 화환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화환이 팬들의 '스타를 위한 격려'를 넘어 '사회적인 참여 활동'으로 폭이 넓어진 것처럼 팬클럽의 응원 방식은 변화했다.
대중에게 인기가 높고 팬을 많이 확보한 연예인들을 '스타'라고 한다. '별'이라는 뜻처럼 작품 등을 통해 우상이 된다. 팬이 없으면 스타는 빛을 잃는다. 뛰어난 재능이 있더라도, 팬들이 없는 연예인들은 직업적인 의미밖에 부여받지 못한다.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춰 예물을 바치는 행위인 '조공'이라는 단어가 팬이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하는 은어로 쓰일 정도로 팬들은 이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
스타를 향한 팬들의 정성은 사회적인 범위로 확대됐다. 지난 21일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원티드' 제작발표회에도 쌀화환이 관계자들을 맞았다. 주연 배우인 김아중을 응원하는 이들이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150kg의 쌀을 기부한 것이다. 김아중의 국내외 팬들은 지난 2012년부터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쌀화환을 통해 김아중을 응원했다.
지현우, 서인국, 장혁, 박신혜, 지성, 빅스 등 최근 행사에 참여하거나 개최한 연예인들의 팬들은 쌀화환을 행사장에 보냈다. 이 기부 방식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관례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쌀화환에 그치지 않고 스타들의 생일이나 데뷔일 등 특별한 기념일에 숲이나 우물을 조성했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지난 13일 방년소년단의 데뷔 3주년을 기념해 인천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에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지난 2월에는 에이핑크 손나은 팬들이 그의 생일에 맞춰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했다. 한 명의 연예인을 위한 기부문화가 한국을 넘어 도움이 필요한 세계 곳곳으로 뻗어가고 있다.
사회적인 도움이 강조된 기부 문화의 확산은 성숙한 팬 문화로 평가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팬들의 행동도 곧 연예인 이미지의 일부분'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변에 장벽을 쳐놓은 일방적인 응원이 아닌 그 폭을 넓히고 울타리를 낮춘 것이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것보다 지속해서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 방법이다.
공공적인 목적을 담은 '조공'은 스타와 팬 사이의 갈등을 막는 역할도 한다. 팬클럽이 연예인을 위해 준비한 옷이나 개인 물품이 의도와 다르게 쓰이면 팬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쌀화환이나 스타숲은 처음부터 공익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개인 물품보다 용도를 쉽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좋은 뜻을 품고 있는 응원도 경쟁적으로 진행되면 그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특별한 방식이 특별해지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면 팬들이 무작정 규모만 키워 다른 팬들과의 차별을 둘 수 있어서다. 팬클럽 내의 투명한 절차와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 또한
스타와 팬이 서로의 거울인 시대가 됐다. 연예인이 명백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팬들은 무조건 감싸 안기보다는 그를 향한 지지를 철회한다. 팬 응원 문화가 성숙한 만큼 스타들도 자신이 '팬들을 대표하는 연예인'이라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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