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2015년과 2016년, 고작 1년이지만 그 사이 오왠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울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사는 게 꿈이라던 순박한 청년은 이제 인디신 음악의 중심인 서울 홍대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부산에 있는 카페를 돌며 클럽 공연을 했던 작년이었지만 1년 사이에 자신의 이름일 떡하니 박힌 앨범을 발매했다.
오왠의 데뷔 EP인 ‘웬 아이 비긴’(When I Begin)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이 수록된 앨범이다. 편안한 듯 독특한 목소리와 트렌디한 느낌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놀랍게도 오왠이 음악적 이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쓴 곡들이다.
↑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20살 때 처음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직접 곡을 쓴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처음엔 그냥 이론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기타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데미안 라이스인데 자기가 부르는 노래를 쓴다는 게 멋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한테 하기 부끄럽지만 안 하면 답답한 이야기를 적고 불렀을 때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오늘’은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으로 같은 소속사인 빌리어코스티가 편곡에 참여했다. 봄 시즌송을 연상케하는 선공개곡 ‘피크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이다.
“‘피크닉’은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내고 싶어서 선공개를 했다. 선공개곡과 이번에 나온 노래들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근데 전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은 우비를 쓰고 비를 맞는 걸 좋아하는 오왠이 한강에서 비를 맞으면서 만든 곡이다. 신기할 정도로 술술 써내려갔던 곡으로 오왠은 센치해진 덕분에 자신의 감정을 최고로 솔직히 담아내 가장 맘에 드는 곡으로도 꼽았다.
“서울에 와서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불안했다. 회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었고 앨범이 제작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심지어 회사에서 ‘집에 그냥 가라’라고 하는 꿈도 꿨다. 근데 그날 계약을 해서 펑펑 울었다.(웃음) 집에선 계약 안되면 그냥 내려오라고 했었다. 그런 시기에 쓴 곡이었다. 누구나 다 힘듦의 차이가 있다 사랑 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그런 모든 것들을 대변해서 공감할 수 있게 썼다.”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쳤고 오왠은 결국 20살이 되고 나서야 자신의 꿈을 다시 주장할 수 있었다. 학교까지 자퇴하고 본격적인 음악에 뛰어든 지금, 오왠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1학기만 마치고 자퇴를 했다. 하기 싫은 걸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싫었고 다시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곡 쓰는걸 보시곤 허락을 해주셨다. 부모님에 대한 곡도 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저보다 더 좋아해주신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데 행복하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따온 이름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심에서 다양한 걸 보여주고 싶다는 오왠.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진 자신이 가진 재능도 몰랐었던 청년은 이제야 하나
“평범하지 않은 멜로디와 솔직한 가사로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목표를 정해놓고 싶진 않지만 꾸준히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텐데 그걸 이끌어 내고 노래에 입히고 싶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