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제 성격, 그렇게 세지도 않고 웃음도 많아요. ‘차가움’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답니다.”
배우 유인영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차지원(이진욱 분)과 민선재(김강우 분)의 사랑을 받았지만,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차지원은 죽고, 민선재와 결혼을 한 후 비로소 차지원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하는 비련의 여인 윤마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간 ‘차도녀’ 혹은 ‘악녀’의 이미지가 강했던 유인영은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통해 러블리한 매력을 뽐내기도 했고, 슬픔에 몸부림치는 가련한 여인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저의 본래 이미지 때문에 윤마리가 나쁘게 보일까봐 노심초사했다”고. 유인영은 “사실 제가 악역만 한 건 아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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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
“저는 나름대로 다양한 캐릭터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시청자 분들은 많이 모르시더라. 성격이 센 캐릭터를 했을 때 시청률이 잘 나왔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캐릭터를 기억하게 된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아쉽다. 때로는 ‘악녀를 해야 시청률이 좋은데 착한 역을 맡으면 부담 안 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별로 그런 건 없다. 그저 시청자 분들에 어색하게 다가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유인영은 “착한 역도 좋은데 ‘평범한 집안의 딸 역’을 해보고 싶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잣집 딸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고. 그는 “데뷔했을 때에는 가난해서 고생하는 역을 했었는데 조금씩 신분상승을 했다”고 위트 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유인영은 “부잣집 딸 역은 신경 쓸 것도 많고, 날카롭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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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
“평범한 집안의 딸로 나오면 몸도, 마음도 편하다. 편한 옷을 입을 수 있고 움직임도 자유롭고. 아무래도 시청자 분들이 제게 바라는 모습이 ‘화려한’ 모습이니 그런 역할들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안에서도 조금씩 변하려고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영화, 저예산 영화에도 관심이 정말 많다. 저의 다른 모습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용기 있는’ 감독님과 제작사 분들을 기다린다.(웃음)”
유인영은 “사실 전엔 저의 고착된 (악녀)이미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억울하고, ‘다른 거 잘 할 수 있는데 왜 몰라줘’하는 원망도 있었다고. 그럴 만도 했던 게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유인영은 수줍음도 많고, 낯가림도 있는 ‘소녀’였다. 이런 배우가 그렇게 ‘악독한’ 캐릭터를 어떻게 해왔을까 싶기도 했다. 그는 “전엔 막연하게 ‘나도 다른 거 하고 싶어’가 있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전엔 무조건 기다리고, 억울해하고, 원망만 했다. 바뀐 건 서른 살 때였다. 특별출연이든, 카메오든 다양한 걸 가리지 말고 하다보면 기회가 좀 더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했던 게 ‘별그대’와 ‘기황후’였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 끊임없이 역할을 하고, 폭을 넓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니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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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
유인영은 특히 자신의 ‘전환점’으로 ‘기황후’를 꼽았다. 그는 “쪽머리와 한복이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늘 사극 라인업에서는 빠져있었다”고 회상했다. ‘기황후’에서 그가 맡은 연비수 또한 3회 출연의 짧은 역할이었다고. 그 짧은 역할을 위해 유인영은 하루에 6시간 넘게 승마를 연습하고, 액션스쿨에 가서 액션을 배웠다. 그런 노력 끝에 시청자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고, 결국 드라마의 끝까지 참여하며 본인의 ‘대표작’을 만들 수 있었다.
“‘기황후’를 끝내면서 사극이란 장르에 대한 공포감을 깼고, 용기도 많이 얻었다. 전엔 확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으로 조바심 찼다면, 이젠 시청자 입장에서 ‘체하지 않고’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오 마이 비너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통해 조금씩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고, 그래서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이고 있다. 다음엔 더 괜찮을 거야, 스스로 용기를 북돋기도 한다.”
유인영은 차갑다는 ‘오해’를 조금씩 뚫고 그 안의 사랑스러움, 귀여움, 수줍음을 조금씩 캐릭터에 투영해나갔다. 그가 자주 한 말처럼 ‘체하지 않고’ 조금씩 바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유인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악녀’와는 거리가 먼, ‘소녀’같은 유인영. 그가 빠른 시일 내에 스스로의 매력이 담뿍 담긴 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나 ‘악녀’ 대신 ‘러블리’란 별명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