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는 공포 그 자체다. 분명 침대에서 잤는데 다른 곳에서 깨어났다면 또 공포감을 느낄 만하다. 이런 경험이 있거나 없거나, 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 장면이다.
특히나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집안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눈으로 보는 믿지 못할 광경은 소리가 더해지면 그 공포의 강도가 증폭되는 법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영상과 소리를 절묘하게 이용해 관객의 뒤통수를 노린다.
영화 '컨저링2'이다. 1977년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가 실제 경험한 영국 엔필드 폴터가이스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는 로드 아일랜드 주 해리스빌의 외딴 농가에 침입한 악령과 싸운 사건을 그린 전편과 비슷한 듯 다르게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페기(프란시스 오코너)와 네 남매가 사는 집에 정체 모를 존재가 가족을 괴롭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넷(매디슨 울프)은 망령에게 명령받아 이상 행동을 한다. 워렌 부부(베라 파미가, 로레인 역/ 패트릭 윌슨 에드 역)는 거짓인지 진실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다.
악령에 씐 자넷이 이 영화의 공포 대부분을 책임진다. 꼬맹이 연기자의 연기가 영화 보는 맛을 더하는 게 기본인 듯하다. 겨우 11세의 나이로 악령의 주된 공격 대상이 돼 호지슨 일가 중 가장 고통받아야 했던 자넷과 자넷의 언니인 마가렛이 영화를 자문했다. 매디슨 울프의 고통받는 연기가 리얼하다.
무섭지 않은 듯 무서운 게 큰 강점이다. 무서운 장면이 없는데도 섬뜩한 기운과 공포가 슬금슬금 관객을 간지럽힌다.
주인공들의 가족애, 사랑을 강조
과거 자넷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전 죽을 거예요"라고 고백, 그 고통이 온전히 느껴진다.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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