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어쿠스틱 기타 줄을 따라 멜로디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단조로운 듯한 도입부를 지나면 변주의 파도가 밀려들어온다. 노래에서 길을 잃을 법하지만, 곡의 런닝타임이 끝나면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된다. 솔튼페이퍼의 음악에는 장르로 구획할 수 없는 묘한 이끌림이 묻어있다.
솔튼페이퍼는 지난 5월 18일 새 앨범 '스핀(SPN)'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오 달아라'를 비롯해 '엔딩(Ending)' '파라다이스(Paradise)' 등 8곡이 담겼다. 밴드 사운드가 밑바탕이 되지만 록, 포크, 컨츄리 등 트랙들은 다채롭다. 전작 '어핀(Awe Fin)'을 잇는 앨범이다.
"'어핀' 전까지는 개인적인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었어요. 이후로는 이야기를 만드는 식으로 했죠. 이 앨범은 '어핀'의 연장입니다. 첫 트랙인 '엔딩'은 '어핀' 앨범과 맞닿아있죠. 앨범에는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일렉기타와 헤비한 톤을 추가했어요."
'스핀'의 곡들은 편하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세련됐다. "가장 대중적인 코드와 멜로디를 솔튼페이퍼가 만들면 어떤 느낌이 나올지 궁금했죠. 많은 분이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았어요." 힙합과 록을 넘나드는 솔튼페이퍼는 새 앨범의 초점을 '대중성'에 맞췄다. '오 달아라'에서는 같은 소속사인 플럭서스뮤직에서 활동 중인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와 호흡을 맞췄다.
"발표했던 곡 중에 세 번째로 여자 보컬과 듀엣한 노래예요. 영어로 발표했던 '원 하트(One Heart)'에 한국어 가사를 입혔죠. 꽃잠프로젝트 공연을 봤을 때 김이지의 보컬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스튜디오 녹음 때에도 결과가 무척 좋았죠. 어쿠스틱한 음악의 보컬로 김이지의 목소리가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클래지콰이의 호란은 '오 달아라' 작사에 참여했다. 사랑과 관련한 '클래식한 테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한 김이지의 보컬이 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외에도 일렉기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헤비 뮤즈(Heavy Muse)', 컨츄리 장르인 '마인(Mine)'이 수록됐다.
"'어핀' 작업을 할 때 2CD로 발매하고 싶었어요. 수록곡이 많으면 좋지 않다는 동료들의 의견을 들었죠. 그래서 '어핀'을 낸 뒤 연이어 '스핀'을 내게 됐죠. '어핀' 작업할 때 모아둔 곡 중에 수록할 노래를 선택하고, 새롭게 녹음했습니다."
지난 3월 플럭서스뮤직과 계약한 솔튼페이퍼는 든든한 지원 속에서 앨범을 마무리했다. 홀로 활동할 때보다 작업 기간이 여유로웠고, 믹스 작업도 만족스러웠다. "항상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솔튼페이퍼는 음악에 푹 빠진 뮤지션이었다.
"음악을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요. 곡이 쌓여있고, 아이디어나 가사가 떠오르면 항상 노트에 적죠. 타이밍과 운에 따라 좋은 곡들이 나오기도 해요. 오래 곡 작업을 하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잡아내려고 애쓰죠. 저의 의도, 순간의 감정, 운이 기분 좋게 맞을 때 결과도 좋은 듯합니다."
미국에서 자란 솔튼페이퍼는 2000년대 초 의류 브랜드 인턴으로 한국에 발을 디뎠고, 에픽하이와 만났다. 친척 형과 친했던 타블로와 인연을 맺게 됐다. 부침을 겪던 에픽하이의 정규 3집 '스완 송즈(Swan Songs)'에 참여하면서 한국에서 음악 생활을 시작했다.
"에픽하이의 영향이 컸죠. 그 이후로 미국에서 막연히 꿈꾸던 음악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나인티스 키즈(90's kids)'예요. 90년대 힙합과 록을 들으면서 자랐죠.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인디신 앨범을 들으면서 꿈을 키웠어요."
2009년 에픽하이가 설립한 맵더소울에서 활동했던 솔튼페이퍼는 가진 실력에 비해 음악을 선보일 기회가 적었다. 그는 이제 더 가까이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음악은 죽도록 열심히 하고 있죠. 더 많은 분과 소통하려고요. 곡을 완성할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중독인 거죠. 모든 사람의 취향을 위해 계속 작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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