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육아’, 이제는 예능을 넘어 드라마까지 접수하고 있다.
브라운관에서 육아 콘텐츠를 보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한때 ‘육아 예능’이 붐을 일었고, 각 방송사에서 하나씩은 만든 장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예능’을 넘어 육아 콘텐츠가 드라마에 흡수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육아 예능’의 원조는 2000년에 방송된 MBC ‘g.o.d의 육아일기’다. 지오디 멤버들이 재민이를 돌보면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 이 프로그램은 1년 남짓 방송됐지만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아직까지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회자가 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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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육아 예능’이 명맥을 꾸준히 잇진 못했다. ‘육아’ 자체보다는 지오디라는 그룹에 방점이 찍힌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육아를 내세운 또 다른 ‘육아 예능’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의 ‘육아 예능’ 열풍을 일으킨 건 2013년 방송된 MBC ‘아빠! 어디가?’였다.
당시 윤민수의 아들 후, 김성주의 아들 김민국, 민율 형제 등이 ‘랜선 조카’로 떠오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 20%대를 뚫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tvN ‘컴온 베이비’ 등 각 방송사에서 너도나도 육아 예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2013~2015년 한참 붐을 일으켰던 ‘육아 예능’은 지나친 방송사간 경쟁에서 비롯된 식상함을 이기지 못하고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50주 넘게 일요일 예능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제 10%대를 겨우 넘고 있고, MBC에는 ‘육아 예능’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SBS ‘오 마이 베이비’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사정은 비슷하다.
한때 홍수처럼 밀려왔던 ‘육아 예능’이 주춤하는 사이, 육아라는 콘텐츠는 드라마로 조금씩 흘러들어갔다. 그간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아빠가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들은 많았지만 ‘육아’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갔던 드라마들은 전무했다. 그랬던 드라마계에서 ‘육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
일단 가장 먼저 ‘육아’를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최근 종영한 MBC ‘마이 리틀 베이비’다. 토요일 심야 시간에 방송된 ‘마이 리틀 베이비’는 MBC와 MBC에브리원이 합작한 작품으로, 강력계 특별수사반 에이스였던 한 남자가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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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는 주인공 차정한(오지호 분)이 조카를 키우기 위해 동네 ‘맘 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분유를 탈 줄 몰라 허둥대고, 먹던 분유가 아니면 먹지 않는 ‘분유 갈이’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초보 엄마’의 모습이 꽤나 다양한 에피소드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KBS에서는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이란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이 드라마는 육아가 중심은 아니지만, 이혼남녀의 육아 고민이 상당히 비중 있게 등장한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이혼을 알리는 방법이나, 이혼한 후에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각종 방법을 강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MBC 새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 또한 육아를 둘러싼 요즘 부부들의 고민을 녹여낸 드라마다. 출산만 강요할 뿐,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하지 않는 세상에서 부모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육아전쟁백서를 다루는 드라마로, 남자의 ‘육아휴직’이 소재가 된다.
이처럼 ‘육아’는 예능에서 드라마로 옮겨가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드라마로 흘러가면서 ‘육아’는 단순히 육아에 서투른 아빠나 귀여운 아가들의 모습 등 1차원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현실적인 고민과 현재 제도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발현시킬 수 있는 ‘신선한 소재’로 탈바꿈했다. 과연 ‘육아’는 드라마계에 정착해 ‘육아드라마’란 장르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