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에서 그 누구보다 절절한 멜로 연기를 했던 이서진. 하지만 그는 알고 보면 ‘프로예능러’다. 이미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주인공을 ‘역임’한 바 있기 때문. 그런 이서진에 ‘예능’을 물었다. 이서진은 “안 하려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막상 한 번 하면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그만의 ‘정의’를 내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이서진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싱글맘 강혜수(유이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한지훈 역을 맡았다. 절절한 사랑을 연기하는 이서진을 보며 눈물을 훔친 순간, 머릿속을 스친 한 마디. ‘아, 맞다. 이 사람이 그 꽃할배 짐꾼이었지!’. 배우인 이서진에게 이 상황 자체가 일종의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을까. 예능이란 굴레가 배우인 그를 옭아매는 상황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사진=정일구 기자 |
“이번에 제대로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겠단 결심 같은 건 아니었다. 평소에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할 거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제가 원래 부담감 느끼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웃음) 그래서 예능적 이미지를 벗어야겠단 부담감 같은 걸 느낀 적은 없다.”
‘부담’ 같은 걸 느낀 적 없다던 이서진도 지난 달 24일 첫 온라인 생방송을 하고, TV로는 6일 첫 방송되는 KBS2 ‘어서옵쇼’에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일단 멜로는 당분간 접고 ‘어서옵쇼’를 살려야지”라는 농담을 할 정도니 말이다. 생방송이 어땠냐는 질문을 역으로 던지기도 했다. 그런 이서진에 왜 ‘어서옵쇼’를 하게 됐는지 물었다. 그는 “거절을 엄청 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작년부터 하자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스튜디오 안에서 하는 예능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왜 자꾸 나를 캐스팅하려고 하냐’고 말하며 끈질긴 구애를 거절했다.(웃음) 원래 한 두 번 거절하면 마음을 접기 마련인데 또 섭외 요청이 오더라. 저를 이렇게까지 원하면 이유가 있을 거고, 하는 게 맞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못해도 책임 안 진다’라고 말하며 시작했다.(웃음)”
평소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이서진과 열정 넘치게 움직이는 노홍철의 조합은 뜻밖이다. 함께 생방송을 진행해본 소감을 물으니 이서진은 “(노)홍철이와 저는 정말 상극”이라며 그의 ‘파워’에 혀를 내둘렀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안 하는’ 자신과 ‘쉬지 않고 말하는’ 노홍철의 조합이 꽤나 괜찮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홍철이는 엄청 열심히 하고 쉬지 않는 스타일이고 저는 아무것도 안 하는 스타일이라 이 조합이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거기에 중간에서 조율해주는 김종국이 있다. 셋이 앉아서 얘기하면 또 그게 재밌더라. 생방송 10분 하니까 정말 할 말이 없어서 앉아서 쉬어있었다.(웃음) 제 게스트가 안정환 씨였는데 스스로 솔선수범에서 잘 하시더라.”
‘미대 오빠’ 이미지인 이서진을 본격적으로 예능에 끌어들인 게 바로 나영석 PD다. 천하의 이서진을 tvN ‘꽃보다 할배’로 그를 ‘국민 짐꾼’으로 만들더니 ‘삼시세끼’에서는 노예처럼 수수를 재배하도록 만들다니. 그런 이서진에 혹시 ‘결혼계약’ 방송 후 나영석 PD가 코멘트를 해준 적이 있느냐 물었다. 이서진은 “우린 일 얘기 안 하고 술 마신다”고 답해 모두를 ‘빵’ 터지게 했다.
“나영석 PD와는 자주 만나지만 일 얘기는 서로 많이 안 한다. 프로그램 얘기는 많이 안 하고 사는 이야기나 서로의 일터에서 있었던 ‘돌발상황’에 대해 말한다. 주로 ‘그 때 이랬는데 저랬다’ 식의 넋두리다.(웃음) 그냥 만나면 재밌고 웃긴 얘기들을 주고받는다. ‘꽃할배’ 이우정 작가와 다른 제작진들이 몇몇 모여 자주 만나고, ‘삼시세끼’ 게스트들 중 가까워진 사람들도 초대해 만나기도 한다.”
투덜거리고 하기 싫어하지만 결국엔 해내는 게 예능 속 이서진의 이미지였다. 그는 그게 실제의 모습이라고 인정했다. 예능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더니 “뭐든 끝까지 안 하려고 버티다가 한 번 하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서진은 ‘연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작품을 할 때 연출을 믿고 가는 스타일이다. 나영석 PD니까 했고, ‘결혼계약’ 김진민 PD를 무조건 믿고 따랐다. ‘어서옵쇼’도 서수민 CP가 자신있어하니까 믿고 가보는 거고. 특히 ‘꽃할배’는 자꾸 안 하고 싶어 하는데 결국 하는 제 모습이 나 PD와 이우정 작가가 원하는 예능 콘셉트에 잘 맞아 떨어졌다. 연출이 원하는 콘셉트와 제가 잘 부합돼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꽃할배’를 다녀와서도 나 PD에 ‘이거 누가 보냐’고 계속 말했고, ‘삼시세끼’ 촬영할 때에도 제일 만힝 한 말이 ‘이건 망한다’라는 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아무 주문 없이 자신을 믿어준 나영석 PD가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했다고 이서진은 말했다. 그는 “10년 전에 제가 예능했으면 잘 됐을까? 아마 아닐 걸”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 사진제공=어서옵쇼 |
“요즘에는 ‘츤데레’라는 단어가 사용될 정도로 저 같이 툭툭 하는데 그래도 할 건 다 해주는 스타일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 그게 잘 맞아서 제가 예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좋아해준 것 같고. 중학교 1학년인 제 조카가 예능을 꼬박꼬박 챙겨본다. 오히려 ‘결혼계약’ 속 제 모습을 보고 ‘평소와는 너무 다르다’며 하나도 안 웃긴 장면에서 깔깔 웃었다고 말해주더라.”
가끔은 이서진에 붙는 별명이 ‘케미요정’이란 말이다. 예능을 할 때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인데도 결국 잘 어울리게 만드는 게 바로 그이기 때문. 옥택연이나 ‘꽃할배’들과의 케미가 그랬고, 최지우와의 케미가 그랬다. 그에게 비결을 물으니 “옆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연기를 할 때에도 상대 배우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더 좋은 연기를 잘 나오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같이 한다. 비슷하다. ‘삼시세끼’ 게스트들도 시간을 빼서 와준 거니까 이슈를 만들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더 돋보이게 해주고 싶었다. 최지우 씨는 특히 제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줬다. 가장 많이 기억나는 게스트 중 한 명이다. 그가 해준 김장김치로 어려운 시기를 잘 났다.(웃음)”
평소 ‘복면가왕’ ‘라디오스타’ 같은 걸 즐겨본다고 말하는 이서진에 ‘라디오스타’ 출연을 추천햇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남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게 즐거운 거지”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꽃할배’를 볼 때 시청자들의 마음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할배들의 짐꾼을 하며 땀을 흘리는 이서진의 모습이 떠올라 만약 ‘꽃할배’를 한다면 또 가고 싶냐고 물으니 “그건 제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 네 분이 가신다면 당연히 간다”고 단번에 답한다. 이리도 책임감 강한 ‘짐꾼’이 또 있을까. 역시, ‘프로예능러’는 달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