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 연재 기고 =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10)]
■ 영화정보가 부족할 때 평점은 유용하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흥행은 얼마동안 극장가를 양분상태로 만들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와 아닌 영화, 상영하는 관과 상영하지 않는 관, 관람한 관객과 관람하지 않은 관객.
그런데 관객에게 이 상황은 진공상태에 더 가깝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를 봤든 안 봤든 관객 입장에서는 ‘볼 영화가 없는 상태’다. 배급 상황이 아니라 정보량이 그렇다.
이 글처럼 어떻게든 언급하는 정보와 그렇잖은 정보가 얼마간 지속될 테니까. 최단기간 흥행기록들, 천만 돌파 여부, 한국영화 대 외국영화 구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 등이 모두 나올 때까지. 그동안 아직 관람하지 않은 관객에겐 다른 영화 정보가 물리적으로 부족하고, 이미 관람한 관객에게는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정보가 심리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이후에도 올해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영화 평점은 유용하다. 총 정보량은 부족하더라도 평점은 가장 확실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장면, 케이블 채널 <아내가 뿔났다>에서 아내 박미선이 남편 이봉원에게 영화 <샌 안드레아스>를 함께 보러 가자고 하자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그 영화의 평점을 확인한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에게 자기 취향의 영화를 추천받았지만 끝내 남이 매겨놓은 점수를 확인하고서야 그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남편이 영화를 유독 좋아하기 때문에 평점을 미리 확인한 게 아니다. <2015 영화소비자조사 보고서>(영진위, 2016)에 따르면, 영화 선택 시 고려 요인이 온라인 평점인 관객은 57%, 전문가 평점인 관객은 39%, 두 평점을 함께 보는 관객은 31%다. 그렇게 경험재를 선택할 때는 내 취향이 그거라고 남이 주장하는 추천 서비스보다 다른 사람의 검증 결과들이 더 도움이 된다.
일반관객 평점과 전문가 평점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일반관객 평점이 8점대 이상이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재미를, 전문가 평점이 8점대 이상이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완성도를 보장한다. 이것만으로도 실효성은 있다. 다만 두 평점이 동시에 8점대 이상이고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는 일 년에 한두 편 뿐이라는 게 문제다.
일반관객 평점과 전문가 평점 간의 패턴을 확인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두 평점 간에는 원래 평균 2점 차이가 난다면 그 범위 내에서는 동일한 평가로 보고 재미와 완성도 중에 선택하면 된다. 또 어떤 평가자가 액션영화에 다른 장르보다 평균 1.5점을 더 주는 패턴이라면 그걸 감안하고 다른 영화와 비교해볼 수 있다.
■ 평점 분석 방법
관객들이 주로 참고하는 네이버, 다음, CGV, 김형석, 이동진, 박평식의 평점을 조사했다. 이들이 모두 평점을 매긴 영화 30편을 분석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네티즌 평점’은 네티즌 평점을 대표해서, CGV의 ‘관객 평점’은 실제 관람객의 평점을 대표해서 각각 선택했다. 김형석 평점은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봐야 할 때 개인적으로 고려하는 편이라, 박평식 평점은 관객 사이에서 ‘확실히 짜다’는 소문의 힘 때문에, 이동진 평점은 개인의 가시적인 티켓파워가 있어서 선택했다.
(실제 관람객의 평점을 업계 최초로 서비스한 맥스무비 평점은 참여자수 차이가 나서, 대표적인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평점은 과거 데이터를 볼 수 없어서 제외했다. 세 전문가의 평점은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데이터이기에 양해를 따로 구하지는 않았다.)
읽기 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표현은 당연히 조사 대상 30편에 한해서다. 범위를 70편으로 늘렸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정도로 한계가 분명하다. 당연히 평가자의 평점을 가치 판단한 것도 아니다. 평점에 압축된 정보를 더 풀어내는 이런 방법도 있다, 딱 그 정도의 의미다. 막상 대단한 결과도 없다. 그 평점들을 참고하는 관객이라면 이미 인지하고 있는 내용을 수치로 확인한 것이다.
■ 박평식 평점은 정말 짠가?
“진짜로 박평식 평점은 가장 짠가?” 대학원에서 평점 관련 수업을 할 때 받은 질문이다. 그때는 몰랐다. 그 위력을. 그 위력을 알고 나니 평점을 참고하는 관객이라면 궁금할 법하다.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동일한 영화의 평점은 평가자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분석했다.
조사대상 영화의 전체 평균은 7.4점이다. 네이버 8.28점, CGV 7.76점, 다음 7.7점, 김형석 7.67점, 이동진 6.7점, 박평식 6.3점 순이었다. ‘소문대로’ 박평식 평점은 가장 낮긴 했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 네이버 = 김형석+0~1.2점, 이동진+0.7~2.5점, 박평식+1.2~2.8점
- 다음 = 이동진+0~2점, 박평식+0.6~2.2점
- CGV = 이동진+0.1~2.1점, 박평식+0.6~2.3점
- 김형석 = 이동진+0.1~1.9점, 박평식+0.6~2.1점
이 결과에 의하면 네이버, 다음, CGV 중에서는 어떤 평점을 참고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편한 UI를 골라서 그 평점을 쭉 보면 된다.
박평식과 이동진의 평점을 참고할 때는 일반관객 평점보다 약 1.5점이 더 낮다는 걸 감안하면 된다. 이래서 “평식이 형이 7점 줬다, 보러 가자!”는 식의 댓글들은 일반관객 평점이 8점 이상일 때 실제로 유효하다.
김형석 평점은 두 전문가보다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두 전문가와 다른 성향도 있다. 그래서 연간 10편미만을 보는 관객 63%에게는 김형석 평점이 두 전문가 평점보다 안전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 흥행에 따라 평점이 다른가?
흥행성적 및 순위는 영화를 선택할 때 관객 64%가 고려할 정도로 중요한 요인이다. 흥행 규모와 일반관객 평점을 함께 고려하는 관객은 45%, 전문가 평점을 함께 고려하는 관객은 30%, 셋 다 고려하는 관객은 25%다. 그래서 흥행 규모에 따른 평점 차이를 분석했다. 흥행 규모는 관객 수 100만 명 여부로 비교했다.
관객 100만 명 이상 영화의 전체 평균은 7.24점이었다. 네이버 8.35점, CGV 7.82점, 다음 7.67점, 김형석 7.54점, 이동진 6.29점, 박평식 5.76점 순이었다. 관객 100만 명 미만 영화의 전체 평균은 7.61점이었다. 네이버 8.18점, 김형석 7.83점, CGV 7.68점, 다음 7.74점, 이동진 7.23점, 박평식 7점 순이었다.
- 박평식의 100만 명 미만 영화 평점 = 100만 명 이상 영화 + 0.5~2점
- 박평식의 중소형배급사 평점 = 대형배급사 + 0.1~1.8점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동시기에 개봉주말까지 50만 명을 넘긴 대형배급사 영화 A(최종 100만 명 이상일 확률이 높은 영화)와 20만 명을 넘긴 중소형배급사 영화 B(최종 100만 명 미만일 확률이 높은 영화)가 있다. 박평식 평점은 A와 B가 똑같이 6점이다. 평균차를 감안하면 A 평점이 더 높은 셈이다.
한편, 네이버, 다음, CGV, 김형석, 이동진의 평점은 흥행 규모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흥행 규모를 고려하는 관객이라면 이들 평가자 간의 차이를 비교하여 참고하는 게 더 적당한 방법이다.
■ 제작국가에 따라 평점이 다른가?
관객 34%가 영화를 선택할 때 제작국가를 고려한다. 중요도는 3점(5점 만점)으로 전문가평점 3.1점과 거의 차이가 없다. 제작국가와 온라인 평점을 함께 고려하는 관객은 23%, 전문가 평점을 함께 고려하는 관객은 17%다. 그래서 제작국가에 따른 평점 차이를 분석했다.
한국영화의 전체 평균은 6.98점으로 네이버 8.24점, CGV 7.72점, 다음 7.48점, 김형석7.38점, 이동진 5.69점, 박평식 5.38점 순이었다. 미국영화의 전체 평균은 7.91점으로 네이버 8.33점, 이동진 8점, 김형석 7.94점, CGV 7.93점, 다음 7.82점, 박평식 7.42점 순이었다. 기타영화(한국과 미국 제외한 국가)의 전체 평균은 7.28점으로 네이버 8.25점, 다음 7.98점, 김형석 7.75점, CGV 7.28점, 이동진 6.2점, 박평식 6점 순이었다.
- 이동진의 한국영화 평점 = 미국영화 - 1.5~3.1점
- 박평식의 한국영화 평점 = 미국영화 – 1.4~2.6점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동시기에 미국영화 A와 한국영화 B가 개봉했고, 관객은 B가 더 보고 싶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동진과 박평식의 A 평점은 8점, B 평점은 6점이다. B를 예매하는데 망설여지는 상황. 그런데 평점 차이가 제작국가별 최대차 이내니까 두 영화는 유사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고민할 것 없이 원래 보고 싶었던 한국영화 B를 그냥 보면 된다.
이동진과 박평식의 평점이 한국영화에 박하다는 점에서 이렇게 활용할 수도 있다. 가령 어떤 한국영화에 9~10점을 주었다고 치자. 일반관객 평점으로 환산하면 10점을 초과한다. 그건
한편, 네이버, 다음, CGV, 김형석의 평점은 제작국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제작국가를 고려하지 않는 66%에 속하는 관객이라면 이들의 평점을 우선 참고하면 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