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한국 뮤지컬이 중국 시장도 넘보고 있는 시대가 왔다. ‘총각네 야채가게’ ‘빨래’ ‘김종욱 찾기’ ‘영웅’ 등의 작품이 중국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대형 라이선스 공연보다, 한국의 창작 뮤지컬에 관심을 두고 있는 중국. 이유는 바로 한국 콘텐츠의 힘에 있었다. ‘총각네 야채가게’의 강병원 대표, ‘빨래’의 최세연 대표, 딤프의 배성혁 집행위원장과 중국에서 한국 뮤지컬이 통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강병원 대표 “중국, 한국 작품의 창작, 기획 개발하는 과정을 교류하고 싶어하죠”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총각네 야채가게’는 중국에서도 창업이나 취업난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희망, 꿈을 다룬 작품이 통한 것 같다. 2014년 8월부터,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에서 공연됐다”라며 ‘마이버킷리스트’ 콘텐츠진흥원 ‘K-스토리 피칭’에 선정돼 중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라고 전했다.
↑ 사진=마이버킷리스트 중국 포스터/ 라이브 |
중국은 아직 소재의 제약이 많고 전체 관람가라서, 꿈과 희망, 삶의 의미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 통한 다는 설명. 때문에 한국 뮤지컬 소재에 대한 중국 공연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다.
강 대표는 “‘총각네 야채가게’의 직원 중 다섯 명 중 한 명이 집안 사정 상, 저녁에는 호스트바를 다니는 설정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심의 때문에 비슷한 설정에서 조정을 했다”라며 뮤지컬도 심의를 받는 중국 문화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에서 장기 공연은 힘들다고 하는데, ‘총각네 야채가게’는 130회나 공연됐다.
“한국은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힘, 콘텐츠의 힘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라든지 휴먼 등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급부상 중이라, 콘텐츠가 중요하다. 한국의 드라마의 힘, 배우의 힘을 부러워한다.”
현재 한국 뮤지컬은 내수시장 뿐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가야 할 차례. 한국에서 자체제작을 하고 중국과 일본으로 진출하는 것이 이상향이다. 때문에 라이브에서는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
↑ 사진= 총각네야채가게 중국 공연 / CJ E&M |
“라이브에서 주관해서 콘텐츠진흥원과 ‘글로컬뮤지컬라이브’를 진행했다. 기획자체가 해외를 향한 것이었는데, 공모전에 90개 작품이 올라왔는데 작년에 쇼케이스로 3작품을 진행했다.
당시 중국과 일본 공연제작사도 초청하고, 중국어와 일본어 자막을 넣었다.”
강 대표가 설명한 작품은 ‘거위의 꿈’ ‘팬레터’ ‘포이즌’이라는 작품.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중국 쪽으로 풀 수 있는 게 많다. 가능성이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 대표는 “중국에서 어린이 뮤지컬 시장은 더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극장이 많아서. 10년 안에 브로드웨이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 “아직은 초기 시장이라서, 수익이 높게 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된다면 라이선스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한국 뮤지컬의 창작, 기획 개발하는 과정을 교류하고 싶어한다. 작품 소재와 발굴, 작가 등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말이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한국 뮤지컬의 탄탄한 내실도 중요해 지는 시점이다.
“국가 지원이나 기업 투자로 한국 문화가 아시아 세계시장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한국 문화가 외국으로 전해져, 삶의 영향을 준다면 부수적인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강 대표는 한국 문화의 파급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중국은 작품성이 중요하다”라면서 뮤지컬이 장기적으로 각광받기 위해서는 작품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딤프(DIMP) 배성혁 집행위원장 “中, ‘공감’과 ‘이야기’가 중요”
‘투란도트’는 세계를 겨냥한 작품이다. 오페라 ‘투란도트’를 뮤지컬로 제작한 것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앞서 닝보, 상해, 항주, 동반 등에서도 공연됐다. 하얼빈 극장에서 정식으로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서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하얼빈 극장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콘셉트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문화교류로 하면, 보통 3회 정도 하는데 6회 공연을 하는 것은 중국에서도 그만큼 자신있다고 하는 것이다.”
배 집행위원장은 “중국 전역에 극장이 늘어나고 있다. 약 6년 사이에 50개의 극장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보다 대관료가 약 4배 이상이고, 공연단체가 공연하고 싶어도, 지원받는 작품 말고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중국 뮤지컬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 사진= 딤프 /하얼빈 업무 협약, 하얼빈 대극장 내부 |
이어 “국가와 관련된 상태로 이뤄지다 보니까, 뮤지컬 시장의 성장이 더뎠다. 한국은 라이선스 작품 외에도 창작 작품이 붐이 일어, 큰 성장을 하지 않았나. 중국은 라이선스 공연보다, 창작 작품에 더 기울여,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고, 활성이 잘 안 됐다”라고 덧붙였다.
라이선스 작품을 하면서, 해외 스태프들과 맞닥뜨리면서 성장하는 것인데, 중국도 이제, 해외로 고개를 돌리면서, ‘공동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제뮤지컬포럼도 열리면서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제일 좋은 공연장이 다 중국에 있다. 사실 아직 실속은 없다. 채울 수가 없는 상태니. 하지만 중국은, 경제적으로, 문화 사업으로 겨냥해야 할 한 축이다. 아직 제작진들이나 배우들이 없어서 그렇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문화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알아야 진출할 수 있는 곳이다. ‘미스사이공’이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도 내용 때문이니 말이다. 한국은 작품자체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몫이 더 크게 작용할 때도 많다. 하지만 중국은 ‘공감’과 ‘이야기’가 중요하다. ‘투란도트’에 중국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스토리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이다.
배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뮤지컬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몇 백회 공연에 기간을 정해 계약하고, 그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판권에 대한 계약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장기적으로 보면 더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는 것이다.
◇ ‘빨래’ 최세연 대표 “韓뮤지컬, 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질적인 성장’
‘빨래’는 한국에서도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은 뮤지컬이다. 올해 초 한국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이 중국을 찾아, 중국 관객들을 직접 만났다.
“중국에 용마사라는 극단의 단원이 한국에 왔을 때, ‘빨래’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추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연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며 용마사를 인수하게 된 클리어씨 홀딩스 대표가 ‘빨래’를 보게 됐고, 그들이 찾고 있던 작품에 부합해 중국 진출 제안을 하게 됐다. 라이선스 공연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 배우들로 한국 공연 그대로를 먼저 선보이고 싶다고 하여 초청 공연을 먼저 진행하게 된 것이다.”
↑ 사진= 빨래 중국 공연/ 씨에이치수박 |
‘빨래’는 지난 1월13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상하이 드라마틱 아트센터(SADC) D6에서 5일 6회 공연을 올렸다. VIP 시사로 진행된 첫 공연에서는 상하이 한국문화원 김진곤 원장, 중국 상하이 문화광파영상 관리국 전 예술감독이자 상해국제 아트센터 유문국 당 서기를 비롯한 중국의 언론 매체들이 참석해 호평을 쏟아냈다.
“객석을 거의 채운 일반 중국 관객들도 열정적인 박수를 보냈다. 자막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부분에서는 함께 웃고, 가슴 아픈 부분에서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빨래’의 정서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국경을 넘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아름다운 음악도 언어의 장벽을 넘겨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가 중국 작품으로 리메이크 될 때, 중국 정서에 맞게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아직 라이선스 공연을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초청 공연의 경우 변경이나 수정 사항 없이 한국과 동일하게 진행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확실히 문화나 사회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일정 부분 수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회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기존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한국작품이 진행되고, 언어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을 올리기까지 많은 점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스태프도 함께 하게 되고, 자막을 넣는 등의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정서도 함께 살려야 한다.
“지난 1월 공연이나 앞으로 8, 9월에 있을 공연은 초청공연으로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스태프는, 총연출인 추민주 연출을 필두로 중국 스태프와 한국 스태프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음향의 경우 한국 스태프가 함께 진행을 하지만 조명이나 무대의 경우에는 중국 스태프가 참여를 했다. 중국어 자막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중국에서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앞으로도 중국에서 성장을 더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우선 한국 뮤지컬의 질적인 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해외(브로드웨이) 라이선스 공연도 있지만, 한국 창작 뮤지컬도 그게 걸 맞는 퀄리티를 갖기 시작했다”라면서 “아시아의 정서와 더욱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과 훌륭한 배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자본과 인구를 봤을 때, 중국은 분명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산업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더욱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두호 배우 “中 ‘빨래’ 공연, 교류가 됐다는 느낌에 뿌듯하고 행복하더라”
안두호 배우는 ‘빨래’ 중국 관객들을 만났다. 안두호는 ‘빨래’ ‘당신만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락시터’ ‘발레선수’ ‘아가사’ ‘택시 드리벌’ 등의 작품에 섰고, 현재 ‘친정엄마’에 출연 중이다.
“중국 공연은, 시설이 한국처럼 좋지 않았다. 오래된 극장이었는데, 관객들이 담배를 피운다거나, 공연 중에도 사진을 찍는 문화에 놀랐다. 플래시도 터트려서 관계자에게 얘기했더니, 포인터기로 사진을 찍는 관객에게 경고를 주더라.”
극장 내에서 금연일 뿐 아니라, 공연 전에는 휴대전화를 끄고, 촬영이 금지 돼 있는 한국에 비해, 아직 공연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중국 관객들의 모습은, 충분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자막으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해야 했다.
“처음에는 자막을 통해 전달이 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많이 공감을 하더라. 펑펑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더라.”
안두호는 말도 안 통하는 중국 관객들과, 작품을 통해 더욱 가까워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 느끼는 것은 다 같다는 것이다. 연극이라는 장치적인 것을 뛰어넘어, 관객들과 교류가 됐다는 점에, 뿌듯하고 행복하더라. 관객들이 꽃도 주고.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열렬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관객들도 힐링을 받았겠지만, 배우 입장에서도 공감되고 더, 행복하고 보람차더라.”
공연을 하면서 많은 관객들을 만났겠지만, 중국 공연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었다고. 그는 “80세 할아버지가 비눗방울 신에서 펑펑 울고, 기립 박수를 치더라”라고 설명하며, 당시의 벅찬 마음을 내보였다.
“‘빨래’를 하는 배우들은 ‘내 작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다 같이 한지도 5년이 넘는 배우들도 많고, 그만큼 더 호흡도 잘 맞고 거기에서 오는 시너지도 있다. 중국으로 향하면서 비장한 각오로 갔다. 라이선스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니, 자부심이 들지 않나. ‘빨래’가 중국에서 통한 이유? 아마도 작품성 아닐까. 드라마 적인 부분이 중국인들의 마음도 움직인 것 같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