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양 아래'에서 북한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조작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조작된 인생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답답함에 분노가 치미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영화는 8세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는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주민들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북한 정권 찬양을 위해 기획된 영화답게 흘러간다.
하지만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이내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북한 정권을 비난한다.
철저히 조작된 북한의 모습을 만들려는 정부의 실체에 반기를 들고 진짜 북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북한 정부의 완벽한 통제 속에 거짓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은 촬영 전후 카메라를 끄지 않는 방법을 통해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다.
진미의 삶 옆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진미와 가족, 친구들에게 "웃어라", "좀 더 크게 말하라"는 등 강요를 일삼는다.
진미의 아파트와 부모 직업도 실제와 달리 영화를 위해 연출됐다. 진미뿐 아니라 그의 주변인 모두 사상 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잊게 되는 과정 또한 적나라하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당국자는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동의를 구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하는 '강요'가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진미의 눈물과 김일성 3대를 찬양하는 시를 읊는 모습은 특히 가슴을 후벼 판다.
북한 당국의 검열과 통제 시도에 감독은 카피 본을 떠 원래보다 70%가 삭제된 필름을 제출하는 기지를 발휘해 실상을 알렸다.
북한의 실상을 담은 '
러시아와 북한은 이 영화를 비난하고 있다. 92분. 전체 관람가.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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