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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배우'는 오달수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과거 실제 경험 일부가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가 오달수의 현실과 다른 게 있다면, 극 주인공이 누적관객 1억명을 달성해 '흥행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오달수처럼 성공한 듯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20년째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섰던 배우 정성필(오달수)은 욱하는 마음에 스크린 도전에 나선다. 돈벌이가 되지 않은 연극 무대에서 열정 하나로 버티던 남자는 "사람 역할도 아닌…"이라는 장모님의 말에 "영화에 캐스팅됐다. 이번엔 사람 역할"이라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등 떠밀려 오디션에 도전하게 된 성필. 하지만 오디션 조차 쉽지 않다. 사실 그는 대학로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만 연기했을 뿐, 연기에 재능이 많은 이는 아니었다. 다리를 저는 연기를 해야 하지만 망치로 자신의 다리를 진짜 내리쳐 연기하는 배우다. 결국 그는 편법을 통해 영화 '악마의 피'에서 사제 역할을 따내지만 실수투성이다.
'대배우'를 연출한 석민우 감독은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달수를 비롯한 많은 연극인이 하나쯤 마음에 품고 있을 에피소드를 열거한다. 관객이 거의 없는 썰렁한 공연장을 보여주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배우의 모습 등이 스크린에 담긴다.
성필이 오디션에 도전하는 모습도 빤해 보인다. 하지만 박찬욱-김지운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석 감독은 선배들을 향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엮어냈고, 흥미를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정성필이 오디션을 보는 영화 '악마의 피'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박쥐'의 일부를 차용하고, 국민배우 설강식(윤제문)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속 일부 장면에서 연기를 펼친다. 김지운 감독은 깜짝 등장하기까지 한다. '악마의 피' 연출자는 박찬욱 감독의 모습을 빼닮은 깐느박(이경영)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재미있게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일반 대중이 그렇게 흥미롭게 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경력을 합하면 70년이 넘는 배우들의 일종의 회고록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한다.
특히 주목할 건 설강식와 정성필의 관계다.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고, 좋게 말하면 열정이 과했던 설강식은 정성필과 대립관계를 이뤄 나간다. 인간 세상에서 착하기만 한 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린 걸까. 성필도 적당한 타협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깨달은 듯 행동한다.
영화는 둘을 통해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가 뒤를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고 짚어낸다. 배우뿐
가족을 위해 다른 길을 택한 성필의 도전은 성공한 걸까. 오래도록 이 길을 걷는 어떤 이는 결말에 분노를 느낄 수도, 또 다른 이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은 이에게 다시 찾아온 기회.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30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