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군인은 민간인 이후로 남자친구 후보 2위.’
한때 농담처럼 오간 이 말이 쏙 들어간 요즘이다. 이유는 하나, 바로 ‘꽃군인 열풍’의 중심에 선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중기 덕분이다. 현실에선 전혀 존재하지 못할 비주얼이라지만, 군인과 여의사 로맨스 덕분에 전국은 매주 수, 목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군인이 이렇게 ‘핫’한 적이 또 있었을까. 하지만 되돌아보면 매력적인 군인 캐릭터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유시진(송중기 분) 대위 말고도 반짝반짝 빛났던 드라마 속 군인들을 정리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창공’
1995년 방영된 KBS2 ‘창공’은 당시 최고 청춘스타 김원준, 류시원을 투톱으로 앞세운 공군 드라마다. 공군사관학도 박찬영(김원준 분)과 강기훈(류시원 분)의 사랑과 우정을 그려내며 당시 드라마는 물론 OST까지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꽃미남 가수’로만 큰 사랑을 받던 김원준을 배우로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였다. 안정된 연기력은 아니었지만 류시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극을 잘 이끌어갔고 매 신 ‘안구정화’용 비주얼을 뽐내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이본, 염정아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도 인기의 요인이었다. 이들이 펼치는 로맨스는 공군과 만나면 정말 이런 멋진 일이 일어날 거란 환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 ‘남자만들기’
같은 해 방영된 KBS2 ‘남자만들기’는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겪는 일상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실제 군에 간 스타들을 활용해 시청률까지 챙긴 똑똑한 드라마였다. 구본승, 이휘재, 감우성, 차인표 등 복무 중인 스타들이 육군본부 파견 명령을 받아 약 두 달간 촬영에 투입됐다. 당시 차인표는 MBC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인기 절정을 달리다가 자원입대한 상태였고, 구본승, 이휘재 등도 청춘스타로서 단연 톱에 섰던 인물들.
여기에 김재현 작가가 군 생활을 비교적 실제와 비슷하게 다루며 시청자의 공감까지 자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8부작이었지만 30%대 시청률까지 끌어올리며 군인 드라마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 ‘신고합니다’
‘남자만들기’의 성공으로 이듬해 속편 격인 ‘신고합니다’가 제작됐다. 전편에서 활약했던 차인표, 구본승, 이휘재가 다시 한 번 얼굴을 비쳤고 총 18부작으로 분량도 늘어났다.
‘남자만들기’가 논산훈련소 생활을 그렸다면 ‘신고합니다’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겪었을 내무반의 얘기를 담았다. 군 부적응자를 위한 내무원의 따뜻한 배려, 여군과 평등 문제 등을 코믹하게 엮어냈다.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43.4%를 찍었다. 애초 국방부 홍보용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효과 200%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 ‘막상막하’
2002년 MBC ‘막상막하’도 국방 홍보용 작품이었지만 여느 상업 드라마 못지않게 큰 인기를 얻은 작품. 성유리가 갓 임관한 여군 소위 ‘이강현’으로 분해 문제사병 최장우(이훈 분)와 김태훈(윤태영 분) 중위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이 작품은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성유리를 배우로서 발돋움하게 한 계기였다. 당시 성유리는 열의 넘치지만 허당기 가득한 이강현 역을 소화해내며 군인 로맨스물의 한 획을 그었다.
또한 성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략은 금녀의 장소로 알려진 군대를 열린 공간으로 인식을 바꾸는 긍정적인 효과도 이끌어냈다.
◇ ‘태양속으로’
SBS ‘태양속으로’(2003)에서는 군 장교와 여의사의 사랑을 그렸다. 또한 권상우, 명세빈 등 청춘 스타들이 출연했다는 점까지 ‘태양의 후예’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던 드라마다.
권상우는 해군대위 강석민 역을 맡아 미모의 외과의사 전혜린으로 분한 명세빈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권상우는 이 작품으로 연기 신고식을 치렀지만, 제 몫을 제대로 해내며 시청률 견인차 구실을 했다. 여기에 정태우, 김정화 등이 또 다른 커플로 등장해 상큼한 로맨스를 만들어냈다.
◇ ‘소문난 칠공주’
2006년 히트작 KBS2 ‘소문난 칠공주’는 군인드라마는 아니지만 극 중 나설칠(이태란 분)과 그의 상대역 연하남(박해진 분)이 군인으로 등장하면서 ‘꽃군인’ 열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드라마 속 나설칠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육군 대위. 터프한 성격에 남자 한 번 만난 적 없지만 후임 연하남의 대시로 티격태격 연애담을 엮어가며 뭇 여성들의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했다.
이태란과 박해진의 열연에 힘입어 이 작품은 시청률 47.0%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올렸고, 두 사람은 2006 KBS 연기대상 베스트 커플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 ‘로드 넘버원’
MBC ‘로드 넘버원’(2010)은 그동안 현대 군인을 다룬 것과 달리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군인들의 생존 과정과 사랑, 우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주인집 딸 수연(김하늘 분)의 의대 학비를 위해 빨치산 토벌에 나선 빈농 태생 하사관 출신 장교 이장우(소지섭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았다. 소지섭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연기했고, 김하늘은 특유의 청순한 이미지로 비련의 여주인공을 소화해냈다.
그러나 시청률 면에선 영 만족스럽진 못했다. 시청률 9.1%로 시작했지만 시대극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점점 하락했고, 결국 4.6%까지 내려앉으며 톱스타 캐스팅 값을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 ‘푸른 거탑’
tvN ‘푸른 거탑’(2013)은 군인을 다룬 드라마 중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품이다. 2012년 ‘롤러코스터’의 한 코너로 방영되다가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한 내용에 큰 인기를 얻고 이듬해 독립편성됐다.
군 시츄에이션 드라마를 표방한 ‘푸른 거탑’에서는 남성에겐 군생활에 대한 공감을, 여성에게는 말로만 들었던 군대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 하에 제작됐다. 최종훈, 김재우, 김민찬, 백봉기, 이용주 등 톱스타 하나 없는 라인업이었지만, 탄탄한 대본만으로도 크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푸른거탑 제로’ ‘푸른거탑 리턴즈’ 등 시리즈물로 거듭나면서 독보적인 병영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 ‘태양의 후예’
드라마 속 군인 캐릭터에 정점을 찍은 건 역시나 ‘태양의 후예’다. 우르크라는 낯선 땅에서 목숨을 담보로 싸우는 유시진 대위와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의 말랑말랑한 로맨스로 그야말로 ‘여심강탈’ 행진 중.
이 작품은 송중기, 송혜교 투톱 캐스팅에 스타작가 김은숙의 의기투합으로 방송 전부터 손꼽히던 기대작. 첫 방송부터 14.3% 시청률을 찍더니 단 9회 만에 30% 벽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태양의 후예’의 선전은 국방부까지 고민하게끔 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홍보 효과를 얻었지만 ‘다나까’ 말투로 경직된 군 문화를 환기시킬까 염려하고 있는 것. 전국을 열풍으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국방부마저 좌지우지한 이 작품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