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예능이 봄을 맞아 폐지와 신규 프로 편성을 오가며 ‘과감한 단장’에 나섰다.
지난 25일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4월4일부터 적용될 ‘2016 봄 개편 사안’을 알렸다. 지난 설특집으로 선보였던 예능 프로그램들의 신규 편성과 함께 일부 프로그램의 시간 이동, 폐지 등의 소식이 한꺼번에 전해졌다.
일단 ‘듀엣가요제’가 신규 편성 티켓을 거머쥐는 것과 함께 ‘능력자들’을 밀어내고 금요일 예능 자리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추석특집에 이어 올해 설특집으로 방영되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던 ‘듀엣가요제’는 금요일 오후 9시30분에 편성, 오는 4월8일부터 첫 방송된다.
↑ 사진제공=MBC |
‘듀엣가요제’에 자리를 내준 ‘능력자들’은 목요일 심야 시간대로 이동한다. ‘능력자들’은 지난해 추석특집으로 시작, 정규 편성 후 ‘덕후 문화’를 조명한다는 신선한 의도 아래 색다른 재미를 줘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로 이동하고, MC 김구라가 하차하면서 새로운 MC로 새 단장을 할 예정이다.
이번 봄 개편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프로그램들이 아쉬운 종영을 하게 돼 안타까움을 샀다. 토요일 오전을 책임졌던 ‘찾아라! 맛있는 TV’와 일요일 아침을 열었던 ‘해피타임’이 종영한다. 주말의 실시간 검색어를 담당했던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해피타임’ 자리인 일요일 오전 8시로 시간을 변경하고, 토요일 오전 시간대에는 ‘MLB 중계(가제)’가 편성된다.
그야말로 ‘과감한 개편 단행’이다. 한꺼번에 많은 프로그램이 시간을 이동하거나 폐지, 신규 편성이 되면서 예능 띠 변경이 생겼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듀엣가요제’ 편성과 ‘MLB중계’ 편성. 두 가지 요인은 이번 개편의 ‘기대’ 요인이다.
‘듀엣가요제’는 두 번의 파일럿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프로그램. 일요일 오후 ‘복면가왕’이라는 음악 예능 방송이 있기 때문에 마땅한 시간대를 찾지 못하다가 ‘듀엣가요제’는 마침내 금요일 밤 시간대에 100분 편성이라는 ‘특별 관리’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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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례적으로 MLB의 중계 소식을 토요일 오전 내내 4시간에 걸쳐 방영을 한다는 점에서 남성 시청자들의 환호가 뜨겁다. MBC에서는 그간 꾸준히 MLB 중계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왔고, ‘위대한 유산’ 종영 후 ‘컬투의 MLB핫토크’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야망이 컸던 MLB 중계를 드디어 토요일 오전 시간에 고정적으로 내보낸다는 것에 시청층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일단 역사가 깊은 ‘찾아라! 맛있는 TV’와 ‘해피타임’을 한꺼번에 조영을 시킨다는 건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찾아라! 맛있는 TV’는 700회를 넘게 진행했을 만큼 ‘먹방 원조’ 격의 프로그램이었고, ‘해피타임’ 또한 2005년부터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 새로움을 찾기 위해 역사적인 프로그램들을 무분별하게 종영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제 겨우 자리를 잡는 듯 보였던 ‘능력자들’을 ‘듀엣가요제’ 신규 편성을 위해 목요일 심야 시간대로 옮긴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다. 목요일 심야 시간대가 MBC의 가장 취약한 시간대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화제작이었던 ‘듀엣가요제’를 편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굳이 이제 막 적응 기간을 끝낸 ‘능력자들’을 옮기면서까지 편성을 했어야했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외에도 ‘듀엣가요제’가 금요일 방송, ‘복면가왕’이 일요일 방송인만큼 같은 음악 예능 장르가 주말 편성띠에 고스란히 놓여있다는 것도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아무리 두 프로그램이 확연히 특징이 다르다지만 장르가 같은 이상 시청자들은 ‘왜 비슷한 프로그램을 연달아 하냐’는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단 관건은 ‘듀엣가요제’의 안착과 ‘찾아라! 맛있는 TV’ ‘해피타임’과 같은 장수 프로그램들을 대체할 만한 지속력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다. 확 바뀌겠다는 각오 아래 과감한 개편을 단행한 MBC가 ‘예능 강국’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