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육룡이 나르샤’는 그야말로 명배우들의 잔치였다. 젊은 이방원을 100% 소화해낸 유아인부터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 김명민, 천호진까지 한 작품에서 만나기 어려운 배우들이 고려의 붕괴와 조선의 건국을 위해 뭉쳤고, 그 결과는 역시나 최고였다. 언제 또 이 조합을 만날 수 있을지 진한 아쉬움마저 남았다.
이 가운데 유아인은 50부작 내내 극을 이끌어가는 선봉장이었다. 꿈 많고 순수한 청년 이방원부터 권력욕에 초심을 잃고 왕권 강화를 위해서라면 아내의 집안 사람들까지 척결하는 냉혈한으로 변신하기까지, 유아인이 아니었더라면 롤러코스터 같은 변화를 브라운관에 구현해내지 못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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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
유아인은 소년 같은 매력과 선굵은 연기력을 오가며 기존 역사극에서 많이 다뤄졌던 이방원의 색다른 면모를 끄집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청년의 치기, 열정과 왕위를 두고 벌이는 인간적 고뇌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브라운관을 압도했다.
그와 함께 어제의 동지에서 적으로 변모하며 첨예한 갈등을 이뤘던 정도전 역의 김명민도 빼놓을 수 없는 수훈갑이었다. 극 초반 괴짜같은 면모로 ‘육룡이 나르샤’에 웃음을 주기도 했던 그는 조선 건국에 대한 뜻이 다른 이방원과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최후를 맞는 역사적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가상인물을 연기한 신세경, 변요한, 윤균상 등 젊은 배우들의 해석 능력도 탁월했다. 여성 민초로서 잔다르크 같은 강한 면을 보이면서도 정인 이방원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펼칠 때에는 한없이 귀여운 소녀의 매력을 발산한 신세경은 분이 역에 최적화된 배우였다. 차분한 톤의 목소리, 날선 눈빛 등은 분이의 여장부다운 느낌을 강하게 살렸고, 그가 가진 특유의 발랄한 색깔은 이방원을 향한 분이의 순수한 마음을 강조하기에 충분했다.
변요한의 변신도 눈여겨볼 만했다. 극 중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방지는 변요한의 서늘한 눈웃음이 더해져 여심을 사로잡는 캐릭터로 진화했다. 또한 연희(정유미 분)에 대한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이기도 했다.
신예 윤균상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수혜를 본 배우 중 하나다. 그는 천방지축 무휼이 무사로 거듭나기까지를 맛깔나게 연기하면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안겼다. 등장인물 중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재밌는 대사와 캐릭터로 드라마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천호진의 연기력은 말이 필요 없었다. 초반부터 새 나라 건국의 깊은 뜻을 지니고 모든 갈등의 핵이 됐던 이성계 역은 그가 아니면 상상조차 없을 정도였다. 엄격한 지도자이자 아들에겐 약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로서 ‘인간’ 이성계의 내면을 제 옷 입은 듯 잘 풀어냈다.
이처럼 ‘육룡이 나르샤’는 탄탄한 대본, 웅장한 영상미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 급 대우들의 연기 향연이 있었기에 웰메이드 드라마로 탄생할 수 있었다. 저마다 롤에서 최선을 다하며 퍼즐을 맞춘 이들은 사극의 새로운 장을 쓴 진정한 ‘육룡’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