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2000년대 초 가요계 아이돌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수의 팀이 쏟아졌고, 그 안에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싸움은 자연스레 방송과 결탁으로 이어졌다. 데뷔나 컴백을 앞둔 팀들이 이른바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일컬어지는 형태의 전파를 타면서 눈도장을 찍고, 팬덤을 키워나간 것이다.
그 출발점은 2000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에서 한 코너로 방송되던 ‘god의 육아일기’(이하 ‘육아일기’)로 볼 수 있다. 당시 1집 타이틀곡 ‘어머님께’로 데뷔한 신인 그룹 god는 재민이란 어린 남자 아이를 맡아 키웠고, 이런 다섯 남자의 좌충우돌 육아 에피소드는 방송 시작하기가 무섭게 큰 인기를 얻었다. 멤버들에게 엄마, 아빠, 삼촌 등으로 각자 캐릭터를 부여한 전략은 시청자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고, 아이의 재롱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볼거리였다. god는 ‘재민이가 키웠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톱스타 대열에 올랐고, 다음 앨범 히트까지 이어지면서 이들의 리얼리티 마케팅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od 선례 후 아이돌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은 통과의례처럼 진행됐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 채널이 다양해진 케이블방송이 입지를 키우기 위해 수많은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신인, 톱 아이돌 등의 민낯은 안방극장에 자주 노출됐고, 급기야 아이돌 멤버 선출 과정까지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며 시청자와 가깝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특히 선봉장엔 YG사단이 있었다. 빅뱅은 2006년 MTV ‘리얼다큐 빅뱅’을 통해 6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떨어뜨려 지금의 멤버를 구성했다. 이 과정을 보여주며 팬덤이 자연스레 형성됐고,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도 높였다. 이들은 데뷔 후에도 ‘빅뱅 TV’에도 출연하며 발판을 더욱 굳건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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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아이콘도 빅뱅과 비슷한 형식의 멤버 선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 이전부터 인기 초석을 다진 경우다. 2013년 Mnet ‘WIN-후 이즈 넥스트’에서 팀A(위너)와 팀B(지금의 아이콘)가 빅뱅 이후 8년 만에 데뷔하는 남자 아이돌 자리를 두고 다퉜다. 이후 팀A가 승리해 위너라는 이름으로 이듬해 데뷔했고, 아이콘 역시 이들의 배턴을 이어받아 신인임에도 높은 팬덤을 안고 가요계 출사표를 던졌다.
이밖에도 샤이니, 티아라, 비원에이포, 빅스, 세븐틴, 스누퍼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이 많은 아이돌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노크했다. 가요기획사들과 가수들 입장에선 인지도 형성과 팬덤 확산이란 효과가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확실했고, 방송사에겐 영상 클릭 수가 많고 적은 제작비로 효율이 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에서 서로에게 ‘윈-윈’이었던 셈.
여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데뷔도 안한 연습생들을 노출하고 팬덤을 구축하려는 모델도 나타낫다. Mnet ‘프로듀스 10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러 기획사 소속 101명의 연습생을 경쟁시키고, 그 중에서 톱 11을 선출해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기획 의도는 신선하고 풋풋함을 찾는 가요 팬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프로듀스 101’의 히트로 아이돌 리얼리티 콘텐츠들이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