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외모지상주의’라는 단어가 연예계 한켠에 자리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하루 이틀이 아니고,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 ‘외모지상주의’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외모지상주의’라는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고등학생이 어느 날 완벽한 남자의 몸을 가지게 되고, 새로워진 몸으로 인기를 얻게 되는 등 신변이 180도 변하는 과정을 통해 외모지상주의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웹툰이다.
물론 웹툰이 진행되면서 일진 미화 등 다른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 웹툰에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외모지상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했다는 것 자체에 시원하게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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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라는 단어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 바로 연예계다. ‘베이글녀’ ‘몸짱’ ‘식스팩’ ‘초콜릿복근’ ‘조각미녀’ 등의 신조어들은 모두 연예인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걸그룹 식단’이 유행처럼 번지고, 연예인들의 성형수술 ‘커밍아웃’이 어느 새 ‘털털한 면모’ 혹은 ‘예능감’을 대신하는 에피소드가 됐다.
사실 이런 외모지상주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2000년의 일이다. 영어로 외모지상주의는 ‘루키즘’(Lookism)이라고 하는데, 이는 1970년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쓰기 시작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가 2000년 8월 인종·성별·종교·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지목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외모지상주의는 외모가 개인 간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믿는 것을 뜻한다. 외모가 연애, 결혼과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여의도연구원에서 2014년 10월2일부터 20일까지 전국 4년제 대학교 68개교 재학생 5,617명(남학생 3,403명 여학생 2,214명)을 상대로 설문을 한 결과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학생의 21.4%가, 남학생은 6.8%가 ‘있다’고 답했다. 사회에 팽배한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예계에도 심심치 않게 루키즘을 부추기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수 박보람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당시 통통한 몸매였지만 가수로 데뷔를 하는 과정에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날씬한 몸매로 나선 박보람은 노래 ‘예뻐졌다’ ‘연예할래’ 등을 통해 ‘열심히 관리해 예뻐졌다’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그의 ‘극강 다이어트 식단’이 함께 눈길을 끈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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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하이 등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외모 관리를 통해 데뷔 때에는 달라진 ‘비주얼’로 무대에 올랐다. 이미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입증 받은 가수들이건만, 이들은 마지막 관문처럼 다이어트와 외모 관리에 돌입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몇몇 배우들이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대중에 나타나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성공 사례도 물론 있지만, 신이나 양미라와 같이 성형 수술이 독이 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외모 때문에 한정된 역할에만 캐스팅되는 현실에 성형 수술을 감행했지만, 한순간 달라진 외모에 작품 제의가 끊기기까지 하는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에 연예인 소속사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소속사 한 관계자는 “마냥 연예인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라며 “개성 있는 외모나 뚱뚱한 채로 대중 앞에 서면, 그거대로 욕을 먹는다. ‘비호감’ 딱지가 붙어 뭘 해도 비호감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모 관리를 하면 ‘실력 안 키우고 외모 덕만 보려 한다’고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연예인의 본분을 잊었다’고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연예인들이 토크 프로그램에 나와 성형 고백이나 다이어트 경험을 밝히는 것이 마치 ‘쿨한’ 것처럼 되어버린 연예계 풍토다. “코와 눈은 기본”이라고 말하는 연예인들의 말에 시청자들은 더욱 성형과 극단적 다이어트를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
과연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의 ‘본분’은 무엇일까. 어느 새 실력보다 중요하게 되어버린 외모.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 연예계.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또한 외모에 지나치게 획일화된 기준으로 연예인들의 매력을 재단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