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작가부터 PD까지 CJ E&M으로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개국 10주년 tvN이 뿌린 ‘씨앗’들이 드디어 수확의 시기가 다가온 것일까.
지난 9일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가 차기작을 tvN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는 방영 4회 만에 시청률 25%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 작가는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썼다 하면 ‘대박’을 터뜨린 스타 작가다.
tvN으로 향하는 작가는 김은숙 작가뿐 아니다. 같은 날 ‘킬미 힐미’ ‘해를 품은 달’ 등의 진수완 작가 또한 CJ E&M과 작품을 계약하고 준비 중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진수완 작가의 스타일을 봤을 때 tvN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진수완 작가는 이미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어 모든 방송사와 제작사가 탐내하는 작가 중 한명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에서도 치열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스타 작가들이 줄줄이 CJ E&M과 작품 계약을 하고 있다. 2016년은 그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다. tvN이 개국 10년을 맞아 특집 대작들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장르드라마로서 드물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는 지상파에서 ‘유령’ ‘싸인’ 등을 선보였던 ‘장르물의 대가’다. 김은희 작가는 ‘미생’ 김원석 PD를 비롯,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등의 충무로 스타들을 만나면서 ‘인생작’을 내놓게 됐다. tvN과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다.
2016년 5월에는 고현정, 조인성, 이광수에 고두심 등 중견배우들까지 ‘호화 캐스팅’을 완료한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방영될 예정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괜찮아 사랑이야’ 등으로 독특한 감성주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해온 노희경 작가가 내놓는 신작이다.
이처럼 ‘배우들마저도 믿고 출연하는’ 스타 작가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뿐 아니라 캐스팅 파워까지 얹으며 CJ E&M 채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에 한몫했다. 김혜수, 조진웅 등을 ‘시그널’이란 드라마에 끌어들인 힘도 바로 ‘대본’ 때문. 배우들 모두 “영화인 줄 알았다”고 극찬한 필력 덕분에 ‘시그널’은 최고의 배우들로 채워질 수 있었다.
CJ E&M 채널로 향하는 움직임은 PD들 사이에서도 활발하다. 지난해 말 ‘무한도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등을 연출한 손창우 PD가 MBC를 떠나 tvN으로 거취를 옮겼다. 지난 9일에는 KBS 소속 PD들의 이적 소식이 전해졌는데 그 중 일부도 tvN행이 유력하다.
10년 전만 해도 ‘얼마나 가겠냐’는 시선을 받았던 tvN을 비롯한 CJ E&M 채널들은 이제 강력한 파워와 색깔을 지닌 채널로 변모했다. 드라마나 예능 분야 가릴 것 없이 많은 제작 관련자들이 CJ E&M으로 향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제작의 용이성’ 때문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고위관계자는 “중간 광고가 붙는 CJ E&M 방영 특성상 한 드라마에 광고 수익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수익에 대해 PD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하지만 지상파는 전보다 광고 수익 면에서 급속도로 떨어져 PD가 이에 대한 부담도 가질 수밖에 없다. 제작하는 데에 더 편리한 구성이 있기는 하다”고 귀띔했다. PD가 다른 제약 없이 프로그램 제작에만 집중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지상파에서 CJ E&M으로 이적한 후 성공을 한 사례들이 많이 생긴 것도 이들을 자극시킨 요인이었다. 현재 tvN 본부장인 이명한, 예능국장인 김석현 등이 KBS PD 출신이다. 나영석 PD, 신원호 PD 또한 KBS에서 이적했다. 모두 CJ E&M에서 꽃을 피운 인재들이다. 예능 PD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유연한 제작 환경’이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작가들의 경우, tvN이 ‘드라마 잘 만드는 방송사’로 대중에 인식됐다는 점이 그들을 움직이게 한 가장 큰 이유다. ‘응답하라’ 시리즈, ‘오 나의 귀신님’ ‘미생’ 등 톡톡 튀는 드라마들이 tvN에서 탄생하면서 tvN 시청층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또한 사전제작, 비교적 자유로운 편성, 시즌제 등의 다양한 제작 시스템은 작가들의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점점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tvN에 많은 작가와 PD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tvN의 제작 환경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지 오래다. 점점 ‘tvN행 러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기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