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지난해 11월5일 김윤석-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은사제들’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500만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OST까지 전량 매진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태성 이 ‘검은사제들’을 비롯해 ‘그날의 분위기’ ‘스물’ ‘명량’과 같은 상업영화는 물론이고 ‘기다린다’ ‘아들의 것’과 같은 단편영화 등 수많은 영화들의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음악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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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음악감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 교회에서 성극을 만들어서 들려주면 사람들이 좋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이러면서 음악이 정말 재밌는 일이구나 했고. 대학교에 갔더니, 클래식작곡으로 시작했는데 현대음악을 주로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잘 안 나가고 영화 쪽을 기웃거렸죠. 단편영화 음악을 계속 만들고 영화 예고편 음악 만들다가 운이 좋게도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어떤 드라마에 음악을 붙이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성극을 하면서는 ‘내가 음악을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 계속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드라마에 음악을 붙이면 이런 효과가 생기는 구나’ 하면서 꿈을 키웠어요.”
◇어렸을 때 가장 큰 계기가 됐던 작품이 있나요?
“‘ET’가 하늘로 올라갈 때 존 윌리암스가 만들었던 테마, ‘구니스’ ‘그렘린’과 같은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 로버트 저메키스라던지 죠 단테라던지. 이런 사람들의 영화들을 보면서 되게 설렜어요. 그러다가 이걸 내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걸 중학교 때 결정했죠.”
◇영화음악감독이 관여하는 영역, 작업 방식은 보통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처음에 공정 자체에서 편집이 완료되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음악 작업 시간을 줘요. 그 음악작업이 끝나면 일주일정도 믹싱 작업을 하거든요. 이건 1주에서 2주 작업을 해요. 아무래도 최종믹싱 전 단계에서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감독님과 ‘여긴 음악이 들어가고, 여긴 빠져서 효과 위주로 갔으면 좋겠다’ 하는 걸 조율해요. 음악이 나오다가 없어지면 그 순간이 긴장돼요. 관객들이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 그런 전략들을 감독님이 세워요. 그 전략들을 총괄해서 오면 음악이 있는 부분은 믹싱실에서 음악을 살려주죠. 어떻게 보면 전체 믹싱 과정에서 일종의 키를 잡고 있는 것이 음악감독의 역할인 것 같아요.”
◇음악이 들어가는 장면과 들어가지 않는 장면이 있잖아요. 이건 누가 결정하게 되나요?
“처음에 제가 제안을 줘요. 이걸 감독님이 들어보고 수정을 하죠. 제가 큐시트를 드려요. 어느 타임에 음악을 시작해서 어디서 끝난다는 걸 써서 드리면 그걸 보고 같이 영화를 확인하는 거죠. 대부분의 영화감독님들이 음악에 조예가 깊지만 그걸 저 같은 사람하고 소통하는 게 어려워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구현되는 게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땐 제가 기준점을 드리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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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성은 "미녀는 괴로워"를 한국 영화 가운데 음악과 가장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꼽기도 했다. |
◇음악인과 영화음악감독의 차이점은 어떤 게 있나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영화음악을 하러왔다가 굉장히 많이 놀라요. 음악을 하고 싶은데 사실 음악이 아니라 연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종의 연출적 소양이 없으면 영화음악을 하기 힘들어요.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많은데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가 영상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드라마 음악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영화의 호흡이나 리듬감을 선정하지 못하고 잘 조율하지 못하면 힘들어요.”
◇블록버스터 영화와 소규모 영화를 만들 때 작업 환경이 다른가요?
“예전에는 큰 영화를 하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자유도가 더 많아질 줄 알았는데. ‘한공주’라던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할 때는 제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요. 이건 돈을 바라보고 만드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되거든요. 그러면 음악적으로나 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데 ‘명량’이라던지 100억짜리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순간 고유의 개성은 없어져요. 다만 관객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 만든 사람의 의도, 그 다음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을 어떻게 만족시켜줄지가 우선이 되는 거예요. 제 돈을 들여서 만드는 음악이 아니잖아요. 저는 클라이언트가 있고 그들과 관객들의 기대를 채워줄 의무가 있는 거예요.”
◇장르에 따라 작업방식이나 기준 같은 것들이 달라지나요?
“멜로 같은 경우에는 음악이 들릴 수 있는 작업을 많이 해요. 그리고 남녀의 감정이라든지 사랑의 느낌은 음악으로 설명을 해줘야 몰입이 잘 되요. ‘테러 라이브’나 ‘검은 사제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긴장감이라든지 질감 같은 걸 많이 신경 써요. 블록버스터는 스케일감을 살리고요. 각 장르들마다 접근하는 전략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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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와 "E.T"는 자신을 흥분시키는 영화 음악으로, "펀치 드렁크 러브"는 음악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혔다. |
◇슬픈 장면에서 경쾌한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정 반대일 경우도 있어요. 전형적이지 않은 이런 음악의 삽입은 어떤 기준이 있나요?
“공포영화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오거나 그런 게 저도 멋진 건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그 장면이 정말 잘 설계되어 있을 때 한두 장면에서만 효과적이에요. 만약 배우의 연기가 좋으면, 그 연기만으로 감동이 오면 음악은 잠시 빠져줘요. 이때는 음악은 역할이 점점 작아지고 다른 걸 해줄 수 있어요. 두 사람의 연기가 완벽한데 더 슬프게 하면 밸런스 오버거든요. 이런걸 보면 좋은 작품에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예요.”
◇영화음악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게 가능한가요?
“학문적으로 배우는 게 뭔지는 알아요. 영화음악의 여러 가지 효과들이 있는데 ‘여기서 이런 효과를 내야겠다’하고 작업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뭉뚱그려져 있어요. 여러 효과들이 섞여져 있는 거예요. 분석하면 분류할 수는 있겠지만 만들 때는 장면의 결에 맞게 해야하고, 전환도 봐야하고, 시행착오와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영화 음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음악이 남는 것은 부러워요. 예를 들면 ‘러브 어페어’나 ‘시티 오브 엔젤’처럼 영화는 잘 안됐더라도 음악이 남잖아요. 영화를 뛰어 넘는 음악을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길이길이 남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좋은 영화음악은 영화와 분리시킬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디아나존스’ ‘죠스’를 생각하면 노래가 먼저 떠오르잖아요. 음악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 느껴지는 거죠. 그런 게 정말 훌륭한 영화 음악이에요. 훌륭한 음악과 훌륭한 영화음악은 다른 거라고 봐요.”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