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때로는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야비해 보이지만, 다시 보면 순박하고 짓궂은 소년 같다. 강하게 노려보다가도 옆집 친구처럼 따뜻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헐렁한 듯하지만, 고집 있다. 개구쟁이 같은 미소 뒤에는 진지함이 묻어나지만, 그 진지함 뒤에는 왠지 모를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배우 박정민이 그렇다.
박정민과 작업은 안 했지만 깜짝 놀란 작품이 있었다. 단편영화에서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기억을 못 했는데 찾아보니 박정민이었다. 나중에 작업하려고 염두에 둔 배우였다
앞서 열린 영화 ‘동주’ 제작보고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송몽규 역에 박정민을 캐스팅한 이유로, 이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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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이준익 감독이 인정했든 박정민은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 그야말로 내공이 탄탄한 배우다. ‘세상의 끝’ ‘연애담’ 등 단편영화뿐 아니라 ‘파수꾼’ ‘댄싱퀸’ ‘전설의 주먹’ ‘감기’ ‘들개’ ‘신촌좀비만화’ ‘오피스’ 등을 통해 관객을 만난 그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G코드의 탈출’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드라마 ‘골든타임’, ‘사춘기 메들리’ ‘너희들은 포위됐다’와 웹드라마 ‘모모살롱’에도 출연했다. 또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98’에서는 보라(류혜영 분)의 남자친구로 등장해 ‘나쁜 남자’ 면모를 톡톡히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민의 진면목을 보게 된 것은 역시 ‘동주’다. 극 중 송몽규로 분한 그의 모습은 익숙하지 않은 송몽규라는 역사 속 인물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했다. 장난기 많은 웃음에서 비장한 각오로 의지를 드러내는 강단 있는 모습까지, 박정민은 고른 숨으로 차근차근 내뱉어 송몽규의 숨결까지 느끼게 했다.
당시를 상상으로밖에 할 수 없는 관객들에게, 박정민은 ‘송몽규’에 대한 확신을 더했다. 윤동주(강하늘 분)와의 감정선 뿐 아니라, 그 시대에 맞서야만 했던 이념과 현실에 대해서도 강하지만 섬세하게, 조였다가도 느슨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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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동주 스틸컷 |
‘동주’에서 강하늘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했다면, ‘순정’에서 박정민은 이다윗의 형으로 분해 다른 느낌을 냈다. 동생들을 향한 훈육으로 몽둥이를 들기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보면 볼수록 다르게 보이지만, 또 보고 있으면 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박정민의 매력이다. 앞서 다양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형화된 이미지가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양면성을 가진 배우는 많지만, 박정민은 이를 영악하게 표현해 낼 줄 알기에 그렇다. 탄탄하게 쌓은 내공이 빛을 내기 시작했지만, 배우로서의 박정민의 앞으로가, 더욱 찬란한 이유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