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가 뮤지컬이 아닌 연극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무대 퍼포먼스가 아닌 연기로 승부를 봐야 하는 연극 무대에서 키는 과연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키가 출연을 확정한 연극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지구를 지켜라’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병구와 병구에게 외계인으로 지목돼 납치된 강만식, 병구의 조력자인 순이, 병구와 순이를 쫓는 추 형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공상과학(SF) 블랙코미디다. 극중 키가 연기하게 된 역할은 외계인이라는 SF소재를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병구이다.
이번 키의 연극 출연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지구를 지켜라’는 그동안 키가 무대 위에서 보여줬던 길과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뮤지컬 무대 위에는 1년에 한 두 작품씩 오르기는 했으나, 단순히 연기력 하나보다는 티켓파워와 퍼포먼스와 같이 그 외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보였던 배우에 가까웠다. 덕분에 키의 출연작 역시 ‘인 더 하이츠’ ‘체스’ ‘조로’ ‘보니 앤 클라이드’ 등과 같이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1000석 규모의 대극장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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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물론이고 시트콤 뿐 아니라 웹드라마 조차 출연한 바 없는 키는 샤이니 중에서도 연기와 거리가 먼 멤버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가 연극무대에 출연을 결정한 배경 뒤에는 ‘인 더 하이츠’로 호흡을 맞췄던 이지나 연출과의 인연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구를 지켜라’ 관계자는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 키 스스로가 느끼는 공연의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인 더 하이츠’가 끝나고 이지나 연출과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어오면서 ‘지구를 지켜라’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이지나 연출의 출연 제의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며 “공연기간 동안 해외 스케줄도 없을뿐더러, 본인 역시 원작영화의 팬인 만큼 작품에 대해 굉장한 호감을 보이며 출연을 확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자체가 연극이지만, 캐릭터가 통통 튀고 b급 블랙 코미디여서 키가 연기하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키가 연기하는 봉구 역은 원 캐스팅이 아니고 트리플 캐스팅이다. 이지나 연출의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질 뿐 아니라 같은 역을 연기하는 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은 만큼 연기적인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키의 연극이 궁금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구를 지켜라’의 제작진 면면이 화려하다는 것이다. 뮤지컬 평론가와 연출자로 활동하는 조용신 작가가 대본을 맡았으며, 연출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서편제’ ‘라카지’ 등 다양한 작품을 맡으며 사랑을 받아온 이지나 연출가가 맡았다. 음악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맡았으며, 뮤지컬 ‘엘리자벳’ ‘맨 오브 라만차’ ‘신데렐라’의 무대를 책임졌던 서숙신 무대디자이너가 무대를 꾸민다. 영상 또한 ‘신과 함께’ ‘아랑가’ 등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정재진 영상디자이너가 담당한다. 제작진만 두고 봤을 때 최상의 라인업을 이룬 셈이다.
키와 함께 연기하는 배우진 역시 나쁘지 않다. 안정적인 연기로 ‘대학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정원형과 이율이 키와 같은 트리플 캐스팅을 이뤘으며, 그와 대립관계에 서 있는 정만식은 지현준과 강필석이 맡아 연기한다. 멀티 역할을 소화할 육현욱 또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병구의 상대역인 함예지와 김윤지가 신인인 만큼 연기에 대해 불안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품의 구성만큼은 가히 최고가 아닐 수 없을 정도이다.
현재 키의 연기는 0이다. 여기서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앞으로 그의 노력여하에 달렸다. 뮤지컬을 넘어 생애 첫 연극에 도전한 키의 연기에 관객들은 과연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오는 4월9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