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 첫방①] 주말의 ‘정통멜로’…뻔한데 이상하게 낯설다

[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새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이 첫 방송을 시작한 가운데 정통멜로의 향기를 진하게 남겼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결혼계약’ 첫 회에서는 아픈 엄마를 위해 결혼할 여자를 구해야 하는 한지훈(이서진 분)과 세상을 떠난 남편의 빚을 갚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싱글맘 강혜수(유이 분)의 만남이 그려졌다.

강혜수는 보증 때문에 거액의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살림을 책임지고, 빚쟁이들에 시달리면서도 일곱 살 딸 은성이(신린아 분) 앞에서는 늘 웃는 씩씩한 엄마다. 하지만 빚쟁이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강혜수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생계를 위해 레스토랑 프라미스의 보조 요리사로 취직했다.

↑ 사진=결혼계약 방송 캡처

한지훈은 레스토랑 프라미스의 본부장으로, 한남식품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아픈 엄마 오미란(이휘향 분)은 한남식품 회장 한성국(김용건 분)의 숨겨진 부인으로, 술로 의지해서 살아간 세월이 길어 간이 망가졌다. 한지훈은 그런 엄마가 더욱 위독해졌다는 사실을 듣고 백방으로 방법을 찾지만 간 이식 이외에는 길이 없다는 것을 듣고 아연실색한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차 사고를 통해 만났다. 갑자기 길에 뛰어든 은성이에 놀라 한지훈은 차를 급정거시켰고, 은성이를 감싸 안은 강혜수는 기절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한지훈의 친구 박호준(김광규 분)은 “공갈 자해단 아니냐”고 의심을 했고, 한지훈 또한 정신을 차린 강혜수에 정밀 검사를 받길 지시하며 “내 차에 치인 게 절대 아니니 딴 소리 말라”고 매몰차게 대한다.

이후 강혜수는 집까지 찾아와 빚을 갚으라고 윽박지르는 빚쟁이들을 피해 밤늦은 시간 은성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향하고, 레스토랑에 상주해서 사는 한지훈과 박호준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한지훈은 어머니의 소원인 ‘결혼’을 하고 아내의 간을 어머니에 이식해주는 계약을 맺을 만한 여성을 구해달라고 박호준에 주문을 한 것.

강혜수는 곧 한지훈에 들키고, 그런 한지훈에 “그 결혼 제가 하겠다”고 말하며 운명의 시작을 알린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신분의 차이도 나지만 ‘계약’을 통해 로맨스를 펼쳐나갈 것을 예고하며 ‘결혼계약’의 막을 올렸다.

‘결혼계약’은 주말드라마 시간대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정통멜르’ 장르다. 특히 전작 ‘내 딸 금사월’과 색깔 자체가 다른 드라마. 주로 주말 밤 10시대 드라마들은 가족을 중심으로 사랑, 복수, 질투 등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혼계약’은 그런 가족극과는 상당히 다른 코드를 지닌다.

↑ 사진=결혼계약 방송 캡처

일단 한지훈과 강혜수라는 인물이 계약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발전하는 로맨스를 큰 축으로 하고, 강혜수와 차은성, 한지훈과 오미란 등 남녀 주인공의 가족으로 그 축이 확대가 되는 구성이다.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이나 애틋함을 그리기는 하겠지만 어찌됐듯 드라마의 가장 중심은 ‘멜로’가 될 터.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의 드라마로 접하기에는 어딘지 낯설다. 빠른 스피드와 전형적 ‘악녀’가 등장하던 드라마들에 적응돼있던 시청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멜로드라마로 보자면, 부잣집 도련님과 ‘캔디’형 여주인공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전형성을 갖춰 ‘뻔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낯설지만 뻔한 ‘오묘한’ 느낌의 ‘결혼계약’에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캐릭터들의 ‘난관’이 복잡하지 않아 시청 장벽이 높지 않고, 한지훈과 강혜수가 티격태격하며 어울리는 ‘케미’가 볼 만 해서 계속 눈길이 간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주인공들의 사연을 ‘오버해서’ 극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절제된 연출로 담백함을 높인 덕분에 첫 회에 ‘확 꽂히는’ 파급력은 없지만 ‘한 번 지켜보자’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진부한 맛은 있지만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고, 이서진, 유이 등 배우들의 연기도 선전했다. ‘내 딸 금사월’의 ‘롤러코스터’가 아닌 잔잔한 한강물에 띄운 보트 위에서 즐기는 ‘뱃놀이’ 같은 느낌의 ‘결혼계약’에 얼마나 시청자들이 빨리 적응할지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