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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오피스 분석을 하다보면 호들갑을 떨 때가 있다. 억지스럽더라도. 예컨대 달랑 특정한 하루를 집계해서 특정 영화에 어떻게든 최다, 최초, 최고 수식어를 붙일 때 그렇다. 그렇다 해도 올해 삼일절 박스오피스는 의미를 둘 만 하다.
영화 <귀향>을 중심으로 역대 삼일절 박스오피스를 살펴봤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각각 3월 1일 박스오피스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간별 데이터로 조사했다. 2016년 삼일절 당일 박스오피스, 역대 삼일절 관객수, 역대 삼일절 1위 영화들의 관객/스크린/상영횟수 등을 분석했다.
요약하면, <귀향>은 삼일절 관객수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또한 삼일절 전체 시장도 평균보다 1.5배가 커졌다. 그 결과, 영화관, 관객, 영화가 모두 윈윈했다. <귀향>의 앞으로 추세는 <워낭소리>와 비교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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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은 삼일절에 관객 42만 1634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귀향>에 대한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상영조건만 놓고 보면, <귀향>의 삼일절 1위는 당연한 결과였다.
<귀향>은 스크린수 876개, 상영횟수 3924회, 스크린당 상영횟수 4.4회로 경쟁작 중 가장 많았다(표1). 아마 수치를 보면 깜짝 놀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876개 스크린, <귀향>의 ‘이미지’보다 많지 않은가? 비교컨대 2위 <주토피아>보다 <귀향>의 스크린은 1.2배, 상영횟수는 1.7배, 스크린당 상영횟수는 1.4회가 더 많았다. 특히 스크린당 상영횟수가 하루 4회 이상인 영화는 <귀향> 뿐이었다. 삼일절에 관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관람할 수 있었던 영화는 <귀향> 한 편이었던 셈이다.
<귀향>의 상영조건은 얼마나 효율적이었을까? 영화관의 공간과 시간을 차지한 만큼 효율적이었을까? <귀향>은 스크린 1개당 평균관객수 481명, 상영 1회당 평균관객수 107명으로 TOP10 중에서 가장 많았다. 또한 관객수 점유율을 상영횟수와 스크린의 점유율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귀향>은 관객수 점유율 37%, 상영횟수 점유율 24%, 스크린 점유율 15%였다. 그러니까 <귀향>의 관객수 점유율은 <귀향>이 점유한 상영횟수보다 1.6배, 스크린보다 2.5배가 높았다.
<귀향> 이 외에 TOP 10 중에서 관객수 점유율이 상영횟수 점유율보다 높은 영화는 <주토피아>뿐이었고, 스크린수 점유율보다 높은 영화는 <주토피아>, <데드풀>, 두 편이었다.
그러니까 <귀향>은 영화관 입장에서 관객의 예매가 많아지니까 스크린이나 상영횟수를 배정한 것인데 그 이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알짜 ‘상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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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을 삼일절 역대 1위 영화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귀향>의 관객수와 매출액은 역대 삼일절 최다 기록으로 평균보다 2배가 많았다. 관객점유율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2위였다. 스크린 1개당 평균관객수는 13편 중 9위로 하위권이며, 평균보다 더 적었다. 상영 1회당 평균관객수는 5위로 평균을 웃돌았다.
<귀향>이 역대 1위들과 비교해 상영조건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표4) <귀향>은 역대 1위 중에서도 스크린수와 상영횟수가 가장 많았다. 평균보다 스크린은 452개, 상영횟수는 1791회가 더 많았다. <귀향>이 역대 1위들에 비해 상영조건상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편이었다.
그런데 각 연도별 경쟁적인 상영조건, 즉 점유율 비교를 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스크린 점유율은 13편 중 5위로 평균을 웃돌았다. 스크린당 상영횟수는 평균보다 적었을 뿐만 아니라 최하위권으로 12위였다. <귀향>이 실질적으로 역대 1위들에 비해 더 유리했던 조건은 상영횟수 하나뿐이었다. <귀향>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평균보다 5%p 높았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귀향>의 상영조건은 역대 1위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 수치는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만큼 스크린이 많아졌기 때문에 여느 1위 수준의 상영조건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귀향>은 배당 받은 스크린에서 하루에 네다섯 번 정도를 상영할 수 있는 정도에서 역대 1위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관 입장에서 <귀향>은 역대 1위들과 비교해도 설탕 타지 않은 ‘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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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귀향>은 혼자 돈을 번 게 아닌가, 그런 의문을 품을 법도 하다. 맞다. 까놓고 이건 돈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귀향>의 시장 효과를 한번 보자.
<귀향>의 시장 효과는 올해 삼일절 박스오피스를 역대 최고로 만들었다는데 우선 있다. <귀향>의 관객이 총관객의 1/3 이상을 차지했으니, 올해 삼일절 시장은 사실상 <귀향>이 이끈 셈이다. 그 효과는 올해 삼일절 시장을 역대 매출 1위, 역대 관객수 2위였다. 올해 삼일절 영화관 총매출은 8억 83798만 9000원, 총관객수는 112만 4865명으로, <신세계>가 이끈 2013년보다 관객수는 적지만 매출은 앞섰다.
이 수치가 어느 정도냐면, 삼일절 시장을 약 1.5배 키운 것이다. 삼일절은 공휴일 중 가장 관객수가 적은 날이다. 지난 10년 간 평균 관객수는 73만 여명으로 평균 토요일 관객수 77만명보다 더 적다. 삼일절은 연간 2억회 시장이 열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관객수가 100만명 미만인 공휴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00만 명을 넘어선 해도 2013년 한 해 뿐이었고, 2013년 삼일절은 금요일이었다. 그렇게 영화관 입장에서 삼일절은 무늬만 공휴일이다. 이처럼 설 연휴가 지나면서 비수기로 돌아서는 가뭄 같은 시기에 <귀향>은 ‘단비’였다.
<귀향>의 시장 효과는 지방관객을 불러 모았다는 점도 의미 있다. 일반적으로 삼일절은 서울 강세 기간이다. 그런데 <귀향>의 삼일절 관객 중 지방비율은 77%로 TOP10 중에서 10위 <제 5침공>을 제외하면 지방비율이 가장 높았다. 비교하자면, 2014년 1위 <논스톱>의 지방비율은 72%, 2015년 1위 <킹스맨>은 69%였다. 지방관객의 연평균 관람횟수가 서울관객에 비해 1~2회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영화관에게 <귀향>은 ‘효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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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흥행 전망을 하는 건 기존 사례를 다 무시하고 찍자는 것과 다름없다. 대신 2009년 삼일절 1위 <워낭소리>를 참고할 만하다. 7년 만이다. 소규모 제작비, 소형 배급사, 무명 주연배우를 조건으로 한 영화가 1위를 다시 차지할 일이 있을까, 했는데 7년 만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물론 두 영화의 흥행속도를 보면 비교가 안 된다. <워낭소리>가 188만명을 모을 때까지 45일이 걸렸던 반면, <귀향>은 8일 만에 180만명을 불러 모았다. 그러니 <워낭소리>가 아니라 더 많은 최종관객수의 영화와 비교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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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은 당장 가까워 보이는 <워낭소리>의 최종 관객수도 어쩌면 도달하기에는 아직은 꽤 높은 수치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귀향>의 각종 흥행 기록들은 배급사나 영화관이 아니라 관객이 만들어낸 상영조건에서 나온 기록이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영화는 최종 관객수보다 상영일수 자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귀향>에게 가장 의미있는 수치가 상영횟수였듯, 더 넓게 보면 상영일수 자체가 <귀향>에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