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최근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곳곳에, 포스터가 아닌 마치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배치돼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스크린을 뛰어넘어 영화 속 장치를 관객들의 눈앞으로 구현시키면서,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는 홍보 수단이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디올 앤 아이’(Dior and I)는 크리스챤 디올의 새로운 패션을 알린 라프 시몬스의 첫 오뜨 꾸뛰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패션 영화다. 실제 명품 브랜드 디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화로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었다.
이에 크리스챤 디올의 시작과 현재를 볼 수 있는 ‘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이라는 전시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됐었다. 역대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들의 수트와 드레스가 전시돼 영화를 보는 그 이상의 의미를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들에게 선사했다. 당시 영화 관람과 동시에 전시를 본 관객들이 그것을 인증샷으로 남기기도 했었다. 영화와 전시의 만남이 좋은 사례가 된 예였다.
영화를 이용해 직접 박물관에서 전시를 하는 방식이 있다면, 박물관에 가지 않고 극장에서 직접 그 전시를 볼 수 있는 방법 또한 눈길을 끈다. 영화 ‘도리화가’는 1867년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이 탄생하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실제로 현존했던 인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 두 가지를 모두 선사했다. 이런 ‘도리화가’도 극장에 작은 전시회를 열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고난 뒤의 여운을 달랬다.
‘도리화가’ 개봉 당시 서울 CGV 용산에 오픈한 ‘도리화가’ 조선 최오 여류소리꾼 탄생展에서는 실존인물과 실제장소 및 사건을 바탕으로 역사 속에 숨겨진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비롯, 배우들이 촬영 당시 입었던 의상이 전시됐었다. 촬영장 뒷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비하인드 컷뿐만 아니라, 도리화가, 동리정사, 흥선대원군이 개최했던 판소리 경연 낙성연에 대한 설명이 함께 전시돼 영화에 대한 재미를 더욱 돋우었다.
개봉을 앞두거나, 현재 개봉중인 영화를 이외에도, 역사 있는 영화를 깊숙하게 알아보는 전시회도 팬들을 만나고 있다. ‘꿈의 공장’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지브리는, 애니메이션 위주의 영상작품의 기획 및 제작을 주요 사업을 하는 일본의 기업이다.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이 모두 지브리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에 지난해 9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는 스튜디오 지브리 팬 1세대들을 추억에 젖게 할 초기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최신작인 ‘추억의 마니’까지 총 18편이 상영되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30년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전시회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건축물의 치밀한 설계 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이미지보드, 미술설정, 미술보드, 배경화 등 귀중한 450여점의 원화와 실측 세트 등의 입체모형을 통해 영화 속에서 평면으로 표현된 건축물을 입체로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처럼 영화와 전시의 만남은 영화의 아쉬움을 달래면서, 스크린으로만 느낄 수 있던 감성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가 되었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