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김현주의 진가는 최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에서 빛을 발했다. 극 중 도해강, 독고용기 등 1인2역을 맡았지만 실제 기억상실 이전과 이후로 나뉘면서 1인4역이나 진배없는 엄청난 롤을 무사히 소화해냈다.
벌써 연기 경력 21년차. 로맨틱 코미디, 청춘물, 사극 등 장르 상관없이 쉼 없이 달려온 그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내가 사는 이유’
1996년 김현철의 ‘일생을’ 뮤직비디오로 처음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이듬해부터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 시작을 알렸다. 그 첫걸음은 노희경 작가의 작품 MBC ‘내가 사는 이유’다.
1970년대 마포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김현주는 술집 작부인 일명 ‘몰라양’ 춘심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그는 되바라졌지만 마음만은 해맑은 ‘춘심’으로 분해 180도 변신에 성공했다.
김현주는 과거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내가 사는 이유’ 오디션을 보다 정말 지쳤다. 그래서 껌을 씹었는데 미처 못 뱉고 오디션이 시작됐다”며 “그게 노희경 작가에게 딱 걸렸다. 노 작가가 ‘이렇게 건방진 애가 있을 수 있나’라고 생각하며 내 캐릭터를 괜찮게 본 것 같다”고 캐스팅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 ‘레디고’
같은 해 그는 청춘드라마 MBC ‘레디고’로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차태현, 윤손하, 원빈, 진재영 등 당시 최고 청춘스타들과 함께 작품에 합류한 그는 큰 인기를 얻으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는 극중 대학교 방송반의 지적인 여대생 나민정으로 출연해 깜찍하면서도 이지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당시 김현주의 인기를 서술한 기사에 따르면 김현주는 ‘레디고’에 이어 ‘짝’ KBS2 ‘토요일 전원출발’ MC 자리까지 꿰차며 청춘스타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 ‘햇빛속으로’
1999년 방송된 MBC ‘햇빛속으로’는 김현주의 매력을 배가시킨 작품이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무렵의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장기를 그린 이 작품은 폭력성으로 당시 최악의 드라마 6위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젊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김현주는 극 중 어려운 가정에서도 일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야무진 이연희 역을 맡아 차태현과 찰떡 같은 ‘커플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뽐냈다. 애초 이 역은 김지수가 낙점됐지만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김민종과 유오성이 출연을 포기하면서 김지수 역시 작품 합류를 고사, 김현주와 차태현, 장혁에게 캐스팅 행운이 돌아갔다.
◇ ‘덕이’
2000년 SBS ‘덕이’는 청춘스타로만 기억되던 김현주의 연기력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1950년 6.25전쟁에서 1980년 5.18 민주항쟁까지 30년 격변 속에서 ‘정귀덕’이란 한 여자의 삶을 다뤘다.
김현주는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정귀덕 역을 맡아 시대극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촌스러운 분장도 마다치 않고 몸을 던진 열연 덕분으로 그는 그해 SBS 연기대상 주말연속극부문 여자우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뿐만 아니라 ‘덕이’는 애초 5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20편이나 연장되기도 했다. 명배우로서 김현주의 싹을 확인한 첫 작품이었다.
◇ ‘그 여자네 집’
이듬해 그는 MBC ‘그 여자네 집’에서 상큼발랄한 변신을 시도한다. 경찰 출입기자를 꿈꾸는 발랄한 00학번 여대생 영채 역을 맡아 특유의 톡톡 튀는 청량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 작품은 성장환경이 다른 두 커플이 여러 갈등으로 이혼과 결별을 겪지만 결국 화합하는 과정을 그린 홈 멜로 드라마다. 김현주는 극 중 고아출신 준희(이서진 분)와 로맨스 연기를 펼치며 시청률을 높이는 데에 일조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그는 2001년 MBC 연기대상 여자 우수상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 ‘상도’
같은 해 출연한 MBC ‘상도’도 그에게 인기와 명예 모두 안겨준 작품이었다. 순조 때 경제 거상 임상옥(이재룡 분)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에서 임상옥의 정인 다녕 역을 맡아 연기력은 물론 단아한 면까지 뽐냈다.
그가 맡은 ‘다녕’은 박주명(이순재 분)의 외동딸이자 미모와 총명함을 겸비하고 이재에 뛰어난 여인. 김현주는 캐스팅 당시 “이 악물고 하겠다. 욕을 먹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강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상도’는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호연에도 경쟁작 KBS2 ‘겨울연가’의 등쌀에 밀려 시청률 면에선 아쉬운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 ‘유리구두’
오랜 시간 사극에 올인한 김현주는 2002년 SBS ‘유리구두’로 현대극 귀환을 시도했다. 그는 하나뿐인 언니 태희(김지호 분)와 헤어진 후 기억상실증에 걸려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당찬 인물 김윤희 역을 맡아 소지섭과 안타까운 로맨스를 펼쳤다.
‘유리구두’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눈물겨운 순애보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김현주와 소지섭은 그 인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작년 KBS2 ‘가족끼리 왜이래’ 제작발표회에서도 ‘유리구두’를 언급하기도 했었는데 “‘유리구두’가 신인 때 발판이 됐던 작품이다. 배우로서 힘을 싣게 된 작품이고 감사하게 시청률도 잘 나왔다”고 애정을 표했다.
◇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2004년 방송된 SBS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는 한동안 영화에만 집중하던 김현주가 안방극장을 다시 찾게 된 작품이었다. 당시 그는 영화 출연 때문에 MBC ‘대장금’ 등 숱한 기회를 마다하다 돌아온 것이라 이 작품이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 집을 장만하겠다는 짠순이 김은재(김현주 분)와 배짱 좋은 백수 무열(지진희 분)의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애인있어요’ 주역인 김현주, 지진희가 힘을 합친 첫 드라마이기도 하다.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 둘의 ‘케미’에 처음 불을 붙였다는 의미가 있었다.
지진희는 최근 ‘애인있어요’ 기자간담회에서 김현주와 당시 호흡을 떠올리며 “김현주는 ‘파란만장 미스김’을 찍을 때에도 상대배우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배우였다. 11년 뒤 다시 만난 그와 호흡도 최고였다”고 김현주를 칭찬하기도 했다.
◇ ‘토지’
같은 해 방송된 SBS ‘토지’는 박경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일제 강점기를 사는 최서희와 주변 인물을 통해 어려운 현실과 좌절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방송 초반 제작진의 분위기는 밝지 못했다. 이미 두 차례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전작과 비교당하는 부담을 안고 출발했고, 김현주 캐스팅 당시 미스캐스팅이란 비난도 쏟아졌기 때문.
그러나 김현주는 독한 여장부 ‘서희’를 당차게 소화해내며 캐스팅 논란을 깨끗이 지웠다. 그의 연기력이 일취월장할 때마다 시청률도 상승했고 20% 벽도 돌파하며 그를 선택한 제작진에 보은했다.
◇ ‘인순이는 예쁘다’
‘토지’에 이어 ‘백만장자와 결혼하기’까지 출연한 그는 이후 2년여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MBC ‘메리 대구 공방전’ 여주인공으로 낙점됐지만 막판에 출연이 무산됐고, MBC ‘환상의 커플’ 출연마저도 고사했던 것.
이후 그를 품에 안은 건 2007년 방송된 KBS2 ‘인순이는 예쁘다’였다. 살인 전과자 박인순(김현주 분)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와 로맨스를 담은 이 작품은 탄탄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김현주에게 ‘김현주의 재발견’이란 수식어를 안겼다.
김현주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인순이는 예쁘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슬럼프가 크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는데, 한동안 계속 힘들었다”며 “그러다 ‘인순이는 예쁘다’로 숨을 쉴 수 있었다. 사람들과 못 어울리고 집에만 있었는데 그때 맡은 배역이 내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 ‘반짝반짝 빛나는’
김현주의 이름을 또 한 번 반짝이게 만든 건 MBC ‘반짝반짝 빛나는’(2011)이었다. 병원의 실수로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 한정원(김현주 분)과 황금란(이유리 분)의 야망과 성공,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김현주는 극 중 단순하고 다혈질이지만 능력있는 출판사 팀장 한정원으로 분해 극을 이끌어나갔다. 출판사 편집장 송승준(김석훈 분)과 티격태격하는 로맨스를 역어나가면서도, 황금란과 피 튀기는 신경전을 벌이며 시청률 20%대를 훌쩍 넘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이 작품으로 2011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바보엄마’
이듬해 그는 SBS ‘바보엄마’로 홈드라마 퀸을 노렸다. 그는 하희라와 모녀로 분해 안방극장을 때론 눈물로, 때론 웃음으로 물들였다.
그는 극 중 패션잡지 최연소 여성편집장 김영주 역을 맡았다. 아이큐 200의 천재 딸과 로스쿨 교수 남편까지 둔 완벽한 여성이지만, 아이큐 72의 지적장애 3급인 엄마 김선영에 대한 아픔이 있는 인물. 심장병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뇌종양을 가진 엄마와 넉 달간 동거하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 ‘가족끼리 왜이래’
‘눈물의 여왕’ 김현주가 도도하지만 허당기 가득한 ‘차도녀’로 180도 다른 행보를 걷게 된 건 KBS2 ‘가족끼리 왜이래’(2014)에서였다. 그는 대오그룹 비서실장이자 독신주의자 차강심 역을 맡아 깍쟁이 같지만 어딘가 모르게 백치 같은 면모로 웃음을 선사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유리구두’에서 한 번 호흡을 맞췄던 강은경 작가와 재회했다. 출연 계기 역시 강 작가 때문이었다고. 김현주는 “시나리오가 왔는데 보기도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강 작가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 ‘애인있어요’
20년간 쌓아온 연기 노하우가 폭발한 건 SBS ‘애인있어요’에서였다. 그는 1인4역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극 중 도해강과 독고용기의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충실하게 짚어나갔다.
특히 극 초반 시청자들은 냉혈한 도해강과 푼수 독고용기를 함께 연기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룬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이 연기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이를 뒀기 때문. 드라마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일 수 있었던 것도 김현주의 노련한 연기력 덕분이었다.
그는 이를 인정받아 2015 SBS 연기대상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과 네티즌 인기상, 베스트 커플상, 10대 스타상 등 무려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