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방송진단] ‘치인트’ 망가진 캐릭터, 웹툰 원작 드라마의 덫에 빠지다

[MBN스타 금빛나 기자] 잘 나가던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 먹구름이 끼었다. 남자주인공 유정 역의 박해진의 분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반면, 백인호 역을 연기하는 서강준의 분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극이 흐름이 바뀌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남자 주인공의 분량이 크게 흔들렸던 ‘치인트’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극의 중심 캐릭터가 길을 잃고 헤매면서 극이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 분)과 그의 본질을 꿰뚫은 홍설(김고은 분)의 스릴로맨스(스릴러+로맨스)를 다루는 ‘치인트’이지만, 지금의 흐름을 보면 백인호의 순애보를 보여주려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비범한 여대생 홍설의 어장관리를 보여주고자 하는지 헷갈릴 뿐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매력 또한 빛을 바랬다는 것이다. 본성은 잔인할지언정 완벽한 포커페이스로 홍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패를 보인 적 없었던 유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허술하면서도 뻔하고도 단순한 수를 쓰는 캐릭터로 변질돼 버린 상황이다. 웹툰과 드라마가 풀어내는 갈등양식이 다른 만큼 인물의 변화와 설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했건만, 드라마 ‘치인트’는 그 스스로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버리는 패착을 하고 말았다.

↑ 사진=치즈인더트랩 캡처

그래도 유정의 캐릭터 손실은 양반에 속한다. 백인하(이성경 분)에 비하면 말이다. 원작 ‘치인트’에서 백인하는 욱하는 성질로 이성보다는 본성이 앞서는 일종의 ‘야생마’와 같은 면모는 있지만, 적어도 광기에 휩싸여 일을 그르치는 인물은 아니었다. 체면을 중시하지 않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제 할 일을 하는 성격덕분에, 원작에서는 종종 ‘사이다’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정에 대해서도 그저 돈을 얻을 수 있는 통로일 뿐이지, 이성으로 느끼는 사랑의 대한 감정은 높지 않기에 홍설과의 케미 역사 나쁘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재우와 묘한 어울림을 보여주며 러브라인 아닌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 ‘치인트’에서 백인하 역시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물론 지나치게 오버하고, 애교를 부리는 경향이 있기는 해도 손민수(윤지원 분)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오영곤(지윤호 분)의 뒤통수를 치는 등 나름의 역할 또한 성실해 수행해 나갔다. 하지만 결말에 다가선 백인하는 크게 변해버렸다.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접했던 악녀가 돼 버린 것이다. 갑작스럽게 유정의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이나, 너도 불행해져야 한다며 홍설을 차로 떠밀며 살인을 시도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으며, 개연성도 부족했다. 남자주인공 분량실종으로 시작된 ‘치인트’는 웰메이드 드라마 타이틀을 버린 지 오래, 드라마의 막장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져 있었다.

↑ 사진=치즈인더트랩 캡처

주요 캐릭터가 망가지면서 그나마 멀쩡하던 캐릭터들 또한 피해를 보고 있다. 백인호는 갑자기 늘어난 분량으로 인해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그저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왔던 백인호는 졸지에 극의 중심에 던져지면서 ‘극을 삼각 로맨스로 만들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을 자랑했던 홍설은 그저 그런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전락했다.

‘치인트’에 앞서 수많았던 웹툰들이 드라마가 돼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웹툰의 인기를 기대하고 야심차게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미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처참했다. 흥행실패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섞이며 종합적으로 적용된 것이겠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캐릭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드라마 ‘오렌지마말레이드’의 경우 조아라(길은혜 분)가 전형적인 악녀가 되고, 한시후(이종현 분) 내면에 복잡한 심리를 다루지 못하면서 원작 특유의 감성과 재미를 살리지 못했으며, 원작에서 변주를 시도했던 ‘밤을 걷는 선비’는 밋밋한 캐릭터들과 허술한 극의 전개, 개연성으로 안방극장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원작의 설정만 가져오고 전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경우 초반 신선한 재미를 전해주기는 했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초반 ‘치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원작 팬들의 입김이 강했던 ‘치인트’는 도리어 그 덕분에 완벽한 캐스팅과 원작을 배신하지 않은 전개로 작품의 빛을 보는가 했다. 하지만 잘 나가던 ‘치인트’는 갑자기 자신의 장점을 버리더니, 그 스스로 웹툰 원작 드라마의 패착을 선택하고 말았다. 마지막 회에서 얼마나 크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발을 잘못 들인 ‘치인트’는 너무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또 그 피해는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껴안고 말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