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서민교 기자]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2010년부터 연재 중인 순끼 작가의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다. 조금은 낯선 ‘로맨스릴러’(로맨틱코미디+심리스릴러)다. 인간관계의 미묘한 갈등과 심리 변화를 미시적 관점에서 지독하게 파고든다. 그 속에는 달달한 연애보다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흐른다.
먹이사슬처럼 얽힌 심리적 흐름은 ‘완벽한 남자’ 박해진(유정)을 중심으로 흐른다. 평범한 여대생 김고은(홍설)은 관계의 촉수만큼은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발달했다. 이 때문에 둘 사이의 연애 전선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서강준(백인호)과 이성경(백인하)은 중요한 매개체다. 어린 시절부터 박해진의 무서운 이중성을 꿰뚫어 보고 있는 최측근이자 철저하게 이용당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치인트’는 종영을 앞뒀다. 1일 최종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치인트’를 둘러싼 논란의 탈출구는 찾지 못했다. 마치 드라마 밖에서도 미묘한 심리 갈등을 그리듯 복잡하고 속이 답답하다.
‘치인트’는 제작진과 원작자 간에 갈등이 극에 달했다. 원작 웹툰을 사랑한 팬들은 ‘원작 훼손’이라는 불평을 제기했고, 참다못한 순끼 작가까지 나서 논란을 부추겼다. 제작진의 무책임한 일방통행이 부른 결과였다.
여기에 남주인공 박해진도 거들었다. 박해진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유정의 캐릭터 본질이 사라진 것에 대한 대중을 향한 호소였다.
‘치인트’ 제작진은 뒤늦게 공식입장을 밝혀 그동안의 각종 논란에 대해 사과와 해명을 했다. “드라마와 원작을 사랑해주신 팬 분들, 배우들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고 불편함을 느끼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것이 골자다.
15회까지 진행되면 단 1회만 남겨둔 ‘치인트’는 완전히 방향성을 잃었다. 유정과 홍설의 심리극은 사라졌다. 유정 없이 홍설과 백인호에 깊게 빠지다가, 이젠 홍설이 슬며시 빠졌다. 유정과 백인호를 지나 유정과 백인하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극의 진행은 흔히 볼 수 있는 막장스럽기까지 하다.
‘치인트 논란’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면 참 닮았다. 드라마를 둘러싼 불만에 대한 폭로전은 원작 팬→순끼 작가→배우(박해진)→(원작을 보지 못한)시청자로 전이된다.
그 사이에 낀 제작진은 ‘소통’을 하지 못하고, 치밀하지 못한 이중성을 드러낸다. 유정이 그랬듯 무엇이든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 공식적인 사과가 ‘불통(不通)’한 이유다.
순끼 작가와 배우 박해진도 ‘소통’의 창구를 잘못 활용했다. 제작진과 갈등을 풀지 못하고 일방적인 폭로전으로 모든 논란을 수면 위로 꺼내 결국 막장으로 이끌었다. 이윤정 PD의 색을 덧칠한 드라마가 웹툰 원작과 완벽하게 같을 순 없다. 오히려 드라마 ‘치인트’를 흥미롭게 보던 일부 시청자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관계의 갈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다. 유정과 홍설을 통해 ‘치인트’가 추구했던 로맨스릴러. 그러나 최종회를 앞둔 ‘치인트’는 달콤함 없는 로맨스로 결국 잔혹한 덫에 빠진 스릴러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웰메이드 웹툰 드라마로 칭송 받던 ‘치인트’가 전형적인 ‘용두사미’ 막장 드라마의 트랩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양새가 안쓰럽다.
서민교 기자 11coolguy@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