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원미경이 14년 만에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을 통해 브라운관에 컴백했지만, 그 공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드라마에 존재감을 꽉 채워 눈길을 끈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가화만사성’에서는 오랜 염원이었던 중국집 ‘가화만사성’을 개업하는 봉삼봉(김영철 분)의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봉삼봉과 그의 아내 배숙녀(원미경 분), 큰아들 봉만호(장인섭 분)와 억척스러운 ‘일등 며느리’ 한미순(김지호 분), 재벌가 며느리이면서 시어머니와 남편의 등살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봉해령(김소연 분)과 그와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면서 호기심을 갖게 된 의사 서지건(이상우 분)의 사연들이 속도감있게 펼쳐졌다.
↑ 사진=가화만사성 방송 캡처 |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배숙녀를 연기한 배우 원미경. 그는 드라마 ‘사랑과 진실’, ‘아파트’와 영화 ‘청춘의 덫’ 등 세기를 풍미하며 최고의 여배우로 활약했으나 2002년 MBC 드라마 ‘고백’을 마지막으로 브라운관을 떠난 스타다. 오랜 세월 방송계를 떠났던 원미경의 복귀에 많은 시청자의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
원미경은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간만의 복귀에 대해 걱정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방송계를 떠난 세월이 길다보니 대중과 그만큼 멀어졌을 것이고, 자신을 낯설어할 시청자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기를 아예 쉬었다는 그에 ‘감이 떨어지진 않았을지’ 걱정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첫 회만에 깨졌다. 원미경은 14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완벽하게 ‘가화만사성’의 가족 안에 녹아났다. 그는 늘 아내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는 남편에 “잘못했어요”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고, 세 남매를 훌륭하게 길러낸 아내 배숙녀 역을 맡았다.
배숙녀라는 캐릭터는 순종적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엉뚱한 면이 존재하는 인물. 첫 회에서 남편 몰래 중국집 안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다가 ‘딱 걸려서’ 입을 온통 데이는 장면이나 며느리와 함께 기껏 꾸민다고 등장했으나 마치 경극을 하다 튀어나온 듯 우스꽝스러운 차림새로 나타나 남편 봉삼봉을 대노하게 만들었다.
↑ 사진=MBC |
원미경은 이런 배숙녀의 엉뚱한 면을 부각시켜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정말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 눈시울을 붉혔다가 이내 그 말이 ‘가화만사성’이란 간판에 대고 하는 말인 걸 알고 툴툴거리는 장면이나 봉삼봉의 동생 봉삼숙(지수원 분)과 봉삼식(윤다훈 분), 봉삼식의 아내 오민정(소희정 분)에 앞치마를 내밀며 일을 시키는 장면 등에서 배숙녀를 ‘통통’ 튀게 만드는 원미경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미경은 특히 배숙녀에 자신을 투영하며 더욱 자연스러운 연기를 가능하게 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무대 위에 오른 뒤 기자들에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애교 넘치는 말투와 소녀 같은 평소 행동은 배숙녀의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어 남편에 기죽어 살지만 소녀감성은 잃지 않는 배숙녀를 완성했다.
가족극은 늘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를 하는 만큼 부모의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원미경은 그 부담감마저도 즐기는 모양새다. 상대역인 김영철은 그런 원미경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간만에 돌아온 그를 도와주고 있고, 후배 연기자들은 “여배우는 저렇구나 하고 느꼈다”는 극찬을 할 정도로 원미경의 컴백을 진심으로 반가워해줬다.
시청자들 또한 늘어난 주름을 걱정하면서도 이를 ‘행복한 세월의 보답’으로 받아들이는 원미경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원미경의 연기에 많은 기대를 한 터. 첫 회 속 원미경은 ‘연기 베테랑’ 김영철의 옆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탄탄하게 발휘하며 봉삼봉-배숙녀 부부의 균형을 맞추는 ‘내공’을 발휘해 드라마를 더욱 톡톡 튀게 만들었다. 앞으로 그가 그려낼 ‘가화만사성’에 더욱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