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김윤아 기자] 지상파 드라마가 이를 갈았다. 송중기·송혜교를 앞세운 KBS2 ‘태양의 후예’와 비·오연서·이민정 등 호화캐스팅으로 눈길을 끈 SBS ‘돌아와요 아저씨’ 등이 각각 첫 항해를 시작한 것.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는 진부한 소재, 시청률에 못미치는 화제성 등으로 케이블 드라마에 번번이 수모를 당했다. tvN ‘미생’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등 굵직한 드라마들이 숱한 화제를 뿌리며 완성도 떨어지는 지상파 드라마 숨통을 바짝 조였다.
이에 반기를 들 듯 지상파 새 수목드라마들이 스타작가 영입, 톱스타 캐스팅, 사전제작 등 단단히 준비했다. 전투적으로 시청자에게 ‘영업’하겠다는 의도. 과연 지상파 드라마는 방송가에 분 케이블 드라마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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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찬성] “첫방, 시청률 15%... 승기 잡았죠 ”
지상파 드라마가 케이블 드라마 때문에 아무리 많은 수모를 겪었다 해도 대중성, 즉 시청률만큼은 아직 따라오려면 멀었어요. 최근 종영한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는 유승호의 안방극장 복귀로 시청률 20.3%(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고, ‘장사의 신’은 여러 면에서 다소 아쉬운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11.2%를 보였어요.
특히 이번 KBS2에서 내놓은 ‘태양의 후예’는 방영 2회 만에 15.5%의 시청률을 기록했죠. SBS의 새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2회 역시 7.6%로 집계됐고, 시청자들의 평이 좋아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이렇듯 케이블 드라마의 시청률이 평균적으로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드라마 왕국의 명성은 지상파가 확실히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지상파 드라마가 케이블 드라마에 비해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이나 젊은 층의 관심에서 밀려나있다는 평가를 종종 받지만, 이번 수목드라마들만큼은 스타작가에 인기배우들까지 총출동해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론을 불식시켰다고 봐요.
덤으로, 이번 수목극 대전 덕분에 경쟁 속에서 드라마 팬덤 층은 더 탄탄해지고, 지상파 드라마를 향한 관심도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당분간은 이 시너지를 지켜보는 것도 지상파 드라마만의 흥미 요소가 될 수 있겠군요.
[반대] "지상파 ‘케드’ 따라잡기? 아직 멀었어요"
지상파 드라마 제작진이 위기를 느끼긴 느낀 모양이네요. 그동안 얕잡아봤던 케이블 드라마에게 화제성으로 덜미가 잡히고, 때론 시청률마저 역전당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진부한 소재, 뻔한 러브라인, 막장 전개 등 안일함만 추구했던 자신을 탓해야죠.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태양의 후예’나 일본 인기 원작을 과감하게 재구성한 ‘돌아와요 아저씨’가 기대를 받는 것도 구태의연한 지상파 드라마에서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겠죠? 여기에 송혜교, 송중기, 비, 오연서, 이민정, 김수로, 김인권 등 한꺼번에 보기 힘든 배우들로 눈 호강을 할 수 있다니 변화 의지가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러나 결과는 긍정적으로 장담하지 못하겠네요. 사실 케이블 드라마가 크게 사랑을 받았던 건 무엇보다도 신선한 소재와 산으로 가지 않는 ‘사이다’ 전개 때문 아니었나요? 방송 규제와 PPL의 유혹에 비교적 자유로웠던 덕분에 제작진은 처음 기획대로 소신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고, 시청자는 쓸데없는 러브라인이나 막장 전개에 실망하지 않아도 됐던 거죠.
반면 지상파 드라마는 아직도 PPL 유혹이 심하고 방송 규제나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얽매여있어 이번 변신의 결과가 우려됩니다. 물론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태양의 후예’는 PPL이나 시청자 반응에 따라 결말이 변하는 등 변수가 적겠지만, 지상파 방송사에 자리 잡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질 않잖아요? 예를 들면 ‘장르에 상관없이 러브라인은 꼭 있어야 한다’라는 식의 편견 말이죠. 이 때문에 ‘시그널’이 지상파로 갔다면 분명 주인공들이 삼각관계에 휘말렸을 것이란 우스개도 나오는 거고요.
시대는 변하고 시청자의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어요. 드라마 제작에 다양한 혁신을 추구한 케이블 드라마가 채널적인 한계에도 인기를 끈 건 바로 이런 시대의 변화 때문이죠. 지상파 드라마가 진정 변신을 원한다면 겉모습만 바꾸려들 게 아니라 이런 본질을 꿰뚫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