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CJ가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을까. 이는 언더그라운드 랩퍼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혹은 인디 뮤지션들은 대부분 음악 외에도 다른 직업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한국의 음악사업 구조상 뮤지션 가운데 극소수만이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방송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것은 엄청난 홍보수단으로 작용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에게 ‘쇼미더머니’는 매우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은 ‘쇼미더머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쇼미더머니’가 힙합의 디스문화를 지나치게 부각시켰고 힙합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쇼미더머니’에 나가고자 하는 랩퍼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선보인 4번째 시즌에서는 7000명이라는, 시즌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올 해 선보이는 5번째 시즌은 미국 참가자들까지 더해져 시즌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예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쇼미더머니 캡처 |
이는 언더그라운드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CJ의 힙합은 부흥했지만 기존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은 전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때문에 힙합의 대중화가 아닌 Mnet에서 선보인 힙합의 대중화가 조금 더 맞는 표현에 가깝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 중인 한 랩퍼는 “CJ의 말대로 힙합이 부흥했다면 우리는 ‘쇼미더머니’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언더신은 2008년 EDM의 유행 이후로 여전히 불황이다. 음원 차트에는 힙합음악이 있는 게 아니라 Mnet에 나왔던 힙합 음악이 순위에 올라있다. 힙합을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두고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사진=CJ E&M |
CJ와 Mnet의 힙합 경연예능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부흥에 힘써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 하지만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힙합이 대중화됐다면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은 Mnet이 짜 놓은 경쟁 구도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쇼미더머니’는 검투사들이 싸우는 콜로세움과 같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랩퍼를 공격한다. 그 과정에는 폭력성이 숨어있지만 군중들은 이에 환호하고 더 큰 자극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랩퍼들은 음악만으로 돈을 벌기 위해 ‘쇼미더머니’에 출연한다. 결국 자본력을 쥐고 있는 Mnet에 칼을 겨누지 못한 채 서로간의 진흙탕 싸움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