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위대한 유산’의 중심은 다름 아닌 아이들에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지난 1월, 성인 스타들이 부모의 일터에 가서 부모의 인생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는 포맷에서 스타의 아이들이 시골로 떠나 새로운 형제와 자매를 만드는 이야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선 아이들은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김동현), 故최진실의 아들 최환희, 야구선수 홍성흔의 자녀 홍화리, 홍화철 남매, 전 농구스타 현주엽의 자녀 현준희, 현준욱 형제다. 맏형 MC그리와 둘째 환희 군은 늘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아이들에 진땀을 흘린다. 형들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새롭게 남매가 된 아이들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시골길을 뛰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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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위대한 유산’을 맡고 있는 안소연 CP와 박영미 PD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정말 힘들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죽하면 MC그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장소가 ‘운동장’일까.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체력과 시간을 다 써야 하는 운동장이 공포의 장소가 될 만큼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들이다. 이렇게 ‘천방지축 아이들’은 어떻게 섭외하게 된 걸까.
“일단 현주엽 씨는 첫 미팅 때에 ‘엄마가 많이 해주니 아무래도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걱정을 했다. 준욱이와 준희는 정말 귀엽기도 했지만 현주엽 씨가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 우리 프로와 잘 맞을 것 같아 캐스팅을 했다. 홍성흔 씨의 아이들은 캐릭터가 독특한데 특히 화철이가 엄마가 힘들어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그만큼 할머니들에게도 제일 잘해서 시골 할머니들이 화철이를 제일 좋아한다.”(박영미 PD, 이하 박)
서울에서 살던 아이들이 형제와 자매를 만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호기심에 일부러 첫째부터 막내까지 2살 정도씩 차이가 나도록 터울을 뒀다. 처음엔 많이 싸웠던 ‘막내급’ 아이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서열 정리가 된 건지, 정이 든 건지 전보다 다투는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다고. 최근엔 UFC 격투기선수 김동현이 아이들의 삼촌으로 출연 중인데, 늘 ‘발랄한’ 아이들 때문에 체력깨나 쓰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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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김동현 씨를 삼촌으로 합류시킨 이유는 무엇보다 김동현 씨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MC그리와 환희가 아이들을 다 컨트롤하기 쉽지가 않더라. 오죽하면 MC그리가 ‘정글보다 더 힘들다’고 말할까.(웃음) 김동현 씨는 아이들과 온몸으로 놀아주고 촬영이 끝나고도 전문가에 의견을 구하기면서 촬영을 준비할 정도로 진정성 있게 임하고 있다.”(안소연 CP, 이하 안)
그런 김동현마저도 힘이 넘쳐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들어서 제작진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했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전문 방송인이 아니라 때로는 서툴 법도 하건만, 제작진은 김동현이 방송인이었으면 캐스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스태프들도 힘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조차 촬영이 시작되면 개입을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기에 상황을 정리해주거나 하지 않는다. 웬만큼 체력이 되지 않으면 표정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웃음) 방송인이라면 방송을 생각해서 이런 저런 걸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 모든 걸 고려했을 때 김동현 씨 만한 분은 없다. 아이들을 돌보는 걸 진심으로 해주고 있다.”(박영미 PD)
아이들이 주인공이니 아무래도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는 준희가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는데 화장실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겨 담당 작가가 아이를 들쳐 안고 옆집에 가서 뜬금없이 ‘화장실 써도 될까요’ 묻기도 했단다. 부모님이 현장에 없으니 담당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더 ‘부모’같은 마음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각자마자 역할들이 다 있다. 특히 현주엽의 둘째인 준희는 ‘먹방’도 잘 하고, 엄청 귀엽다. 화철이는 할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케미도 잘 살아나고 있어 만족스럽다. 촬영 환경은 사실 정말 힘들다. ‘이거 재밌겠다’ 싶어서 짠 아이템을 내놓으면 아이들은 정작 그 게임에 관심이 없고, 형들은 아이들을 잡으러 뛰어다닌다.(웃음) 그래도 아이들이 주인공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박영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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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
예능 촬영 중 가장 힘들다고 소문난 게 바로 ‘아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위대한 유산’ 제작진은 아이들을 통제하거나 상황을 일부러 만들지도 않고, 그저 아이들을 바라볼 뿐이다. 주인공인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고, 힘들지 않게 하는 게 1순위라는 것. 게스트 초청도 “무조건 아이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스트 초청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김)동현 삼촌’도 그런 의미로 오게 된 거고. 하지만 게스트 초청의 1순위는 역시나 ‘우리 아이들과 얼마나 어울릴까’라는 거다. 아이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게스트여야 한다. 주인공인 아이들이 무조건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안)
아무리 힘들어도 제작진은 아이들 때문에 웃고, 아이들 때문에 감동을 받으며, 아이들이 더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고. 시청자 또한 이들의 ‘무공해 웃음’과 좌충우돌 성장기를 보며 ‘힐링’을 하고 있다. 톡톡 튀는 매력이 가득한 홍 남매와 현 형제, 그리고 MC그리-환희는 어느 새 ‘위대한 유산’ 제작진의 ‘최고의 유산’이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